2023.12.04(월)
3주에 걸친 하와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오전에는 펀치볼에 있는 미국 태평양 국립 기념 묘지를 돌아보고 오후에는 Y선배 부부와 라운딩을 하기로 했다. 펀치볼은 화채 그릇이라는 뜻인데,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지형을 말한다. 우리나라 강원도 양구에도 펀치볼 마을이 있다. 한국전쟁 때 종군 기자들이 아름다운 분지를 보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원래 명칭은 해안분지라고 한다. 호놀룰루의 펀치볼은 화산 분화구인데, 그 곳에 국립묘지를 만들었다. 화산 분화구 지형을 보려고 방문했다. 펀치볼 기념묘지는 규모가 제법 크다. 순환도로처럼 생긴 일방통행 길을 따라 깊숙히 들어가니 분화구 림 위에 있는 전망대 입구가 나왔다.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태평양 지역 전쟁과 관련된 기념석이 길 양쪽에 줄지어 놓여 있다.
그 중에는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도 여러 개 있었다. 아래 사진은 한국전쟁 참전 미군 참전용사를 기리는 것이다. 2013년에 우리나라 국가 보훈처에서 세웠다. 한국전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지만 이 곳에서는 구체물로 남아 있다.
전망대에 올라가서 펀치볼을 내려다 보았다. 둥그런 분지 외곽으로 분화구 림이 야트막하게 이어져 있다. 분지 내부는 잔디가 잘 가꾸어져 있고 나무도 둥그렇게 잘 다듬어져 있다. 잔디를 자세히 살펴보니 일정한 간격으로 석판이 놓여져 있다. 하나 하나가 태평양과 주변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묘이다. 약 2만명이 묻혀있다고 한다. 국가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발전한다.
전망대에서 분지 반대쪽을 바라보니 호놀룰루 시가지가 내려다 보였다. 고층건물들 너머로 태평양이 펼쳐져 있었다. 언제 보아도 시원스러운 광경이다.
기념묘지 가운데 부분에는 레이디 콜럼비아라는 여신 상이 세워져 있다. 콜럼비아는 아마 콜럼버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 같다. 미국을 상징할 것이다. 여신 상 뒷편의 수평으로 길게 늘어선 회랑에는 태평양에서 수행된 주요 전쟁이 소개되어 있다. 2차 세계대전 중의 태평양 전쟁을 비롯해서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등 수 많은 전쟁에 대한 지도와 설명이 타일로 만들어져 붙어있다. 이 많은 전쟁에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 전쟁을 통하여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여 왔다. 태평양 지도를 살펴보니 가운데에 있는 하와이, 미드웨이, 그리고 괌과 사이판에 이르기까지 모두 미국의 영토이다. 문득 태평양이 거의 미국의 영향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레이디 콜럼비아 쪽에서 내려다 본 펀치볼 태평양기념묘지의 모습이다. 좌우 대칭의 계단 구조는 엄숙함을 느끼게 한다.
펀치볼 태평양 기념묘지 관람을 마치고 푸우로아 해변 공원을 방문했다. 오아후섬 남서쪽에 있다. 주로 지역 주민들이 오는 곳이다. 셸터에는 아이스박스를 펼쳐놓은 주민 몇 사람이 바베큐를 하고 있다. 넓고 멋진 해변은 아주 한가했다. 날씨는 너무 쾌청했다. 야자수 아래에는 피크닉 테이블이 놓여있다. 우리는 여유있게 풍경을 즐기고 준비한 도시락으로 가벼운 점심을 먹었다. 오아후에서도 이 지역은 비가 잘 내리지 않는 곳이다.
하와이 프린스 골프 클럽에서 라운딩을 했다. 하와이에서 Y선배 부부를 만나니 더 특별한 것 같다. 골프 코스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오후에는 햇살이 뜨거워서 그런 것 같다. 넓고 평평한 코스에는 야자수가 늘어서 있어서 참 아름답다. 실수를 많이 해도 기분은 상쾌하다.
운동을 마치고 알라모아나 지역에 있는 한국식당(Million Restaurant)에서 함께 즐거운 저녁식사를 했다. 여러가지로 훌륭한 식당이었다. 한국에서 재회를 기약했다.
2023.12.05(화)
이제 여행을 끝내고 귀국하는 날이다.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나섰다. 공항에서 차를 반납하고 라운지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는 12시 15분에 호놀룰루 공항을 출발했다. 이륙하는 비행기 창으로 호놀룰루가 내려다 보였다. 반가운 다이아몬드 헤드도 보였다.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도 아주 아름답다. 긴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마음은 익숙한 생활로 복귀한다는 기대와 안도로 부푼다.
2023.12.06(수)
하와이에 도착했을 때에는 날짜 변경선 덕에 하루를 벌었다. 이제 반납할 때이다. 하루가 지나고 저녁 6시2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그동안 잘 사용한 와이파이 도시락을 반납했다. 여행 끝 무렵부터 목이 조금씩 아파왔다. 갑자기 추운 곳으로 왔으니 독감을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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