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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0만년전 타임캡슐 "메셀 화석 유적지"를 가다!

유럽 여행/독일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3. 4. 2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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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0
오늘 오후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난다. 오전에 다름쉬타트 인근에 있는 메셀 화석 유적지(Messel Pit Fossil Site)를 방문했다. 이 곳은 세계 4대 화석산지로 손꼽히는 곳이며, 1995년에 독일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에바의 집에서 15분 거리에 이렇게 훌륭한 곳이 있다니 행운이다.   
메셀 화석 유적지에 도착하니 방문객 안내 센터가 있다. 내부에는 전시실도 있었다. 전시실 입구에 "시간(ZEIT)과 메셀 세계(MESSEL WELTEN)"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지구 과거의 타임 캡슐이다. 

메셀 관람객 센터 전시실 입구

4800만년 전(신생대 에오세)에 이 지역은 폭이 3.6km 정도인 아주 깊은 호수였고, 열대 내지 아열대 기후였다. 전시실에는 아래 사진처럼 당시 생태계의 실제 모습을 꾸며 놓았다. 당시 살던 동물들이 죽어서 식물이나 토사와 함께 호수 바닥에 계속 쌓였다. 호수 깊은 곳에는 산소가 없어서 사체들은 잘 보존될 수 있었다. 수백만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층이 점점 두꺼워지고 눌리게 되어서 화석은 마치 책 갈피에 끼워놓은 꽃처럼 잘 보존될 수 있었다. 또한 이 곳의 지층에는 과거 생물의 유해가 많아서 오일셰일층이 생겼고, 그 두께는 190m에 이르렀다.  

4800만년 전 메셀 호수 생태계

이 곳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화석이 나왔으며, 지금도 매년 3,000개 이상의 화석이 발견된다고 한다. 포유류 화석을 비롯해서 조류, 파충류, 어류, 곤충류와 식물 화석과 같이 다양한 화석이 나왔다. 보존 상태도 아주 좋아서, 뼈와 같은 단단한 부분 외에도 새의 깃털, 곤충 날개의 색, 말의 위장과 그 내용물, 임신한 암말, 완전한 형태를 갖춘 관절 골격과 곤충의 완전한 신체 윤곽을 보여주는 화석도 나왔다고 한다. 전시실에 있는 화석들을 살펴보니 생물들의 겉부분이나 몸체가 확인될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다. 

메셀에서 나온 개구리와 물고기 화석
메셀에서 발견된 악어 화석
메셀에서 나온 다양한 화석들

메셀 화석유적지는 지구 역사에서 에오세(5600만년~3400만년)에 생겼다. 이 시기는 지구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중생대가 끝날 무렵에 공룡이 멸종한 직후 포유류들이 빠르게 진화해 나가며 지구를 정복해 나갔기 때문이다. 메셀 화석 유적지에는 포유류 화석이 45종이나 나왔다. 여우 크기의 말, 주머니쥐, 개미 햩기, 박쥐, 여우 원숭이와 비슷한 영장류 화석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들은 거의 모두 각 생물의 초기 모습을 보여준다. 고등학교 때 말의 진화에 대해서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초기 말의 화석이 바로 이 곳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메셀에서 발견된 초기 영장류 화석
박쥐 화석과 박쥐의 머리와 귀 내부를 확대한 모형
초기 말의 화석

메셀 화석 유적지는 에오세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으로 비유된다. 전시실을 돌아본 뒤, 메셀 화석 유적지 현장을 방문했다. 안내를 담당한 고생물학 박사님을 따라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외부인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포장된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바라본 메셀 화석 유적지는 움푹한 구덩이가 파여있고 작은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어서 특별한 곳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구덩이 크기는 남북 방향으로 1km, 동서 방향으로 700m 가량으로 그리 크지 않았다. 

메셀 화석 유적지 전경

군데 군데 컨테이너가 놓여있고, 그 안에는 이 지역에서 나온 화석과 동물 모형이 들어있다. 박사님은 화석을 바탕으로 복원한 초기 말의 모형을 보여주었다. 크기는 개 정도인 것 같고 모양은 노루 비슷하게 느껴졌다. 초기에는 말이 참 작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기 말의 모형과 관람을 이끌어준 고생물학 박사님

식물 화석도 많이 산출되었다. 테이블에 여러 종류의 식물 화석이 가득 놓여 있었다. 나뭇잎, 줄기 등이 눈에 띄었다.

메셀 식물 화석 표본

물고기 화석도 볼 수 있었다. 이 화석도 보존 상태가 좋아서 뼈 뿐만 아니라 지느러미와 몸의 윤곽까지도 볼 수 있었다. 

메셀의 물고기 화석

메셀 화석 유적지는 지금은 보존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1885년부터 1924년까지는 이 곳에서 나오는 오일셰일로부터 원유를 채굴했다고 한다. 한 때는 독일이 생산하는 원유의 40%까지 생산하기도 했다고 한다. 1970년대에는 이 지역에 쓰레기매립장을 만들려 하였으나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반대했고, 거의 20여년간의 투쟁 끝에 마침내 1988년에 헤센주는 이 곳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현재는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인 독일에서도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공짜는 없다. 
관람을 마치고 우리는 서둘러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향했다. 이제 독일 여행을 마치고 스페인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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