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1
오토 아저씨의 장례식을 마치고 2일의 시간이 있어서 라인강 계곡을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다름쉬타트의 에바를 뵈러 갔다. 프랑크푸르트의 남쪽 가까이에 있는 중소도시이다. 에바는 9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더 건강해보였다. 대화를 나누던 중 에바의 딸 알무트도 왔다. 함께 대화를 나누다가 알무트는 선약이 있어 떠났다. 우리는 에바와 점심을 먹고 뤼데스하임으로 출발했다.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뤼데스하임 도착했다. 프랑크푸르트 서쪽에 있는 작은 도시였다. 라인강 여행의 시작점이다. 구시가지 가까운 곳에 호텔을 정한 후 걸어서 도시를 돌아보았다. 골목을 지나서 조금 올라가자 작은 광장이 나오고 시청 옆에 오래된 성당이 보였다. 성야코부스(Sankt Jalobus) 성당이다. 1400년 경에 처음 세워졌다고 한다. 고풍스럽고 멋진 건물이다.
다시 골목을 따라 마을 구경을 하면서 조금 걸어가자 케이블카 타는 곳이 나왔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는 작은 케이블카이다. 유리창도 없어서 상쾌한 바람이 밀려 들어온다. 케이블카는 경사면을 따라 아주 넓게 이어져 있는 포도 농장 위를 지나서 올라갔다. 이 지역은 유명한 리즐링 와인의 생산지이다. 올라가면서 아름다운 라인강도 보았다.
산 위에 있는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내렸다. 이 곳은 니더발트이다. 숲 속에는 크고 작은 길이 많이 나있다. 조금 걷자 큰 조형물이 보였다. 니더발트 기념비(Niederwald Mounument)이다. 1871년 독일 제국의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건립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무렵 프랑코-프러시아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근대 국가(nation state)로서 독일이 형성되었다. 유럽의 강국이 출현한 것이다. 기념비 맨 위에는 구리로 만든 게르마니아 동상이 라인강을 내려다 보면서 우뚝 서있다. 칼을 칼집에 넣은 것은 평화를 상징한단다.
기념비 앞에서 내려다 보이는 라인강 전망이 훌륭했다. 라인강은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말 때문에 친숙하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할 때 함께 사용되었다. 이 말은 1950년 영국의 더 타임즈지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독일의 빠른 경제 발전을 지칭한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이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쨌든 라인강은 규모가 상당했다. 강폭이 넓고 유량이 많아서 물자 운송을 하기 좋아 보였다.
오스타인 백작이 조성한 장식림, 니더발트를 산책했다. 발트는 독일어로 숲이라는 뜻이다. 예술과 숲을 조화롭게 만든 곳이라고 한다. 큰 숲의 군데 군데에 작은 집과 사원, 동굴, 길 등을 조성했다고 한다. 두루 보려면 한 시간 이상 산책하는 여유가 필요할 것 같다. 우리는 길과 숲속을 산책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서 뤼데스하임의 구시가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포도밭과 오래된 건물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라인강이 아름다웠다.
케이블카 탑승장에 내려서 걷다보니 예쁜 골목이 나타났다. 입구에 있는 와인숍에서 괜찮은 리즐링 한병을 구입했다. 인근의 라인강 와이너리에서 만든 것이다.
식당과 작은 가게가 많은 골목을 따라서 천천히 내려왔다.
골목 중간에 있는 작은 성 주변은 멋진 식당으로 가득 차 있다. 담장이 덩쿨이 올라가는 밝은 색 탑 가운데에서는 시간마다 인형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나타났다.
골목의 끝에 이르자 드로셀가세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골목이다.
골목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닭고기 요리에 칼을 꽂아서 가져왔다. 어째 좀 살벌하다. 게르만식인가 보다. 문득 이어령님의 글이 생각난다. 칼과 창을 사용하는 양식에 비해서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하는 우리 식문화가 평화적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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