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9
드디어 알함브라궁전을 방문한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기대하고 있는 곳이다. 호텔에서 300m 정도 거리에 있었다. 관람을 위해서 2달 전에 예약했었다. 알함브라궁전에는 헤네랄리페, 알카사바(요새), 나스르궁전, 카를로스5세궁전(현재는 박물관)이 있다. 그 중에서도 나스르궁전이 가장 유명하다. 무어인들은 궁전에 천국을 만들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입구에서 가까운 헤네랄리페를 먼저 방문했다. 여름 궁전이라고도 한다는데, 정원이 엄청나다. 식물을 다듬어서 성벽과 문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정원 안에는 직사각형의 긴 연못과 분수, 그리고 나무와 꽃이 장식하고 있다. 우리는 정원만 보고도 이미 감동을 받았다. 규모도 크고, 정교한 디자인, 잘 다듬어진 나무들, 연못과 분수의 배치에서 느낄 수 있는 물을 다루는 솜씨 모두 대단했다.
정원을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헤네랄리페궁 입구가 나왔다. 처음에는 영어식으로 읽었다. 제너럴라이프, 민망하다.
건물마다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는 아케이드가 있다. 아마 이슬람 건축의 특징인 것 같다. 여러 기둥들이 아치들을 받치고 서있다. 기둥 상부와 아치의 문양이 아름답다. 아케이드 바로 안에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아치 문이 있다. 아치와 그 윗부분에는 통풍이 잘 되도록 구멍이 난 아라베스크 문양이 장식하고 있다. 무늬가 조각된 나무 문을 여닫게 해 놓은 것 같다.
헤네랄리페의 중정에는 긴 연못이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분수가 연못을 향해서 물을 뿜고 나무와 꽃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 다른 중정에는 연못 가운데 두 개의 네모진 섬이 있고, 각 섬 주변은 각지게 가치지기된 나무로 둘러싸인 화단이 있었다. 분수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물을 뿜고 있다. 멋진 정원이다.
나스르궁전
알함브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나스르궁전은 입장객 수를 제한한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기도 하다. 우리는 11:00로 예약을 해서 미리 도착해서 줄을 섰다. 여권을 확인한다. 입구에 나스르궁전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이 곳은 왕의 집무실과 생활 공간이 들어있다. 이슬람 왕국이 쇠퇴해가던 1238년부터 100년 걸쳐서 완성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완공된지 오래지 않은 1492년에 그라나다를 중심으로 한 마지막 이슬람 왕국은 항복을 하고 아프리카로 물러났다. 그 때가 콜럼버스가 대서양 항해를 시작한 해이다.
먼저 메수아르의 방이 나온다. 왕의 집무실이었다고 한다. 천장은 목재를 조각하여 장식했다. 벽면 하단은 타일로 벽면 상단은 수투코로 장식하였다. 수투코는 석회와 대리석 가루 및 점토를 혼합하여 물을 더해서 굳힌 것이라고 한다. 이슬람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장식방법이다. 아마 섬세하고 복잡한 아라베스크 문양은 하나 하나 조각한 것이 아니라 어떤 틀을 이용하여 수투코가 굳기 전에 찍어내어 벽에 붙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좌측 중간에 보이는 타일은 헤라클레스 기둥을 나타낸다. 이슬람 시대의 작품은 아닐고 나중에 덧붙인 것같다.
목재와 플래스터의 문양에 대한 전시이다.
메수아르 궁과 이어진 기도실로서 천장은 역시 목재 상감 조각이고, 벽은 아라베스크 문양의 수투코 장식이다. 아치 모양의 창을 통해서 알바이신 지구의 주택들이 보인다.
황금의 방 중정에서 바라본 벽면이다. 세밀한 아라베스크 양식의 수투코, 조각을 한 나무문, 그리고 문 주위의 색 무늬 타일 장식, 아치형 작은 창문이 조화롭다.
황금의 방 천장은 나무 조각에 금이 입혀져 있다.
복도를 따라 걸으니 아라야네스 정원이 나온다. 이 정원에 심어져 있는 아라야네스는 천국의 꽃으로 불리며, 6월에 흰색 꽃이 핀다고 한다. 직사각형 연못 뒤로 성처럼 보이는 것이 코마레스 탑이다. 그 안에는 외국에서 온 외교관, 대사를 맞이하는 대사의 방이 있다.
대사의 방 내부는 매우 화려하다. 벽 하부에는 타일, 상부에는 아라베스크 문양의 수투코, 그리고 천장은 조각된 나무로 덮여있다. 기둥의 하단까지도 모두 타일로 장식했다. 아래 사진은 왕이 외국 사신을 만날 때 서있는 곳이라고 한다. 뒤에서 빛이 들어오도록 하여 왕을 더 신비스럽게 느끼도록 했다고 한다.
사자의 정원에 이르렀다. 12마리의 사자가 큰 원형분수대 아래에 둥그렇게 배열되어 있다. 이슬람에서는 우상숭배를 금하기 때문에 사람이나 동물의 형태를 사용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특이하게 여겨진다. 유대인들이 친선 도모를 위해서 선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자의 입에서는 물이 흘러 나오고, 4 방향으로 수로를 따라 건물 안으로 흐르도록 되어 있다. 기온과 습도를 조절했다고 한다.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아케이드를 지지하는 124개 기둥과 통풍이 되는 섬세한 석회 장식은 우아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사자의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아래에서 바라보았다. 장인의 솜씨가 느껴진다. 화려함을 눈에 담고자 노력하는데, 너무 많으니 머리 속에서 중첩이 되어 혼란스럽고 멍해지는 기분이다.
사자의 중정에서 이어지는 두 자매의 방은 왕비가 거처하던 곳이라고 한다. 천장과 벽면 상단에 특이한 장식이 눈에 띈다. 벌집모양이라고 하기도 하고 종유석 모양이라고도 한다. 이를 모카라베 장식이라고 한다.
천장 중앙은 8각형인 부분이 위로 솟아있고, 각면마다 두개의 창이 있어서 채광을 돕는다. 그 아래는 4면으로 되어 있고 통풍을 위한 창이 나 있다. 8각형의 꼭지점 부분들이 더 길게 이어지면서 빛이 나오는 것처럼 별모양을 만들고 있다. 4면 사이의 공간에는 모카라베 장식을 두드러지게 하여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빚어낸다.
두자매의 방에 있는 창도 무척 아름답다. 아래 부분에는 짙은 색 타일, 벽은 아라베스크 문양, 아치에는 모카라베 장식이 화려한 조화를 이룬다. 창 밖에는 린다라하 정원이 내려다 보인다.
린다라하 정원은 가운데 분수가 있고 주변에 큰 나무와 기하학적인 화단이 배치되어 있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다.
나스르 궁전 관람을 마칠 무렵 파르탈 정원을 만났다. 넓은 연못과 화단, 그리고 나무들이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알카사바 성채
나스르 궁전을 나와서 알카사바 성채를 방문했다. 이베리아반도를 되찾으려는 동쪽의 십자군의 공격을 막기 위한 요새이다.
이번 여행에서 지금까지 본 성채 중에서 가장 높다랗고 크다. 참 인상적이다. 십자군도 쉽사리 함락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니 멀리 흰눈에 덮여있는 높은 산들이 보인다. 신비스러워보인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이다. 최고봉은 해발 3,500m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서부에 같은 이름의 산맥이 있다. 이 곳의 이름을 따라 붙였을 것 같다.
알카사바를 둘러본 뒤 카를로스5세 궁전을 방문했다. 이 궁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슬람 양식인 알함브라궁전을 많이 변형시킨 것 같다. 양식도 그렇고 위치도 나스르 궁전과 너무 가깝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알함브라궁전과 그 시대의 건축과 문화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는데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외부는 4각형인데 내부는 원형이고 큰 중정이 있다. 기둥을 보니 역암이다.
4시간이 넘는 알함브라 궁전 관람을 마치니 피곤이 몰려온다. 매점에서 알함브라 맥주를 샀다. 피로회복과 이국적인 맛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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