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0
그라나다를 출발하여 세비야까지 가는 날이다. 그 중간 쯤에 '안테케라'라는 작은 오래된 도시가 있다. 여기에는 오래된 성당과 요새, 그리고 엘 토르칼(El Torcal de Antequera)이라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지질공원도 있다.
우리는 지질공원을 가기로 했다. 크고 화려한 성당, 궁전, 요새는 이미 바르셀로나, 말라가, 그라나다에서 많이 보았고 세비야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을 잘못 들었는지 스페인의 시골길을 지나게 되었다. 올리브 농장이 끝없이 펼쳐지고, 포도밭이 군데 군데 놓여있다. 화창한 날씨에 평화롭고 아름다운 농가들이 듬성 듬성 있는 곳을 지나니 멋지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르막 길을 지그재그로 한참 올라가니 엘 토르칼 주차장이 있고 작은 박물관과 식당이 있는 건물이 나온다. 담당자는 엘 토르칼과 인근에 있는 고인돌 유적을 묶어서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을 받았다고 한다. 박물관을 둘러보니 엘토르칼에 대한 전시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이 지역의 생성과정과 생태를 소개하고 있다. 그래도 일반인이나 학생들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곳은 유럽에서 가장 인상적인 카르스트 지형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야기는 2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치는 현재의 지중해와 대서양 사이 부분으로 당시 테티스해라는 바다의 한 부분이었다. 이 바다의 해저에는 해양 생물의 유해가 계속 쌓이고, 이 퇴적물은 1억7천5백만년 동안 수천m 두께의 두꺼운 석회암으로 변해갔다. 신생대 제3기(마이오신)에 바다 남쪽의 아프리카판과 북쪽의 이베리아판이 가까워지면서 이 석회암층이 서서히 압축되고 변형되어 1,300m 가량 융기하였고, 그 과정에서 큰 버섯 모양의 구조를 가진 석회암 산맥을 이루게 되었다. 이 후 이 지역의 암석은 금이 가고, 단층 작용도 일어나서 틈이 많이 생겼고, 그 틈으로 물이 스며들고 풍화가 일어나서 다양한 모양을 만들게 되었다. 물에 녹는 석회암의 특성 때문에 100여개의 석회암 동굴도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가보지는 못하였다.
탐방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였다.
우리는 두 개의 코스 중에서 짧은 녹색 코스를 따라서 탐방을 했다.
이 곳의 암석은 석회암 한가지 뿐으로 단순하다. 지층도 보이는 것은 모두 거의 편평하다. 수직 방향과 수평 방향으로 갈라진 틈이 뚜렷해 보이는 데 이는 많이 풍화된 탓이다. 마치 작은 봉우리들이 줄지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높은 절벽도 있다.
코스가 끝날 무렵 독특한 층이 눈에 들어왔다. 유난히 얇은 수평층이 마치 팬케익을 쌓아놓은 것처럼 놓여있다. 아마 이 석회암에는 수평 방향으로 틈이 많았던 것 같다. 그 틈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풍화가 일어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무언인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 곳을 살펴보니 산양이 한마리 보인다. 휴대폰으로 줌인해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한번 찾아보시기 바란다.
엘토르칼을 둘러본 후 고인돌을 보러 가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가는 길 중간에 있는 식당 Molino Blanco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식당이 박물관을 겸하고 있다. 온갖 농기구가 모든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규모가 대단하다. 점심으로는 토마토 샐러드와 고기구이 2인분을 시켰다. 음식 맛이 아주 좋았지만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고인돌은 엘토르칼에서 말라가 쪽으로 남쪽에 있었다. 고인돌을 소개하는 박물관이 있었지만 전시실은 닫혀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 곳에는 3개의 거석 기념물이 있다고 한다. Menga와 Viera라고 불리는 두 개의 고인돌은 신석기 시대인 BC3800년 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곳에 있어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먼저 Viera 고인돌을 둘러 보았다. 폭은 좁았지만 상당히 깊었다. 돌로 된 구조물이 두꺼운 흙으로 덮여있었고, 맨 안쪽에는 유해를 모신 곳 같은 방이 있었다.
둘 중에서 규모가 더 큰 Menga 고인돌 역시 큰 암석 구조물이 흙으로 덮여있다. 내부로 들어가니 기둥이 세워져 있어서 두 공간으로 나누어진다. 유럽에서 가장 큰 고인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고인돌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크다. 고인돌을 만든 돌 하나하나의 크기도 엄청나다. 규모는 경주의 천마총 정도로 느껴진다. 신석기 시대 이 지역의 지배자 가족의 무덤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내부에는 우물도 있다. 무슨 용도였는지 궁금했지만 가이드는 스페인로만 이야기 한다.
안테케라는 가지 못했지만, 고인돌을 본 곳에서 도시와 성당 건물이 보였다. 뒤에 보이는 산이 엘 토르칼인 것 같다.
좀 더 나중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Tholos de El Romeral이라는 이름의 고인돌은 안테케라의 북쪽에 있어서 방문하지 못하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세비야로 출발했다.
1시간 이상 국도와 고속도로를 달려서 세비아에 도착했다. 도로나 교통 체계가 우리와 조금 달랐지만, 건미가 네비를 보면서 도와준 덕에 헤메지 않았다.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할 곳도 찾을 겸 세비야 거리로 나섰다. 아직 생소해서 방향만 잡아서 출발했다. 걷다보니 아주 멋진 건물이 나타났다. 앞에 가서 보니 알폰소13세 호텔이다.
웅장한 성벽이 나타났다. 알카사르(궁전)를 둘러싸고 있다. 참 아름답다. 성벽을 지나니 높은 탑(히랄다탑)과 세비야 대성당이 보인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세비야, 정말 대단한 도시이다.
골목에는 식당이 계속 이어지고 식당마다 사람들이 그득하다. 모두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다. 실내는 거의 비어있었다. 우리는 실내 테이블에 앉았다. 조용하고 편안하다. 우선 와인과 샹그리아로 시작했다.
타파스 몇 가지를 주문했다. 새우 샐러드, 닭고기 튀김, 또 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돌아오는 길에 스페인광장에도 들렀다. 소문대로 멋진 곳이다. 야경을 보았으니 내일 낮에도 와봐야겠다.
세비야 대성당을 가다. (0) | 2023.05.17 |
---|---|
세비야 스페인 광장과 산타크르스 거리를 가다. (0) | 2023.05.17 |
알함브라궁전을 조망하다! (0) | 2023.05.13 |
알함브라궁전을 가다! (0) | 2023.05.12 |
유럽의 발코니 네르하, 스페인의 산토리니 프리힐리아나 (0) | 2023.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