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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메테오라, 절벽 위 수도원

유럽 여행/그리스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5. 2. 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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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드디어 높다란 절벽 위에 있는 은둔의 메테오라 수도원을 방문하는 날이다. 가이드는 먼저 성화 세미나에 참석한다고 했다. 성화에 대해서 설명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그리스 패키지도 쇼핑에 충실한 것 같다. 하지만 성화의 배경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 주어서 좋았다. 성화는 로마의 카타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방정교회 쪽에서 발달했다. 신앙의 신비로 통하는 문이자 영성을 북돋우는 도구라고 한다. 하느님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매개물인 것이다. 한편 선과 색으로 표현한 눈으로 보는 성경책이다. 그림이라기 보다는 글인 셈이다. 세속적인 그림과 구별되는 엄격한 형식이 오랫동안 전승되어 왔다. 성화는 대개 색이 어둡고, 인물의 표현이 딱딱한 초상화 스타일이다. 그리스도는 무명천에 신비롭게 찍힌 만달리온이라는 그림이 기본을 이룬다. 성모 마리아는 성루가의 '길의 인도자이신 성모' 성화를 기본으로 한다고 한다. 사용하는 재료도 엄격하다. 목재 패널 위에 리넨 천을 덮고, 토끼 가죽 접착제와 탄산칼슘 혼합물로 한층을 입힌 다음 사포질을 하여 매끈하게 만든다. 땅과 사람을 상징하는 붉은 점토도 사용한다. 신성한 지식과 지혜, 천국, 깨달음을 의미하는 금(gold) 역시 중요하다. 먼저 성화를 그리고 그 위에 금박을 붙여서 그림에 신성을 결합시키는 과정이다. 물감으로는 계란 노른자에 미네랄, 야채 및 동물 원료와 같은 천연 색소를 넣은 수제 페인트인 계란템프라를 사용한다. 그림이 완성되면 표면에 니스칠을 한다. 설명이 끝나자 성화에 금박을 입히는 과정을 시연하였다. 설명을 듣고 시연을 보고 나니 성화에 대한 신뢰와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안에 있는 가게에는 엄청나게 많은 성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가격은 만든 방법과 재료, 크기에 따라 다양했다. 제법 비싼 편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마음을 끌었던 7가지 슬픔의 성모(Our Lady of Sorrows)를 구입했다. 두 손을 가슴에 올린 성모마리아의 가슴을 일곱개의 칼이 찌르는 모습이다. 성모님이 사람들의 슬픔과 어려움을 덜어주신다는 표현이라고 한다. 삶에서 우리 모두는 고난과 슬픔에 노출된 약한 존재이다.   

이제 절벽 위로 올라간다. 깎아지른 높은 절벽과 그 위에 있는 수도원이 보였다. 메테오라는 하늘 또는 천국에 떠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공중 수도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높이 올라갈수록 신과의 거리가 가까워진다고 믿었다. 메테오라에는 많을 때는 24개의 수도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 중 많은 곳이 문을 닫았으며, 지금은 6개가 유명하다. 특이하고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영화 촬영도 여러번 있었다. 1982년 개봉한 007 유어 아이스 온리를 비롯해서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 2002), 툼 레이더, 판도라의 상자(2003),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2011) 등이 있다.  

절벽 위의 수도원을 확대시켜 보았다. 

메테오라는 과학적인 면에서도 흥미로운 곳이다. 약 6천만년 전에 이 곳은 얕은 바다였다. 강을 따라 내려온 모래와 진흙이 계속 쌓여서 두꺼운 층을 이루고 눌리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눌리고 달라붙어 퇴적암이 되었다. 이 곳에는 사암이 많다고 한다. 오가는 길에 관찰해보니 역암도 많았다. 약 3천만년 전에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이 충돌하여 사이에 있던 층은 서서히 융기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 본토의 핀도스 산맥도 생겼다. 그 후 바람과 물에 의한 침식이 계속 일어났다. 그 결과 퇴적암층이 드러나게 되고, 메테오라 절벽이 생겼다. 특히 이 지역의 사암은 단단해서 쉽게 침식되지 않았다. 주변의 약한 암석이 깎여 나가면서 최대 높이 400m에 이르는 바위 절벽과 첨탑을 이루게 되었다. 주위에는 동굴도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 특이한 지형은 14세기부터 수많은 수도원의 본거지가 되었다. 동방정교회 수도사들은 세상과 단절된 은둔 속에서 영적인 생활을 추구했다. 바위첨탑 위에 위태롭게 자리잡은 수도원은 자연, 역사, 영성이 어우러진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절벽 위로 올라갔다. 여기 저기 절벽 위에 자리잡은 수도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감탄이 나왔다.  

처음 방문하는 수도원은 성스테판수도원(The Holy Monastery of Saint Stephen)이다. 절벽 너머로 수도원이 보였다. 메테오라 절벽군락의 남쪽 끝이자, 칼라바카 바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해발 510m 높이이다. 12세기 후반부터 수도사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수도원 건물은 14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완성되었다. 18,19세기에 다시 건물과 수도원을 지어서 오늘날과 거의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1961년에 수녀원으로 바뀌었다. 많은 관광객이 수도원을 향하고 있었다.

수도원은 돌다리로 도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돌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깊은 협곡이 수도원을 세상과 격리시키고 있었다. 

수도원 현관으로 들어갔다. 수도원에 대한 소개와 성화가 눈에 띄었다.   

수도원 입구를 지나자 수녀님들의 숙소가 보였다.  

안쪽에 있는 박물관과 교회로 올라가는 계단도 관광객으로 붐볐다. 

안쪽에는 마당이 있었다. 그 끝에서 칼라바카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전망이 훌륭했다. 

마당에서 수도원 건물을 바라보았다. 왼편은 1798년에 세운 성당이고 오른편은 박물관(오래된 교회, 15세기에 설립)이다. 박물관에는 소박하지만 수도원에서 사용했던 오래된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건물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성당 내부는 구조가 복잡하고 많은 그림과 십자가가 벽과 천장에 그려져 있었다.   

수도원 관람을 마치고 수도원과 주변 모습을 담아보았다. 아름다운 곳이었다. 

다른 수도원으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에도 절벽 첨탑 위에 있는 다른 수도원이 보였다.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루사노스 수도원(Holy Monastery of Rousanos - Saint Barbara)이다. 성 니콜라스 아나파프사스와 바를람 수도원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없었고, 사다리만 있었다고 한다. 1930년에 다리 2개를 건설해서 세상과 연결되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있는 수도원을 올려다 보았다. 수도원으로 가려고 한참동안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이 거의 끝날 무렵 수도원이 보였다. 왼쪽에는 관광객이 출입할 수 없는 문이 나왔다. 수녀님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오른쪽에 있는 계단을 오르고, 다리를 건너야 했다. 

수도원은 3층이었다. 1층에는 1545년에 건설된 카톨리콘이 있었다. 카톨리콘은 동방정교회에서 성당을 부르는 이름이다. 이 수도원에서 가장 큰 성전이다. 십자가 모양의 기둥 두 개가 있고, 정사각형 모양 공간을 타원형 돔이 덮고 있다고 한다. 다른 두층에는 리셉션 공간, 방과 보조실 등이 있다. 수도원은 14세기에 건립되었고, 16세기에 개조를 해서 폐허가 된 교회를 재건했다. 그 후 정치적 변동으로 박해받는 개인과 가족의 피난처 역할을 했다. 19세기에는 쇠퇴하게 되었고 일부 수도원 수도사들의 은둔처로 전락했다. 1980년에 복원한 후 수녀원으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 오지의 수도원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수도원의 테라스에는 아담한 종탑이 있었다.  

수도원 테라스에서 메테오라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겼다. 특이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멀리 보이는 절벽 기둥 위 수도원이 신비로움을 더했다. 

수도원에서 내려다 보니 잘 가꾸어진 수도원 정원도 보였다.  

남서 방향을 바라보니 앞에 보이는 낮은 봉우리에도 작은 수도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폭의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었다.

메테오라 방문을 마치고 칼라바카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점심을 먹으로 갔다. 대기 줄이 너무 길었다. 볶음밥과 닭고기 요리를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패키지의 마지막 식사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여기 저기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미국 시카고 한인 여행사를 통해서 단체 여행을 온 교민들이었다. 시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제 아테네까지 가야한다. 350km를 달리는 긴 여정이다. 버스는 핀더스 산맥을 오른쪽에 두고 계속 남으로 달렸다. 중간에 휴게소에 정차했다. 다시 친근한 한국말이 들렸다. 서울 화곡동 성당에서 온 성지순례팀이었다. 마침내 아테네에 도착했다. 이제 우리가 식당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호텔 프론트에서 추천한 곳으로 갔다. 광장에 자리를 만들어 놓은 곳이다. 그리스는 식당이 자정까지 열고 있었다.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에 휴식 시간도 없었다. 시간 때문에 식사를 못할 이유가 없는 곳이다.   

에그플랜트딥을 주문했다. 직원이 머뭇거린다. 딥은 빵을 찍어 먹는 것이라고 한다. 빵을 추가로 주문했다. 그리고 새우파스타와 오늘의 숩(양고기)을 시켰다. 훌륭한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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