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31
피르스트와 쉬니게플라테를 돌아볼 예정이다. 먼저 그린델발트로 갔다. 피르스트 곤돌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했다. 뒤에 보이는 산과 계곡에 아침햇살이 비추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보이는 산마다 거의 수직으로 서있는 면을 가진 사면체 같다. 빙하의 예술 작품이다.
그린델발트를 구경하면서 피르스트 곤돌라를 향해 걸었다. 곤돌라 탑승장 앞에는 자전거와 스키 렌탈숍들이 늘어서 있었다. 알프스의 고봉을 마주하면서 즐기는 액티비티의 천국답다.
봄, 여름, 가을에는 패러글라이딩, 글라이더, 플라이어, 마운틴 카트, 트로티바이크 등을 할 수 있고 겨울에는 스키 명소이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 그린델발트역에서 출발하면 보어트역, 슈렉펠트역, 피르스트역이 있다. 중간 역마다 할 수 있는 액티비티 종류가 다르다. 보어트역에 내리면 트로티바이크를 탈 수 있다. 스쿠터와 자전거를 섞어 놓은 것 같았다. 그 다음 역인 슈렉펠트에서는 글라이더와 마운틴 카트를 탈 수 있다. 보어트 역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려온 마운틴 카트를 곤돌라에 부착시켰다. 아래 사진의 곤돌라 창 밖에 보이는 바퀴달린 것이 마운틴카트이다.
곤돌라에는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가진 사람들이 같이 타고 있었다. 호기심에 물어보니 3시간 정도 탈 예정이라고 한다. 오늘 동호인들이 그린델 발트 계곡에 있는 세 곳의 좌표점을 지나서 인터라켄까지 가는 대회를 한단다. 대회 참석차 한국에 와본적도 있다고 했다. 대단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마운틴 카트를 타기 위해서 슈렉펠트역에서 내렸다. 글라이더와 카트를 타는 곳 안내판이 서 있었다.
이른 시간이고 성수기도 지난 탓인지 대기 줄이 길지 않았다. 현장에서 표를 샀다. 안전과 책임에 대한 문서에 온라인으로 서명하고 나서야 카트를 타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헬멧을 쓰고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고 출발했다. 크게 다치면 구조 헬기를 요청해야 하는데 모든 비용은 본인 부담이라고 했다. 어차피 속력을 즐길 마음은 없었다. 마운틴카트 조작은 어렵지 않았다. 세발 자전거 같기도 하고, 뉴질랜드에서 타보았던 루지하고도 비슷하다. 멋진 경치를 바라면서 천천히 내려갔다. 이렇게 알프스의 멋진 경치와 경사를 온몸과 마음으로 체험했다.
마운틴 카트를 반납하고 다시 곤돌라에 올랐다. 30대 초반 한국계 미국 여성을 만났다. 동양계 남편과 같이 여행중이었다. 각각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대단하다. 우리 여행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했다. 우리는 그 나이에 여행도 못했었는데... 은퇴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해 주었다.
피르스트역에서 내렸다. 해발 2184m이다. 바흐알프제 호수까지 걷기로 했다. 2시간 남짓 걸리는 것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피르스트 주변은 정말 아름다웠다. 웅장한 아이거 북벽이 주위를 압도하는 듯 보였다. 길게 튀어나온 전망대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지어 있었다.
호수로 가는 길은 무척 아름다웠다. 알프스의 웅장한 산의 절벽과 그 앞을 지나는 깊은 그린델발트 계곡이 만들어내는 대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쾌청한 날씨와 오전의 햇빛은 명암을 뚜렷하게 만들어 아름다움을 배가 시켰다.
그런데 바흐알프제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었다. 구비구비 이어지는 트레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고산지대여서 나무는 없고 온통 초지가 펼쳐져 있다. 따가운 햇살에 그늘이 그리웠다. 만만한 길이 아닌데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적지 않았다. 호수를 갔다 오는 스위스 사람들과 대화도 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반가워하면서 스위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친절하고 유쾌한 사람들이다.
중간에 행복한 소들을 또 만났다. 사람과 접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감촉이 부드러웠다.
한참을 걸어서 드디어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는 2개였다. 호수가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알프스 높은 봉우리가 배경이 되어 더욱 멋지게 보였다.
잔잔한 호수가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면서 한참을 쉬었다. 하늘과 호수 그리고 주변의 연녹색 사면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트레일은 계속 이어졌다. 우리는 여기서 되돌아 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취미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메고 하늘로 날아갈 곳을 찾아 걷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았다. 길게 이어진 비탈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대단해 보였다. 자전거가 좋은 것일까 아니면 근력이 좋은 것일까? 스위스에 와서 취미활동과 체력에 대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피르스트에 거의 도착했다. 피르스트절벽길(First Cliff Walk)이 멋지다. 전망대 두 곳에서 사람들이 알프스 절경을 보고 있었다. 절벽길을 따라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피르스트역을 향해 걸었다.
역에 가까워오자 하늘은 온통 패러글라이더를 타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과연 액티비티의 천국이다. 저 곳에서 내려다 보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흐알프제 호수까지 왕복 4시간 가까이 걸렸다. 힘들었다. 베르그레스토랑 파라솔 밑에 앉았다. 규모가 제법 있는 곳이다.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왔다. 알프스 경치를 보면서 식사를 했다. 와인도 한잔 곁들였다. 피로가 좀 풀리는 것 같았다.
피르스트에서 그린델발트로 내려왔다. 쉬니게플라테로 가기 위해서 인터라켄의 빌더스빌 역으로 이동했다.
쉬니게플라테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플랫폼이다. 꽃 위에 앉아서 쌍안경으로 보고 있는 조각이 서 있다. 쉬니게플라테는 알프스 야생화와 경치를 조명하는 관광명소인 것 같다. 밤에는 별을 잘 볼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쉬니게플라테에서 온 기차가 도착했다. 악기를 가진 스위스 전통 민속 복장을 한 신사가 창밖을 보고 있었다. 스위스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팀이 내렸다. 아뿔사, 좀 더 일찍 갔더라면 민속 공연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
올라가는 기차에서 인터라켄 시가지와 튠호수가 내려다 보였다. 참 아름답다. 옆자리에 벨기에에서 온 여행객이 앉아 있었다. 머리를 식히려고 가끔 스위스에 온다고 한다. 벵겐에 머무르고 있단다. 시골 출신이어서 작은 산간 마을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하고 비슷한 것 같다. 이 곳은 트래킹을 하러 올라간다고 했다.
쉬니게플라테에 도착했다. 가족 여행객이 많았다. 고도가 높지 않아 부담이 없는 곳이다. 어린이 놀이터도 잘 갖추어져 있다. 한편 스위스의 전통 문화와 자연을 접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곳에는 알파인 식물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알프스의 고유 식물들을 보호하고 재배하는 곳이라고 한다.
멀리 알프스의 높은 봉우리가 늘어서 있었다.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봉우리 위에 뭉게 구름이 살짝 덮혀 있었다. 그 쪽에 바람이 제법 부는 모양이었다.
좌측에 보이는 절벽에는 습곡이 잘 드러나 있었다. 습곡은 지층이 휘어진 것이다. 알프스 산맥은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해서 생겼다. 그 과정에서 바다 밑에 쌓인 두꺼운 지층이 휘어지고 높이 솟아오르게 된다. 알프스는 그렇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수평방향의 힘 때문에 습곡은 점점 더 휘어서 결국 옆으로 누운 모양이 되는 것이다. 횡와습곡이다. 아래 사진에서는 좌측의 검은 지층 부분에 횡와습곡이 잘 보인다. 선명한 습곡을 보게 되어 감명스러웠다. 지구에서 일어난 거대한 변동의 흔적을 만났다. 인간의 시간과 공간 규모로는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사건이다. 지층에 남아있는 흔적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알파인 식물원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알프스의 고원지대에 사는 독특한 식물들이 여기 저기 심어져 있다. 작은 팻말에 식물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작은 식물들이었다.
레스토랑과 호텔이 있는 쪽으로 난 길을 걸었다. 융푸라우와 라우터부르넨 계곡이 잘 내려다 보였다. 참 아름다운 곳이다.
스위스 기차의 톱니바퀴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톱니바퀴와 레일 기술도 발전해 갔다고 한다. 우측에 있는 것이 새로운 톱니바퀴라고 한다. 좌측 톱니바퀴보다 훨씬 더 안전할 것 같았다.
쉬니게플라테를 돌아보고 역으로 왔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려오는 기차에서 인터라켄과 호수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여기 저기에서 소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빌더스빌역에서 숙소는 멀지 않았다. 숙소 입구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환영 문구가 붙어 있었다. 훌륭한 호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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