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30
20년 전에 서유럽 패키지로 방문했던 융푸라우의 기억이 희미하다. 그린델발트 터미널에 도착했다. 댈리겐에서 20여분 정도 걸렸다. 지은지 오래되지 않은 건물이다. 주차장도 넓고 쾌적하다. 코로나 확산 때문에 관광객이 없을 때 철저하게 준비한 것 같았다. 3일치 융프라우 여행 패스(Jungfrau Travel Pass)를 구입했다. 융프라우 인근의 모든 교통수단(곤돌라, 기차,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표이다. 반값 할인 카드를 이용해도 1인당 165프랑이다. 일인당 25만원 정도이다. 하루 8만원 정도라고 생각하니 위안이 된다. 그런데 융프라우 정상 가까이에 있는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기차표는 별도로 사야한다. 이 표 가격 역시 만만치 않게 비싸다. 어쩌랴.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먼저 아이거 익스프레스라는 곤돌라를 탔다. 중간에 있는 아이거글래쳐까지 직통으로 간다. 새로 만든 것이다. 우선 크기가 엄청나다. 좌석만 해도 거의 30석에 가깝다. 겨울에도 좋은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유리에 열선을 넣었다고 한다. 이 곤돌라를 우리 둘만 타고 올라갔다. 황제관광이다. 기차와 비교할 때 시간도 훨씬 적게 걸린다고 한다.
아이거익스프레스는 케이블이 3개인 최신 곤돌라이다.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너무 훌륭하다. 길게 이어지는 비교적 완만한 산사면에는 숲과 초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초지에는 그림같은 집들이 군데군데 서 있었다. 아름답고 평화스럽다. 멀리 깊은 U자곡과 가파른 사면이 대비를 이룬다.
아이거글래쳐에 도착해서 아이거익스프레스를 사진으로 남겼다. 스위스는 관광산업에 진심이다.
아이거글래쳐 역에서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기차를 탔다. 시종일관 터널을 통과했다. 전망을 기대할 수 없었다. 중간에 한번 정차를 했다. 만년설을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 가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내리지 않았다. 이 높은 곳까지 터널과 톱니바퀴 기차를 놓는 스위스의 기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했다. 융프라우는 젊은 여인, 융프라우요흐는 젊은 여인의 어깨라는 뜻이다. 기차로 갈 수 있는 높이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 이다. 해발 3454m이다. 한 바퀴를 돌아서 이 곳 저 곳을 관광하도록 되어 있다. 주로 실내로 연결되어 있었다. 역 주위에는 레스토랑, 커피숍, 기념품점, 린트쵸콜렛숍 등이 이어져 있어서 쇼핑몰에 온 것 같았다. 관광객은 갈 수 없지만 연구소도 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핑크스 전망대로 올라갔다. 천문관측돔이 있는 건물이다. 비로소 실외로 나왔다. 해발 3571m라고 한다. 전망대에서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알레취 빙하를 다시 만났다. 어제는 이 빙하를 옆에서 보았는데 오늘은 위에서 내려다 본다. 이 모습 또한 장관이다.
가까이에 융프라우 봉우리가 보였다. 해발 고도가 4158m이다. 온통 빙하로 덮힌채 정상 부분에만 암석이 노출되어 있다.
뒷편으로 빙하가 흐르는 계곡이 보였다. 계곡 옆면의 경사가 급한 U자곡이다.
융프라우요흐는 Top of Europe이라는 별명이 있다. 알프스산맥에서는 몽블랑이 최고봉이다. 이 별명은 상가와 연구소 기차역이 어우러진 건축물 때문에 생긴 것 같다.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조금 이동하니 얼음 궁전이 나왔다. 빙하를 뚫어서 만든 동굴이다. 투명한 빙하에는 수평으로 층이 보였다. 빙하는 눈이 쌓이고 쌓여서 눌리면서 생기기 때문이다. 얼음으로 만든 멋진 조각들도 많았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얼음대지(ice plateau)로 올라갔다. 두번째로 밖으로 나왔다. 융프라우가 더 가까이 보였다. 빙하 위를 걸어볼 수도 있는 곳이다.
융프라우요흐는 너무 상업적으로 바뀐 것 같았다. 백화점이나 공항 면세점을 한바퀴 도는 기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기차를 타고 아이거글래쳐로 내려왔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웅장한 알프스 봉우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위압적이다.
아이거글래쳐 인근 지역은 트래킹의 명소로 유명하다. 암벽 등반의 세계적 명소인 아이거 북벽 아래에 트래킹 코스가 길게 뻗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산책을 한 후 다시 아이거익스프레스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펼쳐지는 그린델발트와 주변 경치는 너무 아름다웠다. 웅장한 산과 계곡이 마을과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경관을 이루었다.
그린델발트 터미널에 도착해서 조금 이동하니 맨리헨으로 가는 곤돌라를 탈 수 있었다. 맨리헨은 아이거, 묀히, 융푸라우의 높은 봉우리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곤돌라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올라갔다. 중간 기착지를 통과하여 바로 맨리헨으로 갔다.
맨리헨은 해발 2230m였다. 맨리헨역에서 나오자 바로 놀이터가 나왔다. 나무로 만든 큰 소 모형 미끄럼틀이 서 있었다. 소를 많이 키우는 지역인가 보다.
로열워크라는 비교적 길지 않은 트레일을 걸었다. 언덕 위에 왕관 모양의 전망대가 보였다. 이 곳에서는 오른 쪽에는 그린델발트, 왼쪽에는 라우터부르넨을 볼 수 있었다. 오르막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오른쪽에는 그린델발트가 있는 계곡과 산이 멋지게 펼쳐져 있었다.
왕관 모양의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 뒤에 보이는 계곡이 라우터부르넨이다. 배경으로 알프스 높은 봉우리들이 병풍을 세워놓은 것처럼 이어져 있었다. 숨막히는 광경이었다.
라우터부르넨 골짜기를 내려다 보았다. 2단으로 되어 있다. 가장 깊은 골짜기가 라우터부르넨이고, 중간에 있는 평지에 벵겐이라는 마을이다. 빙하에 의해서 깊게 침식된 골짜기이다. 계곡의 양면은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벵겐으로 가보기로 했다. 트래블패스로 탑승할 수 있었다. 5프랑을 더 내면 위층에 탑승할 수 있었다.
뱅겐(Wengen)에서는 어디에서나 융프라우가 잘 보였다.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에는 관광객을 위한 호텔과 가게들이 많았다.
마을 가운데에는 큰 공원이 있었다. 체육시설도 있고 놀이터도 있었다. 큰 체스판과 말도 마련되어 있었다.
계속 이동하다보니 점심 먹을 시간을 놓쳤다. 허기를 달래려고 빵집에 들렀다. 다양한 빵을 팔고 있었다. 공원에 앉아서 빵을 먹었다. 참새들이 발 아래 몰려들었다. 빵 부스러기를 나누어 주었다.
케이블카역 입구에는 장난감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위에서 쇠구슬을 놓으면 여러 다양한 과정을 거쳐서 굴러 내려와 둥근 원판에 도달하는 아주 길다란 장치였다. 한 아이가 재미있어 하면서 놀이를 하고 있었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과학 원리를 체험시키는 좋은 시설이다. 과학 문화가 우리보다 한참 앞서있는 나라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맨리헨으로 올라왔다. 맨리헨의 전경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유명한 세개의 높은 봉우리가 한꺼번에 보였다. 좌측에 아이거, 구름에 살짝 가린 묀히, 그리고 오른쪽에 융프라우 봉우리이다.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곤돌라를 타러 가는 길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소들을 만났다. 넓은 초지에서 마음 껏 풀을 뜯고 있었다. 줄을 매어 놓지도 않았다. 사람이 다가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목에는 큰 종을 달고 있었다. 소들이 움직일 때마다 종소리가 음악처럼 울려 퍼졌다. 스위스에서는 반드시 소고기를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맨리헨에서 곤돌라를 타고 다시 그린델발트 터미널로 돌아왔다.
긴 하루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맛있는 한식 저녁상이 펼쳐졌다. 역시 호텔보다는 에어비앤비가 좋다.
스위스: 쉴트호른, 트뤼멜바흐폭포, 하더쿨름 (9) | 2024.11.11 |
---|---|
스위스: 피르스트, 쉬니게 플라테 (11) | 2024.11.08 |
스위스: 알레취 빙하, 그림젤패스, 아레 협곡(Aareschlucht) (10) | 2024.11.04 |
스위스: 체르마트, 고르너그라트, 고르너 협곡 (6) | 2024.11.02 |
스위스: 로잔 라보 포도원 테라스, 체르마트 (8) | 2024.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