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8
태쉬역으로 갔다. 매표소에서 체르마트 가는 표와 함께 고르너그라트로 가는 기차표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 건미의 독일어가 위력을 발휘했다. 스위스 반값 할인권을 구입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체르마트에 내려서 가까이에 있는 고르너그라트 기차를 타러 갔다. 가는 길에 산악 자전거를 가지고 기차를 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나이도 적지 않아 보이는데 알프스에서 액티비티를 즐기는 모습이 부러웠다.
고르너그라트행 기차에 올랐다. 많은 여행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우리 주위에는 나이든 미국 단체 여행객들이 자리를 잡았다. 앞에 있는 부부는 미국 네바다주에서 왔다고 했다. 단체 여행 가이드는 열심히 설명을 했다. 덕분에 우리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올라가자 창 밖으로 체르마트와 마테호른이 보였다. 날씨가 이렇게 쾌청하다니 정말 운이 좋다. 오전이라서 햇살이 봉우리를 정면으로 비추고 있었다. 구름도 거의 없어서 멋진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마테호른을 좀 더 확대하여 보았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햇빛에 빛나는 날카로운 봉우리는 멋진 자연의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해발고도가 4478m로 스위스 최고봉이다.
올라가면서 창가에 보이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스위스 알프스의 경관은 최고인 것 같다. 한참을 올라가서 제일 마지막 정거장인 고르너그라트역에 내렸다. 해발 3089m이다. 웅장한 빙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고도가 높은 곳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빙하는 기후변화 때문에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빙하 하단에는 흙이 드러나 있었다. 미래가 염려스럽다.
윗쪽에는 천문관측돔이 보였다. Stellarium Gornergrat이다. 베른대학과 제네바대학의 과학연구센터이다. 원격으로 천문 관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을 위한 천문관측 프로그램도 있다고 들었다. 관측돔 바로 앞에는 작은 교회 건물이 있었다.
마테호른은 주변 봉우리보다 두드러져 보였다. 선명한 모습을 마주했다는 기록을 사진으로 남겼다.
고르너그라트에는 아주 많은 트래킹 코스와 산악자전거 코스가 있었다. 알프스는 산악인과 자전거의 천국이다.
주변을 걷다보니 멀리 다른 쪽 산들이 보였다. 빙하 침식으로 생긴 날카로운 높은 봉우리들, U자곡, 빙하의 모습이 함께 어우러져 무척 아름다웠다. 가까운 곳에는 둥그런 빙하호수가 자리잡고 있었다. 트래킹 코스가 여기 저기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 이국적이다.
고르너그라트역으로 돌아왔다. 플랫폼 너머에는 금빛 객차가 서 있었다. 마테호른 사진을 찍는 장소인 것 같았다.
기차를 타고 체르마트로 돌아왔다. 산 위에는 올라가 보았으니 고르너 협곡을 가보기로 했다. 협곡을 가려면 시가지를 가로 질러야 했다. 덕분에 체르마트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 호텔과 상가가 늘어선 좁은 길을 지나자 시야가 넓어졌다. 마테호른 박물관 건물이 나타났다. 지역 역사와 마테호른 등산가에 대한 전시가 있다고 한다.
스위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라끌렛과 돼지고기 구이였다. 그라파와 맥주도 곁들였다.
다시 협곡을 향해서 출발했다. 전통가옥에 자리잡은 도서관이 이채로웠다.
따가운 햇살 속을 한참 동안 걸어서 고르너 협곡 입구에 도착했다. 약간의 입장료가 있었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고 했다. 절벽 사이에 깊은 협곡이 자리잡고 있었다. 협곡 바닥에는 희뿌연 청색 강물이 흘렀다. 협곡 중간에 목재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체르마트시는 1886-87년에 4인의 주민들에게 이 길을 만들도록 했다고 한다. 이 길이 없으면 접근할 수 없는 협곡이다. 그래서 입장료를 받는 것 같았다.
이 협곡의 암석은 중생대의 세르펜티나이트(Serpentinite)라고 한다. 변성암의 일종이다.
협곡을 따라 올라가니 길이 끝나는 곳에 체르마트로 가는 이정표가 나왔다. 멀리 체르마트가 보였다.
오솔길을 따라 체르마트로 내려왔다. 스위스 전통가옥인 샬레가 보였다. 벽은 나무로, 지붕은 점판암으로 만들었다. 주변의 새로 지은 샬레는 호텔로 사용하고 있었다.
체르마트를 둘러보면서 내려왔다. 젤라토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마침 고르너그라트에서 만났던 한국인 여행자들을 다시 만나서 여행담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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