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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쉴트호른, 트뤼멜바흐폭포, 하더쿨름

유럽 여행/스위스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4. 11. 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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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라우터브루넨 계곡을 가는 날이다. 어제와 그제 방문한 그린델발트는 융프라우의 동쪽이고, 라우터브루넨은 서쪽이다. 다른 방향에서 융프라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라우터브루넨은 우리 부부 사이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TV 여행 프로에서 이 곳을 소개하고 있었다. 문득 그 뜻이 궁금해서 독일어를 잘하는 아내에게 물었더니 다짜고짜 '시끄럽다'고 대답했다. 뜻밖의 대답에 내가 화를 냈다. 나중에 알고보니 라우터브루넨이 시끄럽다는 뜻이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다. 정확하게는 더 시끄러운(lauter) 샘(brunnen)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크고 작은 폭포가 70여개나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그 뒤로 스위스에 가게 되면 정말로 시끄러운지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댈리겐을 출발했다. 눈부신 아침 햇빛을 마주하며 20분 정도 운전해서 라우터부르넨 역에 주차했다. 먼저 쉴트호른을 방문하고, 다음에 라우터브루넨을 돌아볼 예정이다. 역사와 이어져 있는 승강장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그뤼취알프로 올라갔다. 5분 정도되는 짧은 거리였다. 

그뤼취알프에는 뮈렌으로 가는 기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2칸 짜리 쾌적한 열차였다. 좌측 창으로 알프스 산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뮈렌은 라우터부르넨 옆 절벽 위에 있었다. 자동차를 볼 수 없었다.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곳이다. 인구가 500여명인 알프스 리조트 마을이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 법한 곳이다. 골짜기 건너편에는 아이거와 묀히 봉우리가 줄지어 서있었다. 전망대를 겸한 마을 공원에는 광물 결정과 사슴 뿔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지역 특산물인가 보다.  

스위스 전통 가옥인 샬레 스타일 목조 건물들이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주로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다. 아름다운 마을이다.

융프라우의 서쪽 모습을 보려면 쉴트호른으로 가야 한다. 그 곳으로 가는 곤돌라 정거장은 제법 멀었다. 뮈렌과 알프스 풍광을 즐기면서 걸었다. 융프라우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었던 트래블 패스는 이 곤돌라에서 이용할 수 없었다. 승차권을 구입하고 곤돌라에 올랐다. 

곤돌라는 1000m 가량의 높이를 가파르게 올라서 중간역인 비르크에 도착했다. 작은 봉우리로 해발고도가 2684m이다. 이 곤돌라는 한 때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것이었다고 한다. 겨울에는 유명한 스키장이다. 그 때를 대비하는 듯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곤돌라를 갈아 타고 올라갔다. 아래에 보이는 능선에는 둥그런 빙하 호수가 나타났다. 드디어 쉴트호른 정상에 도착했다. 곤돌라역은 비교적 큰 둥근 건물에 있었다. 카페와 실내 전망대, 기념품 판매점이 먼저 나왔다. 맨 위층에는 피즈 글로리아라는 회전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었다. 45분마다 한 바퀴씩 회전한다고 한다. 앉아서 주변의 멋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쉴트호른은 007영화 촬영장으로 유명하다. 1969년에 '007여왕폐하 대작전'을 촬영했다고 한다. 본드 프로덕션은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전 레스토랑과 헬기 착륙장 건설을 재정적으로 후원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건물 내의 복도, 화장실, 스파이월드 상영실, 전시실 뿐 아니라 외부의 산책로 주변에도 온통 영화 로고가 붙어 있다.   

건물 밖 전망대로 나왔다. 해발 2970m이다. 우리나라 최고봉인 백두산보다도 200m 가량 더 높다. 이 곳에서는 1928년부터 아마추어 알파인스키 대회(인페르노)를 개최해 왔다고 한다. 세계 최장 길이의 스키 경기일 것 같다. 거의 해발 3000m에서 1500m 가량을 활강해 내려가는 셈이다. 여름에는 인페르노 3종경기(Inferno Triathlon, 수영, 사이클, 마라톤)와 해프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라우터브루넨 계곡에서 이 곳 정상까지 달리는 것도 포함된다. 거의 2000m의 고도를, 중력을 몸으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유럽 사람들은 신체적 능력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알프스에 만난 산악자전거, 패러글라이딩, 하이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스포츠를 문명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했던 그리스의 전통이 이어진 것일까? 

전망대에서는 200여개의 봉우리가 보인다고 한다. 먼저 남서 방향 능선을 바라보았다. 하얀 빙하가 여기 저기 남아있는 날카로운 산 능선이 이어진다. 산 사면은 거의 절벽에 가깝다. 앞에는 사면 중간이 의자처럼 튀어나온 봉우리들도 보였다. 특이한 지형이다. 

북쪽 방향으로는 멀리 산맥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을 이루는 쥬라산맥일 것이다. 최고봉이 1720m로 알프스보다는 낮은 산맥이다. 쥬라는 셀틱어로 숲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쥬라산맥에서 중생대 쥬라기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에서 알 수 있듯이 공룡이 포효하던 시기이다. 

북동방향으로 눈을 돌리자 알프스 산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좌측 멀리 낮은 산은 어제 방문했던 쉬니게플라테, 가운데 녹색으로 길게 이어진 산줄기는 그저께 방문했던 맨리히가 있는 곳이다. 우측에 뾰족하게 솟아오른 봉우리는 아이거이다. 바로 앞에는 곤돌라 중간역인 비르크 봉우리가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모습이지만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것 같았다. 융프라우를 3일째 돌아보니 주요 산과 위치를 얼추 알 수 있게 되었다. 

동쪽 방향을 바라보자 흔히 왕관 모양 같다고 이야기하는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봉우리가 좌측부터 차례로 잘 보였다. 융푸라우 앞에 쉴트호른 곤돌라가 한가하게 오르내렸다.

아이거의 웅장한 모습을 확대해 보았다. 깎아지른 서쪽 사면이 햇빛에 밝게 보였다. 암벽등반지로 유명한 북벽은 그림자 속에 들어있다. 남쪽 사면의 높은 골짜기에는 하얀 빙하가 흐르고 있었다.    

처음 보았던 남서 방향의 절벽을 다시 자세히 살펴 보니 아래에서 위까지 심하게 휘어진 지층들이 보였다. 온통 횡와습곡이다. 이렇게 높은 알프스 산맥은 쉽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수천만년 전부터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은 가까워지고, 충돌하게 되었다. 두 대륙 사이의 해저 퇴적층은 수평방향으로 압력을 받아 휘어지고 두꺼워졌다. 나중에는 대륙 부분끼리도 충돌하게 되고 그 결과 융기하여 더 높아지게 되었다. 그 뒤 빙하와 물에 침식되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을 이룬 것이다. 단단하게 느껴지는 지층이 심하게 구겨진 것을 보면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변동이 얼마나 강력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곤돌라를 타고 중간역 비르크로 내려왔다. 건물 밖에는 식당과 넓은 계단식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전망을 둘러보며 스릴워크(Thrill Walk)를 따라 걸었다. 눈 앞에 뮈렌과 라우터브루넨 계곡이 내려다 보였다. 앞에는 알프스 왕관이 펼쳐져 있다. 숨막히도록 아름답고 웅장했다.  

스릴워크 길을 따라 내려가자, 8m 길이의 흔들다리가 나왔다. 외줄을 두 발로 딛고 위의 두줄을 양손으로 잡고 건너도록 되어있다. 철망으로 된 바닥 아래는 허공이어서 아찔하다.  

조금 지나자 투명 바닥으로 된 데크 길이 나왔다.

그 다음에는 8 m 길이의 원형 철망 터널이 나왔다. 동심으로 돌아가서 통과해 보았다. 그 다음에는 트레일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왔다. 우리는 되돌아서 전망대로 돌아왔다.  

스릴웍에서 만난 융프라우 전경이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융프라우의 윗 부분 밖에 볼 수 없어 아쉬웠던 참이었다. 융프라우의 웅장함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쉴트호른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이다. 

여러 방향의 멋진 경치를 즐긴 후, 곤돌라를 타고 뮈렌으로 내려왔다. 다시 기차와 케이블카를 타고 라우터브루넨으로 내려왔다. 이 계곡은 가장 깊은 빙하계곡이다. U자곡이어서 바닥은 넓고 양쪽 사면은 거의 절벽이다. 차를 몰고 계곡 안쪽으로 들어갔다. 라우터브루넨은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호텔과 레스토랑이 많은 것 같았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들이 계속 보였다. 절벽이 높은 탓에 폭포의 높이도 매우 길었다. 계곡 안쪽에서 라우터브루넨 계곡을 바라보았다.  

이 곳에도 여기 저기 폭포가 보였다. 그동안 날씨가 맑았던 탓에 폭포 줄기들은 가늘었고, 소리도 크지 않았다. 절벽에는 심하게 휘어진 습곡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알프스이다.

동굴 속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보러갔다. 트뤼멜바흐폭포이다. 건미는 북소리(트뤼멜) 나는 시내물(바흐)이라는 뜻이라고 알려주었다. 라우터브루넨이라는 이름도 이 동굴 폭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동굴 속에서는 소리가 정말로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1인당 입장료 15프랑을 내고 들어갔다. 동굴과 계곡에 10개의 폭포가 있다고 한다. 리프트를 타고 동굴 중간 지점으로 올라가서 위와 아래의 폭포를 둘러본다고 소개되어 있다. 산 위의 빙하가 녹아서 생긴 엄청난 양의 물이 빙하 밀가루(빙하로 부서진 작은 암석 조각)를 운반해 온다고 했다.  

동굴 속으로 리프트를 타고 위로 한참을 올라갔다. 

리프트에서 내린 후 먼저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윗쪽은 동굴이 아니라 위가 열린 깊은 협곡이었다. 협곡은 아주 깊었다. 바닥에는 많은 물이 세차게 흘렀다. 서로 마주보는 협곡의 곡면 벽은 예상할 수 없는 멋진 공간을 만들었다. 이채롭고 아름다웠다.  

아주 멋진 폭포를 만났다. 계곡물은 폭포로 쏟아지고 구부러진 협곡을 따라 휘돌아치며 부서졌다. 그 아래에는 지그재그로 휘어진 협곡을 따라 밀키블루색 물길이 힘차게 흘러갔다. 지금도 이미 멋진 조각품을 물은 계속 다듬고 있는 것 같았다. 물의 작업 소리에 귀가 멍멍했다. 

협곡에는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위를 바라보니 갈라진 틈이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이어졌다. 빙하가 만든 U자곡 못지 않은 흐르는 물의 작품이다. 장관이었다. 

강물은 다시 폭포로 이어지고, 폭포는 다시 협곡을 감고 흘러 내렸다. 이 때는 다행히 수량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우비까지 필요하지는 않았다.

협곡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터널 길이 놓여져 있었다. 어두운 곳에는 조명도 설치되어 있었다. 덕분에 이 아름다운 동굴 폭포를 잘 즐길 수 있었다. 

상당히 높은 폭포도 만났다.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 만으로는 이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 없었다. 

감탄을 연발하며 트뤼멜바흐 폭포를 둘러 보았다.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봉우리의 빙하가 녹은 엄청난 물이 만들어낸 멋진 작품이다. 큰 감동을 간직한 채 인터라켄으로 이동했다.
인터라켄 동역에 주차를 하고 하더쿨름을 향해서 걸어갔다. 먼저 아레강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넜다. 다리에서 내려다본 강은 무척 아름다웠다. 물색이 빙하지역 답게 밀키블루색이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더쿨름으로 올라가는 기차를 타러 갔다.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융프라우 트래블 패스가 있어서 바로 이용할 수 있었다. 

하더쿨름으로 올라가는 빨간색 기차이다. 상당한 경사를 10분 정도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인터라켄이 내려다 보이기 시작했다.

하더쿨름은 인터라켄에서 제일 높은 전망대이자 공원이다. 정상에는 크고 멋진 카페가 있었다.  

전망대에서 인터라켄을 내려다 보았다. 인터라켄은 두 호수 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래에 인터라켄과 동쪽에 있는 브리엔츠 호수가 보였다. 산과 호수 그리고 도시가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방향을 돌려 서쪽을 바라보니 툰 호수가 보였다. 호수로 흘러드는 아레 강의 백청색 강물이 인터라켄 시가지와 대비되어 두드러져 보였다. 

하더쿨름을 돌아보고 내려왔다. 이번에는 앞줄에 앉을 수 있었다. 앞에 보이는 전망이 너무 멋졌다. 브리엔츠 호수와 인터라켄이 나무 사이로 보였다. 레일을 보니 가운데 있어야 할 톱니 레일이 보이지 않고 쇠줄만 보였다. 이렇게 경사가 심한데 미끄러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었다. 

하더쿨름 역에서 바라본 인터라켄의 모습이다. 아름다운 도시이다. 

숙소는 아주 가까웠다. 이제 인터라켄에서 마지막 밤이다. 독일 뤼데스하임에서 산 리즐링을 마시기로 했다. 

건미는 닭도리탕을 준비했다. 덕분에 긴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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