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2
오늘은 4박을 한 댈리겐을 떠나 루체른 근교에 있는 알프낙스태드(Alpnachstad)로 이동한다. 60km 거리에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숙소를 나서니 툰호수가 내려다 보였다. 마침 호수가를 따라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융프라우와 인근을 돌아보기 바빠서 가까운 호수에서 수영을 하지 못했다. 아쉽다.
인터라켄을 지나고, 브리엔츠 호수가를 달렸다. 오늘 가는 길은 마테호른이나 융프라우 지역보다는 고도가 낮아서 길이 험하지 않을거라고 예상했다. 얼마 가지 않아 구불구불한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잠시 후 터널이 나왔다. 그런데 터널 속에서 계속 핸들을 꺽어야 했다. 길은 360도를 넘게 회전했다. 다시 반대쪽으로 거의 한바퀴를 돌아서야 터널 밖으로 나왔다. 정신이 없다. 그 후로도 구불구불한 산길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힘든 길이었다. 중간에 아름다운 룽게르네 호수와 사메르 호수가를 통과했다. 산악 국가다운 길이었다. 목적지인 알프낙스타드역에 도착했다. 필라투스역은 가까이에 있었다. 역 앞에는 기차 조형물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산악열차라고 한다. 경사도가 최대 48%라고 되어 있다.
루체른 주변에는 잘 알려진 명산들이 있다. 리기, 티틀리스, 그리고 필라투스 등이다. 리기는 스위스 패스가 있으면 무료로 갈 수 있어서 인기가 좋다고 한다. 유람선으로 호수도 즐기고 산악열차도 탈 수 있다. 알프스 산맥을 조망하고,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티틀리스는 해발 3020m로서 만년설을 볼 수 있고, 경관도 아름답다고 한다. 우리는 일단 가까이 있는 필라투스산을 올라가기로 했다.
필라투스는 루체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산이다. 루체른 시내에서도 어디에서나 이 산이 잘 보인다고 한다. 산악열차에 올랐다.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산악열차는 한동안 가파른 사면을 올라갔다. 한쪽은 절벽, 다른 쪽은 계곡이 펼쳐졌다. 정상까지 4.6km이다. 1.6km의 높이를 올라간다.
산악열차에서 내려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유명 관광지답게 관광객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루체른 방향에서 구름이 올라온다. 시야가 나빠지면 아무 것도 볼 수 없을텐데.
우리가 올라온 알프낙스타드 방향을 내려다 보았다. 깊고 넓은 계곡과 등산로 그리고 멀리 산 능선만 보였다.
오른 쪽에는 필라투스 쿨름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1890년 세워졌다고 한다. 주 지정 보전건축물이다. 하루 정도 숙박하면 좋을 것 같았다.
호텔 뒷편에 있는 필라투스 쿨름에 올라갔다. 2132m라고 한다. 필라투스 최고봉이다. 건너편에 필라투스 봉우리와 호텔 벨뷰(둥근 건물) 그리고 좌측에 크리엔스로 내려가는 케이블카가 보였다. 구름은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알프낙스타드 쪽을 바라보았다. 여기도 이제 구름이 계곡을 타고 올라온다. 오늘은 좋은 전망을 즐기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필라투스 쿨름 능선을 따라 걸었다. 구름이 짙어져서 점점 시야가 나빠진다.
능선 끝에는 작은 아치가 있고 그 뒤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계단은 다시 트레일로 이어졌다. 우리는 중간까지 갔다가 뒤돌아왔다.
다시 능선 위로 올라오자 필라투스 정상의 전경이 보였다. 멋진 광경이다. 중세 전설에 따르면 이 곳에 치유력을 가진 용이 살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용은 필라투스의 상징이 되었다. 미국의 작곡가 스티븐 라이네케는 이에 영감을 받아서 '용의 산'이라는 오케스트라 음악을 작곡했다고 한다.
호텔 옆 광장으로 내려오는데 알프호른 소리가 들렸다. 연주자는 나이가 많은 분이었다. 관중을 위해서 친숙한 미국 팝송을 연주해 주었다. 단순한 악기로 다양한 음을 낼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호텔 건물 오른쪽에 있는 절벽에는 용의 길(Dragon Path)이 나 있었다. 터널 길이다. 전설 속 용이 살았던 굴 같았다. 중간에 둥근 구멍도 있어서 밖을 볼 수 있었다.
이 곳에서 필라투스 봉우리와 루체른 쪽으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볼 수 있었다. 구름이 짙게 끼어 있어서 신비한 느낌도 었다.
호텔 건물 내에는 필라투스에 대한 전시장이 있었다. 19세기에 운행했던 산악열차 모형을 볼 수 있었다. 증기 기관 열차였다. 1889년에 급경사를 다니는 톱니바퀴 증기기관 열차를 개통했다니 참 대단하다. 2001년 미국 기계공학회는 이 산악열차를 역사적인 기계공학 랜드마크로 지정했다고 한다.
지역의 동식물을 디오라마로 꾸며 놓았다. 산양, 토끼,사슴과 같은 다양한 초식동물과 고양이과 동물도 보였다. 뒤에는 맹금류가 있었다. 이처럼 험한 곳에도 다양한 생물들이 생태계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생명은 참 대단하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가자 용을 소재로 한 체험식 첨단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이 나왔다. 사람의 동작에 따라 용도 같은 자세로 날았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구름이 짙어져서 전망을 기대할 수 없었다. 알프낙스타드로 내려가기 위해서 산악열차를 타러 왔다. 그런데 탈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열차표가 아니라 케이블카 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 산악열차로 올라와서 케이블카로 내려가는 모양이었다. 매표소에서 주는대로 들고 온 탓이다. 크리엔스로 가면 한참을 돌아와야 한다. 사정을 이야기하니 열차표로 바꿔주었다. 독일어로 소통이 되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려오는 열차에서 루체른 호수와 주변 경관을 볼 수 있었다. 높은 산들과 넓은 호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필라투스역에는 용이 크게 붙어 있었다. 이 산의 상징이다.
숙소를 찾아왔다.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구한 집이다. 신축 건물 같다. 우리는 1층 전체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 곳에서 4박을 한다. 스위스는 나라가 크지 않고 철도 교통이 잘 되어 있다. 한 두 곳에 머무르면서 가고 싶은 곳을 다니는 것이 편리하다.
거실과 주방 모습이다. 넓고 쾌적했다. 식당과 침실도 넓었다. 호텔에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이다.
식료품점(알디 스위스)에 장을 보러갔다. 4일 동안 필요한 빵과 식재료를 구입했다. 알디는 상품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인 것 같았다. 건미는 저녁 식사로 야채와 생선 튀김을 준비했다. 와인을 곁들인 성대한 만찬이다. 즐거운 루체른 여행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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