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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베른, 로잔

유럽 여행/스위스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4. 10. 2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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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어제 독일 고속도 휴게소에서 스위스 고속도 통행권을 구입해서 자동차 앞 유리창에 부착했다. 통행권없이 스위스 고속도를 운행하면 벌금을 내야한다. 마음이 편안하다. 국경도시 바일 암 라인을 출발했다. 길을 잘못 들었는지 복잡한 바젤 시가지를 통과했다. 바젤은 도시도 크고 산업지대도 많았다. 첫번째 목적지는 베른이다. 점차 산세가 험준해지고 낮은 산자락에는 초지가 잘 가꾸어져 있다. 전형적인 스위스 모습이다. 한 시간 가량 달려서 베른에 접어들었다. 베른은 사실상 스위스의 수도이다. 인구는 13만여명이다. 구시가지는 1983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선 주차할 곳을 찾았다. 구시가지에 있는 카지노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건물에 화장실이 있으나 들어갈 수가 없다. 스위스 프랑화 동전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린 유로화 동전 밖에 없었다. 참 고약한 화장실 문화이다. 중심가 백화점(Manor) 4층에 있는 무료 화장실을 물어 물어 찾아갔다. 프랑화 동전을 환전하려면 베른 역으로 가야했다. 멀지 않아서 천천히 도시 구경을 하면서 걸어갔다. 왼편에 멋진 건물이 나타났다. 중앙에 큰 녹색 돔과 기둥을 가진 석조 건물이다. 연방정부 건물이다. 1900년을 전후에서 건설되었다고 한다. 중후한 석재와 고풍스러운 좌우 대칭적인 설계에서 권위가 느껴진다. 

 베른역은 규모가 제법 컸다. 환전소를 찾기 어려워서 안내데스크 도움을 받아야 했다.

환전소에서 충분할만큼의 스위스 동전을 확보했다. 환전할 때마다 스위스 4프랑을 수수료로 내야한다. 모든 것이 비싼 나라인 것 같다. 역사 밖으로 나오니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이 고풍스럽다. 

역사유물인 캐픽투름(Kaefigturm)을 찾았다. 붉은 바탕을 한 큰 시계를 가진 탑이다. 우아한 모습이다. 1256년에 베른의 성문이자 방어를 위한 망루로 세웠다. 구도심의 서쪽 경계였던 셈이다. 14세기에 도시가 팽창하고, 큰 화재를 겪은 후 불타버린 시계탑(Zytglogge)을 대신하는 역할도 하고,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감옥 건물치고는 호화스럽다. 1641년에 재건축되어 200년간 감옥으로 사용하다가, 1897년부터 베른지역의 문서보관소가 되었다. 1999년부터는 정치적 포럼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의 거리에는 분수탑 위에 인물 동상이 많았다. 이 곳에는 푸른 옷을 입고 물을 붓고 있는 여인상이 높이 서있다. '아나 세일러'라는 사람이다. 자기 집에 병원을 세운 여인이다. 베른 최초의 병원이었다고 한다. 훌륭한 사람을 기억하는 문화가 부럽다.  

번화가인 시장로(Marktgasse)를 따라 동쪽으로 250여m 쯤 걷자 시계탑(Zytglogge)이 나왔다. 처음에는 베른성의 성문이자 망루로 세웠다. 도시가 팽창하여 성안에 위치하게 되고, 1405년 대화재로 도시가 불탄 뒤에는 시계탑으로 재건축되었다. 천문시계와 음악연주 기능은 1530년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탑의 양쪽(서쪽과 동쪽)에 시계가 붙어 있다. 서쪽에 있는 시계는 일반 시계이다. 시침의 양끝에 태양과 달을 멋진 모양으로 붙여 놓았다. 바탕에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하단에는 좌측에 칼을 든 천사, 우측에 아담과 이브가 에덴에서 쫒겨나는 모습이다. 위에는 그리스 신화에서 양적인 시간을 의미하는 크로노스가 망토를 휘날리며 내려오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시간이 시작되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에덴에서 추방되면서 인간의 시간은 시작되었나 보다. 패러다이스에서 시간은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이 탑의 정수는 동쪽에 있는 천문시계와 음악 연주 기능일 것이다. 유럽 여행에서 천문시계는 만날 때마다 경이로웠다. 중세에는 시계나 달력이 귀했을 것이다. 농사나 생활에서 절기와 시간을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시간, 날짜, 계절을 모두 알려주는 천문시계는 매우 소중했을 것 같다. 시간은 지구와 천체의 움직임을 이용해서 정했다. 이 움직임은 매우 규칙적이기 때문이다. 정밀한 기계를 이용하면 시간과 계절을 나타낼 수 있었다. 탑의 동쪽면에는 시계 두 개가 있다. 위에 보통 시계가, 아래에는 천문시계가 붙어있다. 이 시계는 참 복잡해 보였다. 가장 바깥쪽 원은 검은색 바탕에 하루 24시간을 금색 로마문자로 표시했다. 그 내부 원판의 가장자리(보라색 부분)에는 날짜를 나타내는 눈금이 표시되어 있다. 그 안에 짙은 푸른색 바탕에 해시계의 평면구가 금색으로 그려져 있다. 제일 안 쪽에 약간 돌출된 원에는 황도12궁 별자리 표시가 되어있다. 시간을 나타내는 바늘이 길게 뻗어있고, 태양과 달의 위치를 나타내는 작은 바늘이 황도 12궁을 나타낸 원의 중앙에 고정되어 움직이고 있다. 달은 구의 모양인데 절반은 밝은 색, 절반은 검은색으로 되어 있다. 회전하면서 보이는 면이 달라지면서 현재의 위상을 나타내도록 되어있다. 천문시계 바로 위에는 다섯개의 행성의 신을 의미하는 프레스코화가 붙어있다. 좌에서부터 토성, 목성, 화성, 금성, 수성으로 요일과 관련이 있다. 매우 정교하게 만든 장치이다. 당시 기술이 높은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미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이다.  

매시각 정시가 되면 볼거리가 펼쳐진다. 천문시계 바로 오른쪽에 붙어있는 검은 색 선반같은 곳이 그 무대이다. 선반 좌측에 붙어있는 수닭이 날개를 켜고 울면 선반 아래 쪽의 곰 인형들이 회전하며 이동한다. 동시에 선반 가장 위에 붉은 색 옷을 입은 광대가 위에 붙은 작은 종 2개를 양팔을 교대로 잡아 당기면서 울려서 1차로 시간을 알린다. 그 다음에는 중앙에 있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오른 손에 들고 있는 모래시계를 뒤집고 왼 손에 든 창을 휘두르면 옆에 있는 사자도 고개를 돌리면서 들고 있는 창을 휘두른다. 이 때 탑의 뾰족한 녹색 지붕 바로 아래에 있는 금색 인형, 한스 폰 탄(베른 사람들이 붙인 크로노스의 별명; 위 사진에서는 일부만 보임)이 큰 해머를 두드리면서 큰 소리로 시간을 알리게 된다. 모든 것이 탑안에 설치된 복잡한 기어와 태엽 장치에 의한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탑 내부 투어는 못하였다. 매 시간 벌어지는 일종의 공연인 셈이다. 
다시 동쪽으로 걷다가 멋진 건물이 보여서 골목으로 들어섰다. 베른시청과 베드로와 바울 교회가 나타났다. 가톨릭성당이라고 한다. 16세기에 종교혁명이 일어나서 개신교 국가가 된 이후 스위스에서 처음 세워진 카톨릭 성당이다. 1865년에 완공된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동쪽으로 한참을 걷자 베른의 구시가지를 ㄷ자 모양으로 감아도는 아레(Aare)강이 나타났다. 강의 수심은 깊고 물살은 빨랐다. 구시가지를 방어하는 해자와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강가를 따라서 이어진 고풍스러운 건물과 다리가 푸른색 강물과 어우러져서 아름다웠다.  

강의 상류쪽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 언덕 위에 베른 구시가지와 베른교회가 보였다. 아름다운 도시이다. 

다시 방향을 돌려서 구시가지로 되돌아왔다. 종탑이 우뚝 솟아있는 베른교회에 들렀다. 실내에 들어서자 높은 천장의 장식과 스테인드글라스가 화려하다. 벽면은 소박했다. 

파이프오르간의 규모가 크고 장식이 화려했다. 내가 본 중에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파이프오르간이다. 

베른교회의 외부 모습이다. 고딕양식답게 뾰족한 탑 모양이다. 장식이 된 탑을 제외하면 비교적 수수한 모습이다. 종탑에 올라가면 베른이 내려다 보인다고 한다. 이미 구시가지를 돌아보느라 충분히 걸어서 올라가지는 않았다.

로잔으로 출발했다. 남동쪽으로 100km 정도 거리에 있었다. 한 시간 정도 달리자, 첫번째 목적지인 로잔 외곽의 소바블롱(Sauvabelin)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주차장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길을 물으니 모두 프랑스어로만 이야기 한다. 독일어 지역인 베른과 달리 이곳은 프랑스어가 공용어이다. 나무로 만든 소바블롱 타워를 찾았다. 2003년에 세운 35m 높이의 타워이다. 맨 위에 넓은 전망대를 가진 둥근 타워는 언덕 위에 우뚝 서있었다.    

원형계단을 따라서 전망대로 올라갔다. 로잔 시내와 레만호수 그리고 건너편 에비앙과 알프스산맥까지도 볼 수 있었다. 제네바호/레만호는 규모가 정말 컸다. 바다같은 느낌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멋진 광경이다. 이 호수가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이다. 스위스에서는 제네바호, 프랑스에서는 레만호라고 주장한다. 18세기부터는 레만호가 공식적인 이름이라고 한다. 건너편에 있는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봉우리는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소바블롱 공원은 제법 컸다. 시민들이 와서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호수도 있고 놀이터도 있었다. 나무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놀이기구가 이채롭게 느껴졌다. 편안하고 창의성을 길러줄 것 같았다.

로잔의 구시가지를 방문했다. 로잔은 14만명의 인구를 가진 스위스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이다. 사토 생매어(Chateau Saint Maire)를 만났다. 로잔의 주교가 이탈리아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1400~1430년에 주교관으로 세웠다. 아래는 돌로 위는 벽돌로 만들었다. 이태리의 베로나 요새와 닮았다고 한다. 아래에는 창문이 적고 좁아서 방어에 유리할 것 같다. 외관이 좌우대칭이고 네 귀퉁이마다 높은 망루탑이 있는 멋진 모습이다. 

샤토 생매어에서 로잔성당을 향해 내려갔다. 유럽에서도 아름다운 고딕 건물로 손꼽히는 로잔성당의 종탑이 보였다. 돌로 포장된 길 좌우에는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로잔 성당은 12~13세기에 카톨릭 성당으로 세워졌다. 원래 이름은 로잔의 노트르담 성당이다. 1536년에 개신교 교회로 바뀌었다. 성당의 입구는 매우 섬세한 조각과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성당은 대대적으로 보수 중이었다. 수 많은 비계 때문에 겉모습을 감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성당 뜰에서 내려다 본 로잔 구시가지 모습이다. 좌측에 로잔 역사박물관 건물이 보였다. 그 아래 뜰에는 멋진 카페가 자리하고 있었다. 

오래된 목조 지붕이 있는 계단(Escaliers du Marche)을 따라 아래로 내려왔다. 스위스 국기가 천막처럼 펼쳐져 있는 광장이 나왔다. 팔뤼(Palud) 광장이다. 시계탑이 있는 건물은 시청행정사무실이다. 

공공기관 앞이라 그런지 광장 한 구석에는 정의의 분수가 서 있다. 여인 상은 법조인의 본분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 손에는 저울, 다른 손에는 칼, 그리고 눈은 감고 있다. 상대가 누구든 균형있는 판단과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일부 법조인들이 새겨야 할 미덕일 것이다. 
정의의 분수 뒤에는 팔뤼(Palud) 시계가 보였다. 검은 색 벽에 붙어있는 검은색 시계이다. 정시가 되면 이 시계 아래 공간에 인형들이 말도 하고 음악도 연주하는 퍼레이드가 나타난다고 한다. 주인공은 스위스의 독립에 헌신한 사람들, 의회를 최초로 구성한 사람들, 그리고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는 무용수 등이라고 한다. 우리는 시간을 맞추지 못해서 퍼레이드를 보지는 못했다.

로잔 구시가지 이곳 저곳을 걸어 보았다. 좁은 골목길과 고풍스러운 아름다운 건물들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로잔 주 및 대학도서관 건물도 만났다. 로잔 대학교가 16세기에 설립되었을 때 함께 생긴 도서관이라고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아름다운 건물이다. 스위스에서 가장 중요한 공립 도서관이다. 

로잔 구시가지 구경을 마치고 호텔로 이동했다. 그런데 구글지도가 알려주는 곳에서 호텔(Zleep Hotel)을 찾을 수 없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호텔에 앱으로 연락을 해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호텔은 헬스센터의 뒷편에 있는 데다가 안내판도 부실해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호텔을 찾지 못한 것은 여행 중 처음이었다. 새로 지은 건물이어서 시설은 나쁘지 않았다. 스위스 호텔 방에는 냉장고가 없었다. 더구나 전원 콘센트는 유럽 다른 곳과 달라서 충전기를 연결할 수 없었다. 저녁은 동네 피자 식당에서 해결했다. 대학 기숙사가 있는 지역이어서 그런지 가격이 합리적이고 맛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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