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7
로잔은 올림픽 도시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백주년이 되던 1994년에 공식적으로 올림픽 수도로 선포되었다. 이미 1915년에 쿠베르탱이 IOC를 파리에서 로잔으로 옮긴 바 있다. 1993년에는 올림픽 박물관과 올림픽 연구센터가 이 도시에 설립되기도 했다.
체르마트로 가는 길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라보 포도원 테라스(Lavaux, Vineyard Terraces)를 방문했다. 로잔에서 몽트뢰 쪽으로 제네바/로잔 호수가의 비탈을 따라서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30여km 가량된다고 한다. 남향으로 기울어진 비탈면이어서 햇볕을 고루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호수와 포도밭, 구옥이 이루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사진으로는 아름다움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려웠다.
포도는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작은 동네에 들렀다. 고풍스러운 건물 사이로 난 구부러진 골목길을 걸었다. 아늑한 느낌이다.
이 지역에는 포도원들이 많았다. 각 포도원을 안내하는 판도 보았다. 포도원 중에는 와인테이스팅을 하는 곳도 있었다. 천년 남짓한 긴 세월 동안 이 지역의 자연 환경에 적합한 포도 농사와 와인 생산을 발전시켜온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공인된 곳이다.
포도원 사이의 중간 길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중간 중간 경치가 좋은 곳에 멈춰서 경관을 즐겼다.
오래된 건물과 좁은 도로로 이루어진 마을을 지나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달렸다. 호수 방향을 향한 전망대가 나왔다. 경관이 수려했다. 바로 옆에는 멋진 호텔이 자리잡고 있었다. 호수 건너편에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이 구름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사진에서 우측에 보이는 곳이다. 맑은 날씨 덕분에 멀리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넓은 호수의 탁 트인 경관을 즐길 수 있었다.
왼쪽에 이어지는 알프스 산맥에는 오늘 목적지인 마테호른이 보였다. 살짝 기울어진 듯 뾰족하게 솟아있는 봉우리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마테호른이 있는 체르마트 지역의 날씨가 좋다고 했다. 태쉬까지 바로 가기로 했다. 9번 고속도로로 한참을 달렸다. Visp이라는 곳에서 우회전하니 점차 오르막이 심해졌다. 체르마트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출입할 수 없다. 입구에 있는 작은 마을 태쉬에 있는 호텔에 여장을 풀고, 체르마트로 갔다. 태쉬역에서 셔틀 기차를 타야했다.
체르마트는 유명한 관광지답게 화려했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역 가까이 있는 관광안내센터에 들렀다. 지도를 구하고 설명도 들었다. 마침 이 곳에서 곤돌라 승차권도 판매하고 있었다. 마테호른을 조망할 수 있고 곤돌라가 다니는 봉우리가 3개가 있었다. 로손, 고르너그라트, 마테호른 글레이시어 패러다이스이다. 성수기가 지나서 세곳을 모두 갈 수 있는 표는 판매하지 않았다.
이미 오후였기 때문에 비교적 거리가 짧은 수네가, 블라우허드, 로손 코스 곤돌라를 타기로 했다. 체르마트역까지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터널 속에 있는 체르마트역 내부는 서늘했다. 수네가까지 가는 푸니쿨라에 올랐다. 긴 터널을 통과했다.
수네가에서 곤돌라로 갈아탔다. 차창 밖으로 알프스의 높은 산봉우리와 깊은 계곡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단한 절경이다. 우리는 블라우허드에서 내렸다. 해발 2571m이다. 마테호른 봉우리를 바라보면서 수네가역까지 걸어내려가기로 했다.
걸어내려갈 길이 내려다 보였다. 고도가 높은 탓에 나무는 거의 없다. 건너편에 보이는 마테호른은 구름에 덮혀있다. 주변으로 이어지는 산 능선에는 뾰족한 봉우리와 깊은 U자곡, 그리고 빙하가 군데 군데 보였다. 완만한 사면과 계곡에 보이는 초지와 마을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서서히 걷기 시작했다.
트레킹하는 기분은 최고였다. 아름다운 풍광, 쾌청한 날씨, 적절한 기온과 바람을 즐기면서 천천히 걸었다. 마테호른은 점차 구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패러마운트사의 영화 시작 화면이다. 마테호른을 온전히 볼 수 있다니 운이 좋은 것 같다.
수네가역과 수네가호수가 나타났다. 이제 거의 내려온 셈이다.
수네가 역에 도착한 후 수네가 호수로 내려가 보았다. 호수가에 긴 의자에는 사람들이 누워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가족 여행객들이 많았다. 어린 아이들은 모래 놀이를 하고 있다. 호수 가운데에는 줄을 당겨서 이동하는 단순한 배도 있었다. 어릴적 놀러갔던 섬진강이 생각났다. 뱃사공이 줄을 당겨 강을 건네주었다.
호수가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5개 호수를 걷는 코스를 완주하고 돌아오는 스페인 가족을 만났다. 짧은 스페인어로 소통을 해보았다. 지도를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한다. 시간 때문에 시도하기는 어려웠다.
수네가역으로 돌아왔다. 역사에 있는 카페에서 마테호른을 마주하고 앉아서 아페롤을 한 잔 마셨다. 이 곳에서 많이 마시는 오렌지색 칵테일이다. 이 순간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푸니쿨라를 타고 체르마트역으로 내려왔다. 빙하 녹은 물이 세차게 흐르는 강가를 걸으면서 마테호른을 올려다 보았다. 시가지에서 보니 더 웅장하게 느껴진다.
체르마트 시가지는 스위스 전통가옥 형태로 지은 큰 건물이 이어져 있다. 호텔과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층마다 늘어놓은 꽃장식이 아름다웠다.
저녁 무렵이 되어 셔틀 기차로 태쉬로 돌아왔다. 태쉬역에서 호텔은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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