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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아오라키-마운틴 쿡에서 크라이스트처치를 가다.

뉴질랜드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4. 6. 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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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
아오라키-마운틴 쿡을 떠나려하니 날씨가 너무 좋다. 어제 이렇게 좋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라이스트처치를 향해서 출발했다. 거리는 330여km, 소요 시간은 거의 4시간이다. 길다란 푸카키 호수를 따라 남쪽으로 달렸다. 푸카키 호수는 빙하 침식으로 생긴 U자곡에 물이 고인 것이다. 중간 중간 전망대에 들렀다. 호수를 배경으로 한 마운틴 쿡의 모습은 볼 때마다 감탄스럽다. 빙하에 침식된 각진 봉우리는 아침 햇살 조명으로 예술 작품이었다.    

푸카키 호수 남단에 있는 방문객 센터에 들렀다. 정보도 얻고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밀키 블루색을 가진 긴 호수와 그 너머 마운틴 쿡의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호수가에는 피크닉 테이블도 여러 개 놓여 있었다. 햇빛은 따스했지만 바람이 서늘했다. 

이 곳에는 마운틴 쿡 알파인 연어숍도 있었다. 인근에서 양식한 연어를 팔고 있었다. 회를 시켰다. 양도 제법 푸짐했다. 푸카키 호수와 마운틱 쿡을 보면서 싱싱한 연어회를 즐겼다.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웠다. 

푸카키 호수 남쪽을 따라 동쪽 방향으로 이동했다. 중간 중간 푸카키 호수와 마운틴 쿡을 조망하는 장소가 있었다.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호수의 색이 더 멋지게 변했다. 물에 떠 있는 돌밀가루(rock flour) 때문이다. 돌밀가루는 빙하에 의해서 아주 작게 부서진 암석 알갱이를 말한다. 

한참을 달려서 테카포 호수에 도착했다. 천체 관측과 별자리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주변에 도시가 없어서 밤에 빛공해가 거의 없고, 날씨가 맑은 날이 많고, 공기 중에 먼지도 적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의 국제 어두운 밤하늘 보호지역(International Dark Sky Reserve) 중 하나이다. 이 곳에는 캔터베리대학교의 마운틴 존 천체 관측소도 있다. 우리는 바로 선한 목자 교회를 찾아갔다. 교회에서 호수를 바라보았다. 이 호수 역시 남북 방향으로 긴 모양이다. 빙하로 생긴 U자곡에 물이 고인 호수이다. 

교회는 1935년에 세워진 소박한 건물이었다. 특이하게도 이곳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많았다. 선한목자교회의 설명 패널에는 영어와 중국어가 병기되어 있었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장소인 것 같다. 햇살이 얼마나 강한지 선글라스를 써도 눈이 부시다. 테카포를 빠져 나오는 길에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밤하늘 천체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을 보았다. 중국인들이 밤하늘 관측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오니즈카 비지터센터에 갔을 때에도 마우나케아 천문대로 올라가는 중국인들이 아주 많았다. 아마 도시화로 중국에서는 밤하늘에서 별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구나 중국의 우주 개발이 활성화되어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천문을 중요시했던 역사도 한 몫을 했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를 향해서 출발했다. 뉴질랜드의 도로는 대부분 구불구불했다. 마치 대관령 옛길 같았다. 터널을 보기 어려웠다. 이 지역은 그나마 산이 높지 않아서 다행이다. 건조한 지역이어서 초지가 이어져 있었다. 중간에 휴식도 취할 겸해서 제랄딘 페어리 전망대에 들렀다. 켄터베리 지방의 전형적인 지형을 볼 수 있었다. 낮은 구릉들이 이어지고, 저 멀리 서쪽에는 산맥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농업이 발달한 켄터베리 평원이다. 

크라이스트처치로 가는 길에는 구경거리가 별로 없었다. 휴식이 필요할 때 쯤 멀리 큰 물고기 동상이 보였다. 가까이에서 보니 Rakaia's Iconic Salmon 상이다. 라카이아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 곳을 흐르는 라카이아 강에 1900년대에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연어가 도입되었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맥클라우드강에서 치누크 연어를 들여왔다. 그 연어는 바다로 가서 성장해서 다시 이 강으로 돌아왔다. 덕분에 이 지역은 연어낚시를 비롯해서 제트보트, 카누, 수영 등과 같은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어는 이 지역의 경제와 생활에 지대한 공을 세운 것이다. 연어 상을 세울 만하다. 

연어상 바로 앞에 멋진 카페가 보였다. 연어 꼬리 카페(Salmon Tales Cafe)이다. 안에는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갤러리도 있었다. 

연어의 원조 고장에 왔으니 연어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우리는 연어 푸르타타(Salmon Frutata)와 롱블랙 커피, 허니 진저 레몬차를 마셨다. 프리타타는 오물랫과 비슷한데 크림이 더 많이 들어있고, 프라이팬이 아니라 오븐에서 구운 것이라고 한다. 카페 옆 작은 연못 가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다. 길게 펼쳐진 주택가를 지나서 도심으로 가는 길이 복잡했다. 그동안 단순한 길만 다녀서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남섬 최대 도시이고 뉴질랜드에서 오클랜드에 이어 두번째로 큰 도시이다. 인구가 40만명 정도이다. 크라이스트처치라는 이름은 영국 옥스포드대학교의 단과대학인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우리 숙소인 Quest Serviced 아파트에 도착했다. 도심 가운데에 있었다. 방에서 트램 역이 바로 내려다 보였다. 시내 구경을 다니기 좋을 것 같다. 

시내 구경에 나섰다. 크라이스트처치 성당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먼저 시민 전쟁기념탑(Citizens' War Memorial)을 만났다. 세계 1차대전과 2차 대전에 참전하여 희생된 캔터베리 지역 군인들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한다. 유럽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영국의 일부였거나 영연방이었기 때문에 큰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이 기념탑은 대지진 때 손상되어 복구했다고 한다. 

크라이스트처치 성당은 수리 중이었다. 성공회 성당이다. 비계를 철골로 튼튼하게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큰 지진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일 것 같았다. 이 지역에는 규모 6.0이 넘는 큰 지진이 한 해에 여러 번 발생하기도 했다. 큰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뉴질랜드가 지각 판의 경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섬에서는 태평양판과 인도-호주판이 서로 미끄러지는 단층 활동이 활발해서 큰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2011년 2월 22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규모 6.3의 지진으로 이 도시는 큰 타격을 받았다. 185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부상을 당했다. 수천개의 건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성당 안으로 피신했었다. 그러나 이 성당도 무너졌다. 진앙이 크라이스트처치 도심에서 불과 10km 떨어진 가까운 곳이었다. 피해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이 성당의  복원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한다. 

크라이스트처치 성당 옆에는 금속으로 만든 특이한 조형물이 서 있다. 찰리스(Chalice)라고 한다. 크라이스트처치 도시 설립 150주년과 새천년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한다. 2001년에 설치했다. 18m 높이이며, 이 지역의 고유 식물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다양한 식물의 잎 모양을 볼 수 있었다. 밤에는 조명이 들어온단다. 

크라이스트처치 성당이 복원되는 동안 사용하는 임시 성당(Transitional Cathedral)을 찾아갔다. 2014년 현대 건축계의 최고 권위인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서너블록 정도 떨어져 있었다. 카드보드 대성당이다. 재난 건축가로 유명한 일본인 반 시게루가 설계했다. 직경이 60cm인 카드보드 튜브와 목재, 그리고 강철을 이용했다. 지붕은 카드보드 튜브를 이용하여 삼각형으로 만들었다. 입구에서 보니 지붕 아래에 둥근 카드보드 튜브가 잘 보였다. 종이로 만든 성당은 처음 보았다. 건축비가 저렴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재난 현장에서 유용하다고 한다. 특이했다. 자연재해 피해자를 생각하는 인도주의적 건축이다. 정면에는 둥근 장미의 창 대신 삼각형 스테인드 글라스를 연결하여 채웠다. 측면 벽은 8개의 컨테이너로 만들었다고 한다. 최대 700명까지 수용한다. 방문 당시 내부에서 성가 연습을 하고 있어서 내부를 볼 수는 없었다.

성당 왼편에는 사제관 같은 건물이 있었다. 그 앞에 웃고있는 남자 동상이 서 있었다. 설명이 없어서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가톨릭 성당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있기 마련인데 성공회 성당은 다른 것 같았다. 크라이스트처치 성당 앞에 서 있던 수도사 상을 옮겨온 것 같았다.

라티머 스퀘어라는 공원을 지나다가 중앙에 설치된 조형물을 만났다. 길쭉한 다이아몬드 결정 같은 것이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닐 도슨이라는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지진으로 손상된 크라이스트처치 성당을 상징한단다. 성당처럼 위로 뾰족한 모습이었다.   

숙소 가까운 곳 트램 철로변에 멋진 식당과 가게가 모여있는 구역이 보였다. 뉴 리젠트 스트리트 프레싱트이다.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빅토리아 스퀘어라는 공원이 있었다. 처음에는 마켓플레이스라고 불렀는데, 1903년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입구에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 보였다.

좌측 가까이에 마오리족 조형물이 서있다. 마나 모투하케이다. 와이탕이 조약에 서명한 영국과 마오리족 사이의 지속적인 관계와 서로 공유해온 문화를 존중하는 의미라고 한다. 그 뒤에 보커(Bowker) 분수가 보였다. 밤에는 조명이 들어온다고 한다. 1931년에 만들었는데 남반구 최초의 조명이 들어오는 분수라고 한다.

걸어들어가자 멋진 건물이 보였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립 예술의 전당(Christchurch City Hall of Performing Arts)이다. 크라이스트처치 도시 설립 후 100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건설된 시립 공연장이다. 크라이스트처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및 여러 연극단의 본거지이다. 뉴질랜드에서 손꼽히는 부르탈리스트 양식의 현대 건축물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건축물이었다. 2010, 2011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크게 파손되었으나 2019년 복원되었다. 건물 앞에는 둥근 분수가 물을 뿜고 있었다. 페리어(Ferrier) 분수이다. 구형과 반구형으로 물이 분사되는 모습이 특이하고 멋지다. 바람에 퍼져 나가기 전 민들레 씨앗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돌아나오는 길에 캡틴 쿡 상을 만났다. 1932년에 대리석으로 건립했다고 한다. 18세기 말에 3번에 걸친 세계일주 항해를 통해서 그는 뉴질랜드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유능한 지도 제작자이기도 했던 그는 뉴질랜드의 모습을 파악해 낸 첫번째 유럽인이다. 그의 지도, 그리고 그와 함께 항해했던 식물학자와 예술가들 덕분에 뉴질랜드에 대한 정보가 유럽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다. 

상 가운데 부분에 붉은 페인트로 엑스자가 그려져 있었다. 지난 2월 그의 탄생일에 반식민주의자들이 항의의 뜻으로 낙서를 했다고 한다. 아래 기반부에도 붉은 색 낙서 흔적이 남아있다. 남미와 북미에서 콜럼버스를 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 같다. 누구에게는 선구자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침략의 선봉이다. 시의회는 붉은 색 페인트가 자연적으로 없어지도록 결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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