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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더니든에서 마운틴 쿡을 가다.

뉴질랜드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4. 6. 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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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4
숙소 주차장에는 고풍스러운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에 5대가 보이는 데 그 외에도 많았다. 오래 전에 출고된 멋진 차들이다. 자동차 관련 행사가 있는 모양이다.

차마다 2024 Classic Alpine Tour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2년 마다 3월 하순에 퀸스타운 주변에서 열리는 행사라고 한다. 참가 자격이 까다롭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9년 사이에 유럽에서 생산된 자동차여야 한다. 또한 생산 대수가 제한되어 있고, 독특하게 설계된 차여야 한다. 대회 기간 중에 참여한 모든 차를 전시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한편, 가을로 접어드는 남섬의 단풍을 즐기는 투어이다. 좋은 앤틱 차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차를 자랑할 기회인 것 같다. 우연히 마주친 흥미로운 행사였다. 

오늘은 아오라키-마운틴 쿡까지 간다. 거리는 317km이고 쉬지 않고 가도 거의 4시간이 걸린다. 더니든에서는 추천받은 터널 비치를 들렀다. 아침 8시경이 썰물이어서 방문하기 좋은 시간이다. 터널비치 트레일은 새로 정비되어 있었다. 거리는 왕복 2.6km여서 1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 언덕 위에서 터널비치가 내려다 보였다. 밝은 색 해안절벽이 이어져 있었다. 바다로 길게 뻗은 바위 절벽에는 해식 아치가 보였다. 멋진 경관이다. 

가까이 가면서 해식 아치의 모습이 더 뚜렷해졌다. 해식 아치는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아름다웠다. 아치 속으로 밀려들어간 거친 바닷물은 아치 안 벽에 부딪쳐서 하얀 포말이 되었다. 

해변으로 이어진 터널을 만났다. 이 것 때문에 이름이 터널비치가 되었다. 사람이 판 흔적이 벽마다 고스란히 남아있다. 부드러운 암석인 것 같다. 2천만년 전에 쌓인 두꺼운 모래로 이루어진 사암이다. 절벽으로 둘러쌓여서 접근하기 힘든 작은 해변으로 갈 수 있도록 존 카길이 터널을 만들도록 했다고 한다. 딸들이 바다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터널은 1870년에 완성되었다. 존의 의도와는 달리 그의 막내 딸이 이 해변에서 익사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온다. 터널 벽을 잘 살펴보면 조개껍질과 같은 화석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썰물 시간이어서 해변에는 모래 사장이 드러나 있었다. 주변을 걸어 보았다. 작은 해식 동굴을 발견했다. 해식 동굴에서 바라본 해안은 밝은 색 사암 절벽과 푸른 하늘의 조화로 너무 아름다웠다. 

터널비치는 30m에 이르는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외부와 잘 격리된 숨은 해변이었다. 고운 모래 사장에는 큰 바위들이 누워 있었다. 여성들의 노출이 금기시되었던 19세기에 딸들의 해수욕을 위해 터널을 준비한 아버지의 마음이 와 닿았다. 

아름다운 터널비치를 여유를 가지고 즐겼다. 차분한 마음이 되었다. 수평으로 줄 무늬가 있는 밝은 색 사암 절벽은 햇빛을 받아 더 돋보였다. 

더니든을 출발해서 모에라키로 향했다. 유명한 모에라키 볼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볼더가 있는 코에코헤 해변은 주차장에서 가까웠다. 크고 작은 볼더들이 모래 사장에서 윗부분만 내 놓은채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2m 남짓되는 구 모양이었다. 볼더 위에 올라서 보았다. 드디어 영상으로만 보았던 곳에 왔다. 직접 보니 더 신기하다. 마오리족들도 이 신기한 모양의 볼더를 설명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그들의 전설에 의하면 아라이테우루라는 카누가 난파되고 배에 실려있던 둥근 모양의 잔해가 돌로 된 것이라고 한다.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다른 모에라키 볼더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체로 윗부분 만을 볼 수 있었다. 겉은 회색이다.

풍화되어 옆면이 잘 보이는 볼더도 있었다. 내부 구조가 보였다. 구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방사상으로 갈라진 여러 개의 틈(크랙)을 볼 수 있었다. 그 틈을 방해석(밝고 어두운 갈색 광물)이 채우고 있다. 모에라키 볼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밝혀져 있지는 않다. 과학자들은 6천만년 전에 해저에 오랜 시간 동안 진흙층이 두껍게 쌓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후, 탄산 칼슘이 풍부한 물이 스며들어, 결정으로 되면서 볼더의 핵을 만들었다. 이 핵 위에 다시 탄산칼슘 결정이 자라서 외부 층을 만들어 갔다. 주변에 있는 진흙 알갱이를 시멘트처럼 붙여 나가기도 했을 것이다. 볼더는 이런 과정으로 점점 더 단단해지고 커진 것이다. 그래서 구형을 이루게 되었다. 2m가량의 볼더가 생기는데 5백만년 정도 걸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후 이 지층 전체가 융기하고, 해수에 의해 침식되면서 볼더가 밖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해안가 언덕에는 지층 속에 묻혀있던 볼더가 드러나고 있었다. 볼더는 주변 암석보다 풍화와 침식에 더 강한 것 같다. 

전체 모습이 드러난 볼더 옆에 서 보았다. 1.5m 정도 크기인 구이다. 하지만 뒷쪽에 남아있는 부분을 감안하면 원래는 훨씬 더 큰 구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볼더를 두 팔로 감싸 안아보았다. 지하 깊은 곳에서 보낸 500만년이 넘는 아주 긴 세월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감동스러웠다.

모에라키 볼더를 둘러본 후 다시 길을 재촉하여 오아마루에 도착했다. 인구가 14,000명 가량인 작은 도시이다. 마침 파머스 마켓이 열리고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넓은 광장에 많은 부스가 세워져 있고 다양한 농산물과 옷, 수공예품, 음식을 팔고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구글 평점이 높은 스타 앤 가터 식당에 갔다. 식당은 빅토리아 양식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 단체 관광객이 가득 식당을 채우고 있었다. 

우리는 뉴질랜드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피시 앤 칩스와 시푸드 샤우더를 주문했다. 신선한 생선을 따끈하고 바삭하게 튀긴 맛이 일품이다. 걸쭉한 샤우더 역시 훌륭했다. 맛과 양에서 최고의 뉴질랜드 식당이었다. 

식당 주변은 구시가지였다. 빅토리아 풍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많았다. 가까운 교차로에는 세인트 루크 성공회 교회가 서 있었다. 1865년에 영국 건축가가 설계한 것이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밝은 색 석회암을 사용했다. 단정하고 기품있는 건물이다.

오아마루의 빅토리아 시대 구역으로 들어섰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정겹다. 행사가 있는지 야외 특설 무대를 준비 중이다. 무대 앞에는 이미 관중들이 앉아 있었다.

골목을 걷다가 음악 소리에 끌려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큰 홀에서 재즈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핑크색 옷을 차려입은 가수가 밴드의 음악에 맞추어 멋진 노래를 불렀다. 오아마루 하버스트리트 재즈 앤 블르스 행사의 일부이다. 3일에 걸쳐 이 지역의 바와 양조장, 호텔에서 진행된다. 하루 더 머물다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시간 여유가 없는 것이 아쉽다. 

골목 맞은 편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들여다 보니 수제 맥주 양조장이다. 분위기가 참 좋다. 맥주 테이스팅도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운전을 해야 한다. 

골목길 한 켠에는 버스킹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물관을 비롯해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북부 오타고의 중심 도시다웠다.

큰 소리와 증기를 내뿜으며 증기 기관차가 지나간다. 녹색 기관차와 빨간색 객차가 흥미롭다. 1872년부터 2 km 거리를 운행했던 것인데, 관광객 위해서 복원했다. 일요일과 특별 행사가 있을 때에만 운행한다고 한다. 지붕이 없는 객차도 있었다. 우리가 방문하려고 하는 펭귄 서식지까지 해안을 따라서 운행한다고 한다. 

오마루 푸른펭귄 서식지로 이동했다. 베개 용암을 보기 위해서이다. 안내판에는 3,800만년 전에 분출한 해저 화산에 대한 안내가 잘 소개되어 있다. 용암이 해저에서 분출되면 바로 식어서 둥근 모양의 베게 용암이 된다. 하지만 베개 용암이 있는 절벽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방문자 센터에 문의하니 그 부분의 절벽이 무너져 내려서 접근할 수 없다고 한다. 전망대가 있는 언덕을 넘어가야 한다. 갈 길이 멀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펭귄 서식지에는 물개들이 널부러져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뉴질랜드 물개는 상팔자이다.

오아마루를 떠나서 지방도를 따라서 약 40km를 달렸다. 아나티니 화석 산지가 나왔다. 와이타키 화이트스톤 유네스코 지질공원의 일부이다. 길가에 작은 간판 밖에 없어서 찾기 어려웠다. 사유지라고 한다. 나니아연대기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농장의 울타리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내려갔다.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이 곳은 석회암지대이다. 멋지게 풍화되고 침식된 암석이 보였다. 암석 아치도 많았다. 벌집 모양같은 바위도 보였다. 바람에 의해서 풍화된 것이다. 이 지역은 2500만년 전에 수심 100m 정도의 해저였다고 한다. 이 곳에 수백만년 동안 해양 생물의 유해가 쌓여서 석회암이 되었다. 이 지층은 그 후 융기되고 침식되었다. 그 때 살았던 고래를 비롯한 해양 포유동물의 뼈는 화석으로 발견되었다. 

이 지역에서는 많은 화석이 발견되었다. 고생물학자들은 발견된 화석을 연구하기 위해 가져간다. 그러나 이 고래 턱뼈는 남겨두었다. 풍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투명한 아크릴 상자로 보호하고 있었다. 이 고래는 약 6m 크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햇살이 너무 강해서 화석을 보기 어려웠다. 내 그림자를 만들어서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이동하니 엘리펀트 락이 나왔다. 이 곳도 아나타니 화석 산지와 마찬가지로 2500만년 전 해저였다. 석회암은 지체구조 운동으로 융기하고 침식되어 지금과 같은 코끼리 떼의 모습이 되었다. 갈라진 틈을 따라 더 빠르게 침식이 일어나 지금과 같은 육중한 코끼리 모양의 암석들이 생기게 되었다. 2005년에는 나니아 연대기라는 영화를 촬영한 곳이다.   

엘리펀트 록을 떠나서 10km 정도 달리자 타키로아 마오리 록 드로잉에 도착했다. 마오리족 선조들이 바위에 그림을 그려놓은 곳이다. 이 곳은 아나티니 화석 산지와 엘리펀트 록의 석회암이 연속되는 곳이다. 석회암은 원래 밝은 아이보리색인데 풍화되면 회색으로 변한다. 바위에는 마오리족이 그려 놓은 그림들이 많았다. 아래 사진 가운데 부분에 검은색으로 그린 그림을 볼 수 있다. 풍화되어 희미하긴 하지만, 가운데 부분에는 말을 탄 사람, 아래 부분에는 배가 보였다.

붉은 색으로 그려진 그림도 있었다. 형체는 뚜렷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무른 석회암이어서 절벽에는 구멍이 많이 보였다. 어떤 부분은 사람의 얼굴처럼 보여서 신기했다.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는 클레이 클리프이다. 80여 km를 달려서 오마라마라는 작은 마을을 지났다. 클레이클리프 입구에 들어서자 비포장 도로가 길게 이어졌다. 먼지를 날리며 천천히 달려야 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뾰족뾰족한 작은 피크가 줄지어 서있는 클레이 클리프가 보였다. 호수와 강 환경에서 퇴적된 암석이라고 하는데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것 같았다. 절벽에는 색이 다른 여러 지층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쌓여 있었다. 아래 사진에서 주로 절벽 아래 쪽에 보이는 회색과 흰색으로 보이는 사암과 이암은 호수 환경에서 생긴 것이다. 절벽 윗 부분에 주로 보이는 노란색과 갈색 지층은 하천에서 퇴적된 역암과 실트층이라고 한다. 이 층들은 단단하지 않아서 수천년 동안 바람과 비에 의해서 침식되어 지금과 같은 멋진 모습이 되었다. 미국의 사우스다코다주와 캐나다 알버타주를 여행할 때 만났던 배드랜드와 비슷했다. 

긴 기둥 모양으로 깎인 모습은 마치 그리스 신전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제 날이 저물어간다. 부지런히 아오라키-마운틴 쿡을 향해서 달렸다. 아직도 100km를 더 가야한다. 한참을 달리자 길다란 푸카키 호수가 나타났다. 밀키 블루색이 환상적이다. 멀리 아오라키-마운틴 쿡의 정상이 구름에 가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숙소인 마운틴 쿡 Lodge에 도착했다. 기나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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