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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프란츠 요제프 빙하 위를 걷다.

뉴질랜드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4. 5. 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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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6
오늘은 프란츠 요제프 빙하를 방문한다. 우리는 헬리하이크 투어를 예약했다. 헬기를 타고 빙하 위로 이동해서 빙하를 경험하게 된다. 8시 15분 출발 예정이다. 아침 일찍 투어 회사인 프란츠 요제프 글레이시어 가이드로 갔다. 뉴질랜드에는 3,140개의 빙하가 있다고 한다. 그 중 82%는 남섬에 있다. 빙하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남섬 알프스 산맥에 겨울철이면 엄청난 눈이 내리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편서풍대이다. 서쪽에 있는 타스만해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이 높은 알프스 산맥을 만나서 상승하게 된다. 상승하면서 구름이 생기고, 이 구름에서 비나 눈이 내리는 것이다. 남섬 알프스 산맥 주능선의 서쪽 고산지대에는 강수량이 일년에 10미터가 넘을 정도이다. 서부 해안에도 년평균 2000~3000mm의 많은 비가 내린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1,306mm)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남섬 서쪽에는 울창한 온대우림이 이어져있다. 또한 겨울철 많은 눈 때문에 빙하가 발달하게 되었다.    

투어 회사의 규모가 제법 크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빨간색 옷을 입은 가이드들이 절차를 안내해주고 있었다. 

투어회사에서는 파란색 레인코트, 방수 바지, 크람폰(큰 아이젠), 장갑, 헬멧, 스틱을 제공해 주었다. 우리는 옷을 입고, 체중을 확인하고, 주의사항을 들은 후에 헬기를 타러 갔다.  

건미는 앞줄 가운데 앉았다. 나는 바로 뒷줄에 있는 좌석에 앉았다. 체중을 고려해서 승객의 위치를 배정했다고 한다. 

헬기는 부드럽게 이륙했다. 프란츠 요제프 빙하를 향해서 서서히 접근해갔다. 빙하는 얼음이 계곡을 따라 강처럼 천천히 흐르는 것이다. 얼마 가지 않아서 빙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프란츠 요제프 빙하의 하단은 해발 300m 가량이라고 한다. 이렇게 고도가 낮은 곳에 빙하가 있다니 놀랍다. 지금까지 경험한 유럽 알프스나 캐나다 록키산맥의 빙하는 모두 상당히 높은 지대에 있었다. 뉴질랜드의 폭스빙하, 아르헨티나의 페리토 메리노 빙하와 함께 온대우림 지역까지 내려온 세계 3대 빙하 중 하나라고 한다. 내려다 보이는 빙하의 모습이 장관이다. 얼음은 여러 방향으로 갈라져 있었다. 

드디어 빙하 위에 착륙했다. 뒷줄부터 내렸다. 크램폰을 착용하기 전이어서 조심조심 빙하 위를 걸었다. 

가이드는 개인 물품을 나누어주고, 크램폰 착용을 도와주었다. 강한 뉴질랜드의 태양 빛에 흰눈에 반사되는 빛이 더해져서 눈이 부시다. 선글라스 착용은 필수이다. 

준비를 마친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빙하는 산 능선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프란츠 요제프 빙하의 길이는 12km정도라고 한다.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에 아주 높지 않은 골짜기에 이렇게 엄청난 얼음이 남아있다니 신기하다. 

계곡 옆에 보이는 산의 윗부분은 바위들이 날카롭고 풀한포기 보이지 않는다. 빙하가 할퀸 탓일 것이다. 

가이드에게는 사람들의 안전이 최우선인 것 같다. 큰 곡괭이를 들고 얼음 계단을 만들기에 바쁘다. 

빙하 위는 기대보다는 단순했다. 어느 정도 빙하 위를 걷다 보니 좀 더 다양한 빙하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큰 크레바스나 얼음 동굴은 나오지 않았다. 얼음의 틈 사이에서 빙하가 아름다운 옥색으로 보였다. 빙하 속에 들어있는 작은 공기 방울들 때문에 태양 빛이 산란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빙하에는 어느 곳이나 줄무늬가 보였다. 잠시 틈을 내어 가이드에게 질문을 했다. 줄무늬는 눈이 쌓일 때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수평이 아니고 거의 수직인 이유를 물었더니 빙하가 흘러 내려 오면서 기울어진 탓이라고 했다. 내 생각과 같았다. 

프란츠 요제프라는 이름은 독일의 지질학자 줄리우스 폰 하아스트가 붙였다고 한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활동했으며, 이 나라의 지질학, 생물학, 지리학 등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이다. 1865년 경 이 곳의 빙하를 조사했으며, 이 때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고 한다. 가이드가 마침내 작은 얼음 동굴을 발견했다. 희망자는 그 얼음동굴을 통과할 수 있단다. 기다리던 모험이다. 나는 일행 중 세번째로 동굴로 들어갔다. 줄을 잡고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서 반대쪽 출구로 나오는 것이다. 그래 바로 이 것이다. 반대쪽 출구는 위로 이어져 있었다. 미끄럽고 좁은 얼음 동굴에서 위로 나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건미도 나를 따라서 얼음 동굴을 통과했다.

빙하의 아래 방향을 바라보았다. 빙하가 이어진 계곡을 따라 저멀리 태스만해가 보였다. 

우측 방향으로는 빙하로 덮여있는 산과 빙하로 침식된 계곡 측면이 보였다. 이 곳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풍경이다. 

빙하 탐사를 마치고 이제 헬기를 타는 곳으로 내려왔다. 빙하 위는 생각보다 따뜻했다. 옷을 여러벌 겹쳐입은 탓에 땀이 흘렀다. 기념으로 건미와 사진을 남겼다.

아쉬운 마음에 골짜기 윗부분의 빙하의 모습을 확대하여 보았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희고 옥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름답다. 얼음이 수직으로 날카롭게 서 있는 것으로 보아 모험할 거리가 많아 보였다. 

헬기는 다시 솟아 올랐다.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빙하 하단의 모습과 움푹 움푹 패인 계곡 바닥이 잘 드러나 보였다. 

헬기가 선회하자 빙하의 하단을 측면에서 잘 볼 수 있었다. 다시 보아도 아름답다. 빙하에서 흘러 나온 작은 물줄기가 계곡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헬기는 계곡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빙하가 녹아서 생긴 강줄기가 바다를 향해 구불구불 이어지고 있다. 산비탈의 짙은 녹색 온대 우림 때문에 상대적으로 밝은 회색 강줄기가 뚜렷하게 보였다. 

얼음 위를 걷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피로가 풀린 것 같아서 성공적인 빙하 탐험을 축하할 겸 레스토랑으로 갔다. 마침 해피아워였다. 맥주 한잔으로 피로를 풀었다. 

프란츠 요제프 빙하에 대해서 좀 더 조사해 보았다. 해발 2,500m되는 곳에 네베가 있다. 네베는 눈이 쌓여서 빙하가 형성되는 곳을 말한다. 이 빙하의 네베는 면적이 20제곱km에 이를 정도로 매우 넓다. 이 곳에 눈이 매년 14m 정도가 쌓인다. 이 눈이 눌려서 빙하로 바뀌게 된다. 얼음층이 두꺼운 곳은 300m에 이른다고 한다. 엄청나다. 눈이 많이 내리고 얼음도 매우 두꺼워서 여름에도 다 녹지 않고 계속 남아있게 된다. 이 얼음은 좁고 경사진 계곡을 따라 흘러내려오게 된다. 해발 300m까지 빙하가 녹지 않고 내려올 수 있는 이유는 계곡의 경사가 심하고, 비가 많이 내려서 윤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두가지 이유 때문에 이 빙하는 다 녹기 전에 빠르게 아래까지 이동할 수 있다. 계곡 윗부분에서는 하루 1m가량, 그리고 아래 부분에서는 하루 30cm 정도로 이동한다고 한다. 가이드는 빙하의 이동 속도가 빨라서 빙하 표면이 매일 바뀐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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