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3
숙소에서는 훌륭한 아침식사 재료를 준비해 놓았다. 우리는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준비해서 골든베이를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먹었다.
오늘 첫번째 방문지는 라비린스 암석이다. 라비린스는 미궁을 뜻한다. 건미는 귀의 전정기관도 라비린스라고 부른다고 알려주었다. 타카카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바위 모양이 특이하다. 2헥터아르 정도 되는 상당히 큰 면적에 석회암의 침식으로 인한 신기한 지형이 미로처럼 얽혀있었다. 이 곳은 원래 잡초로 덮여있었다. 광산기술자였던 휘태커가 15년 동안 잡초와 흙을 제거해서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한다. 이제는 타카카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대단한 분이다.
바위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자 마치 파도가 물결치는 것 같은 모양의 돌을 만났다. 규칙적으로 부드럽게 파도치는 것 같은 모습이 신기했다.
아치나 동굴 모양으로 된 곳도 많았다. 석회암의 틈을 따라서 스며든 물이 암석을 깎고 녹여서 이처럼 골짜기와 아치를 만든 것이다. 이 지역은 유난히 석회암의 틈도 많고, 물도 풍부했던 것 같다.
한참을 길을 따라 구불구불 걷다보니 신기한 모양의 암석을 볼 수 있었다. 아치와 하트모양 같은 창문이 나란히 붙어있다. 참 멋진 곳이다.
비교적 긴 아치도 있었다.
틈을 따라 암석이 많이 녹아서 신기한 모양의 공간을 이루고 있는 곳도 있었다. 훌륭한 건축가의 작품같았다.
성당의 입구처럼 보이는 아치도 보였다. 캐시드랄 아치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둘러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모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려보기도 했다. 한편 동심으로 돌아가서 이 곳에서 여러가지 놀이를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와 군데 군데 나타나는 아치는 놀이터로 제격일 것 같았다. 흥미로운 라비린스 암석을 둘러본 후 이 지역의 다른 명소인 와이코로푸푸 스프링스로 이동했다. 이 곳은 좀 더 서쪽에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샘이자 남반구에서 가장 큰 냉수 샘이기도 하다.
샘을 보기 위해서는 한 참을 걸어들어가야 했다. 가는 길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키가 큰 나무들 사이로 난 트레일을 따라 걷는 기분은 최고였다.
마침내 샘(스프링)에 도착했다. 바닥에서 아주 맑은 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양이 엄청나게 많아서 강을 이루고 흘러 나갔다. 샘물은 투명해서 바닥의 식물과 자갈까지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춤추는 모래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작은 스프링이 옆에 있었다. 샘물이 솟아올라 오면 바닥의 모래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물이 솟아오르는 것은 지하수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지하에는 석회암 동굴이 많고, 이를 통해서 많은 지하수가 비교적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타카카 고개 위에서 내려다 본 계곡은 규모와 길이가 매우 컸다. 많은 비가 내리면 그 물은 계곡을 따라 흐르면서 지하로 스며들어서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이곳에서 용천수로 올라오는 것이다.
와이코로푸푸 스프링의 감동을 뒤로 하고 다시 서쪽으로 이동했다. 점심 식사를 하려고 콜링우드라는 작은 마을에 들어갔다. 그런데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서 마치 마을이 곧 잠길 것처럼 보였다. 아마 만조 시간인 것 같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아마 이 마을은 물에 잠기게 될 것 같았다.
마을은 무척 아담했다. 길을 따라 단층 건물에 식당과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시골마을이라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콜링우드태번이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규모가 제법 크고 큰 TV에서는 스포츠 중계를 보여준다. 한켠에는 당구대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한잔 하면서 교류하는 식당인 것 같았다. 우리는 피시앤칩스를 시켰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와라리키 해변을 향해서 다시 서쪽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은 바다와 접해 있었다. 만조 때문인지 가는 길 곳곳에 바다물이 넘쳐 들어왔다. 이 곳에 사는 주민들이 걱정스러웠다. 길이 끝날 무렵 상당히 긴 비포장 도로가 나왔다. 마침내 와라리키 해변 주차장에 도착했다. 해변까지는 1km를 걸어야 한다.
초지로 이루어진 목장길을 따라 걷다보니 해변에 도착했다. 바람이 엄청나게 강하게 불고 있다. 바닥에는 모래가 바람을 따라 물처럼 흐르고 있다. 사방은 온통 모래로 덮여있었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걷기도 힘들다. 그래도 힘들게 왔으니 해식 지형을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모래사장을 걸어서 해안 좌측으로 갔다. 햇살은 따갑고 바람은 거칠다. 사람들은 모두 바람을 피해서 절벽 아래에 모여 있었다. 절벽을 이루고 있는 암석은 신생대 초기(약 5천만년전)에 퇴적된 역암과 사암이다. 멀리 거친 파도 너머에 해식아치가 보였다.
되돌아오면서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을 관찰했다. 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아치웨이섬(Archway Islands)이다. 윈도우10의 배경화면 이미지로 유명해졌다. 아래 2장의 사진이 윈도우10 배경화면을 캡쳐한 것이다.
방문한 시간이 다른 탓일까? 오후 3시 경이어서 태양은 섬의 뒤 쪽을 비추고 있어서 섬은 검게 보였다. 햇살도 너무 강했다. 오전에 와야 섬의 앞면에 햇살이 비추게 될 것 같다.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서 섬이 멀어 보이고 해식동굴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오후 7시 경이 되어야 썰물 시간이 된다. 하지만 섬 하부에 있는 두개의 해식 아치를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태스만해의 강한 바람은 강한 파도를 일으키고, 강한 파도는 바위를 뚫고 아치를 만든다. 이 곳은 강풍이 계속 부는 곳으로 유명하다.
다시 해변의 오른쪽 끝을 향해 걸었다. 넓은 모래 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다. 절벽에는 군데 군데 해식 동굴들이 보였다.
와라리키 비치를 둘러보고 케이프 훼어웰로 이동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 곳은 남섬의 최북단이다.
트레일을 따라 올라가니 먼저 왼쪽에 해식 아치가 보였다. 마치 코끼리 코 모양 같다. 퇴적암 줄무늬가 뚜렷한 절벽과 해식 아치의 모양이 너무 아름다웠다.
좁은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올라가니 큼지막한 해식 동굴이 나타났다. 파도는 해식 동굴의 안쪽까지 밀고 들어갔다. 타스만해의 거친 파도는 여기저기 크고 작은 해식 동굴과 아치를 만들었다. 다양한 해안지형을 살펴 보았으니 오늘의 목표를 이룬 셈이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강풍과 모래로 시달린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욕조에 물을 받았다. 로제 와인도 한잔 준비했다. 일몰을 보면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궜다. 그런데 햇살이 너무 강해서 선글라스를 써도 눈을 뜰 수없다. 할 수없이 해를 등지고 앉았다. 어깨 위로 쏟아지는 따가운 햇살은 타월로 가려야 했다. 골든베이를 보면서 목욕을 하려면 오전이 좋을 것 같다.
저녁 메뉴는 오늘도 스테이크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뉴질랜드가 답이다. 하지만 야채가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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