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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불러 협곡(Buller Gorge)을 따라 남섬 서해안으로 가다.

뉴질랜드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4. 5. 1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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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오늘은 타카카를 출발해서 남섬의 서해안까지 320여km를 이동한다. 차로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나온다. 중간에 잘 알려진 곳을 돌아보면서 갈 예정이다. 60번 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타카카 고개를 천천히 넘었다. 모투에카 부근에서 우회전해서 시골길을 따라서 한참을 운전했다. 가끔씩 마주치는 농장 입구에는 무인 농산물 판매대가 있었다. 코하투에서 6번 도로를 만났다. 6번 도로는 친숙하게 느껴진다. 강릉에서 서울까지 이어진 국도를 자주 이용한 경험 때문이다.  
호프 새들 전망대(Hope Saddle Lookout)에 들렀다. 남섬 서부 개척의 역사에서 중요한 곳이다. 이러한 역사를 소개하는 패널이 세워져 있었다. 남섬 서부는 험준한 남섬 알프스 산맥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1800년대 전반까지는 마오리족들이 자원을 얻기 위해 사용했던 작은 길 밖에 없었다고 한다. 1860년대에 오늘 통과할 불러 협곡에서 사금이 발견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도로의 필요성이 커졌다. 1863년 David Clark이 이끄는 탐험대가 지름길을 발견해서 지금의 6번 도로가 되었다. 사금 발견, 인구 유입, 탐험대의 조사 등이 미국의 서부 개척과 비슷하다. 전망대에는 이 곳에서 주요 산이나 호수까지의 방향과 거리를 나타내는 동판이 세워져 있었고 측지 측량 표시(Geodedic Survey Mark)도 있었다.  

전망대에서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키 큰 나무가 많아서 전망이 아주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큰 캠핑카를 끌고 다니는 독일인 가족들도 만났다. 휘어진 고개길이 많은 뉴질랜드에서 운전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시 길을 재촉했다. 주변에는 호프 농장이 계속 이어져 있다. 호프 생산이 엄청날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맛본 뉴질랜드 맥주는 비싼 편에 속했다. 조금 더 가니 카와티리가 나왔다. 이 곳에서부터 6번 도로는 불러강과 불러협곡을 따라서 이어진다. 우리는 불러협곡 출렁다리에 들렀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로 110m 정도라고 한다. 주차장에는 모터바이크 여행을 하는 독일 사람들이 모여 있다. 멋있어 보였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불러강 위로 긴 철제 다리가 보였다. 바닥을 통해서 아래 강물이 보였고 제법 출렁거렸다. 건너편에서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기다려야 했다. 제법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군에서 유격훈련도 받아봤는데 이 정도야 문제가 될 수 없다.

건미도 조심조심 다리를 건너왔다.

다리를 건너자 15분 정도 걸린다는 산책로가 나왔다. 뉴질랜드 고유의 동식물을 안내하는 입간판이 서있다. 하지만 내 눈을 끈 것은 지진에 대한 것이었다. 큰 나무에 쓰러스트 단층으로 이 지점이 4.5m나 위로 솟아올랐다고 표시되어 있다. 화이트크릭 단층 절벽이다. 단층을 일으킨 지진은 1929년 6월 17일 인근에 있는 머치슨에서 발생했다. 진도 7.5로 매우 강력했다. 쓰러스트 단층은 단층면의 기울기가 45도 보다 작은 완만한 역단층을 말한다. 뉴질랜드 남섬의 동쪽 지괴는 지체 운동 때문에 천천히 서쪽을 향해서 밀려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쓰러스트 단층이 발생한다. 남섬 알프스 산맥이 형성된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어지는 산책로는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다. 

조금 더 걸어가니 또 재미있는 표시가 나타났다. 큰 나무에 홍수가 일어난 해와 그 때 수위가 표시되어 있다. 지금의 물 높이가 계곡 아래 쪽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아진 것이다. 가장 높았던 때는 2021년 7월이다. 나무의 아주 높은 곳까지 물이 차 올랐다. 비가 한꺼번에 많이 내릴 뿐 아니라 길고 긴 협곡이어서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 협곡에서 살아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이 지역에서도 사금이 많이 채취되었다고 한다. 광부들이 살던 오두막도 남아 있다. 사금을 많이 채굴하기 위해 호스로 강한 물줄기를 만들어 흘려보냈다. 가벼운 돌은 흘러 내려가고 금이 들어있는 무거운 알갱이들이 바닥에 가라앉았다. 30분 정도 걸리는 다른 산책로와 갈림길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었다. 우리는 잠시 쉬었다.  

협곡을 내려다 보면서 다시 다리를 건너서 되돌아 왔다. 

다시 6번 국도를 따라서 달렸다. 중간에 명소 표시가 있어서 전망대에 들렸다. 킬케니 전망대이다. 불러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이 곳에서 같은 방향으로 자동차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났다. 대체로 미국 서부에서 왔다. 모두들 구경도 하고 휴식도 하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었다.

드디어 남섬 서해안에 도착했다. 케이프 파울윈드(Cape Foulwind) 물개 서식지를 방문했다. 펭귄, 물개, 다른 야생동물 서식지라서 주의사항이 적혀있는 팻말이 보였다. 

절벽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여기저기 물개들이 보였다. 새끼 물개들은 털색이 아주 까맣고 작아서 귀여워 보였다. 

파도가 밀려오는 해안을 굽어다보았다. 이제 날이 저물어 가고 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다시 명소 표시를 만났다. 이리마후훼로 전망대이다. 길다란 해안선을 따라 흰 파도가 하염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이름은 푸나카이키 트리하우스이다. 기대했던 것처럼 나무 위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숲 보호구역 안에 있어서 온통 나무로 둘러쌓여 있었다. 

2층에 있는 방에 들어서니 바로 눈 앞에 숲이 보였다. 

베란다에 나가 보니 온통 숲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아주 상쾌했다. 긴 운전으로 쌓인 피로가 잘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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