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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을 걷다.

뉴질랜드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4. 5. 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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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오늘 곡규는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에 참여하고, 건미는 와카파파 인근 지역 트레킹을 한다. 모두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명소이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은 뉴질랜드의 솝꼽히는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이다. 하지만 걷는 거리가 너무 길어서 곡규만 참석하기로 했다. 이번 뉴질랜드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면서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현지 안내 여행사인 아드리프트에서 안내하는 프로그램에 참여 신청을 했다. 오전 8시에 국립공원빌리지에 있는 아드리프트에 20명의 참가자들이 모여서 주의사항을 듣고 출발했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도 쾌청하고 화산위험지수도 가장 낮은 0등급이라고 한다. 트레킹 코스가 활화산 지역이기 때문이다. 2명의 전문 가이드가 안내했다. 입구에 내려서 두 집단으로 나누어서 천천히 출발했다. 총 거리가 19.4km임을 알려주는 팻말을 만났다. 이제 시작이다.

멀리 높은 산이 보인다. 루아페후 화산이다. 높이가 해발 2797m여서 백두산과 비슷한 활화산이다.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변모한다. 여름철에는 정상 가까이까지 올라가는 곤돌라를 운영한다. 오늘 건미가 방문할 곳 중 하나이다. 층운으로 덮여있는 모습이 신비스럽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주변은 분출된지 얼마 되지 않은 화산암 부스러기가 널려있다. 고도가 제법 높아서 키가 작은 나무 밖에 없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여서 햇빛이 너무 따가웠다.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 보았다. 계곡이 제법 길게 보이는 것이 제법 올라온 것 같다.

이 곳에서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되돌아 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한다. 현재 위치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겨우 45분 정도 왔고 남은 거리는 5시간이 넘게 걸린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전진이다. 

트레킹을 오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단조로운 오르막 길이 구불구불 계속 이어졌다. 가이드는 주기적으로 휴식 시간을 갖도록 안내했다. 다행히 중간중간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올라갔다. 독일에서 온 피터가 사교적이었다. 그 밖에도 잉글랜드, 캐나다 등에서 온 사람들과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드디어 오르막이 거의 끝나고 능선 부분에 도착했다. 걷는 동안 계속 오른쪽에 보였던 나우루호에 화산을 배경으로 서보았다. 고도가 2,291m라고 한다. 이 화산은 2500년 전에 분출을 시작해서 1970년대에도 여러 번 분출했다고 한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젊은 화산이다. 좌우 대칭으로 멋진 모습을 가진 성층화산이다. 산 정상 부근에는 붉은 부분이 보였다. 철 성분이 많은 용암이 분출되었나보다.  

능선 건너편에는 깊은 계곡이 길게 이어져 있다. 

능선을 따라서 통가리로 화산 정상을 향해서 가파른 길을 올라갔다. 정상에서 통가리로 화산의 주 분화구를 만났다. 레드 크레이터이다. 움푹 파인 분화구를 두개의 암맥(다이크)이 관통하고 있었다. 분화구 전체가 암적색이어서 아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지구 표면이 아닌 외계 행성 어디쯤인 것 같다. 감동을 하면서 한참을 분화구 곁에 서 있었다.  

다시 능선을 따라 이동하자 분화구의 암맥 내부가 보였다. 암맥을 이루는 암석이 풍화에 약한 탓인지 암맥 내부는 깊게 파여 있다. 멀리 나우루호에 화산의 붉은 색이 잘 조화를 이룬다. 같은 마그마에서 유래된 형제 같은 화산들이다.  

레드 크레이터의 감동을 뒤로하고 조금 더 이동하자 저 아래에 에메랄드 호수가 보였다. 화성표면 같이 나무 한 그루 없는 곳에 밀키블루 색을 가진 호수라니 비현실적이다. 레드 크레이터의 강렬한 붉은 색을 경험한 탓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여기까지 힘들게 걸어 올라온 보상으로 충분했다. 화산 분화구 아래 쪽에서 열수 용액으로 분해된 점토 광물이 흘러 나와서 호수 물의 색이 저렇게 보이는 것이다. 

호수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길바닥의 흙은 발목까지 올라온다. 여러번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호수가에 당도했다. 호수에는 큰 새 한마리가 여유있게 떠 있다. 밀키 블루 호수물 위에 나무 조각처럼 생긴 새를 보니 여전히 생소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근처 다른 호수에서는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지만 물이 뜨겁지는 않은 것 같다. 

아름다운 호수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다시 출발해서 큰 호수를 향해서 올라갔다. 아래 분지 바닥에 검은색 층이 보였다. 최근 분출한 용암이라고 한다. 주변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저 멀리 큰 호수 2개가 보였다. 뒤에 보이는 것은 타우포 호수이고 앞에는 로토아이라 호수라고 한다. 가슴이 후련한 광경이다. 

발 아래 내려가는 길이 보였다. 꼬불꼬불한 길이 끝도 없이 감아돌고 있다. 걷고 또 걸었다. 

지친 다리를 끌고 한참을 내려가니 다시 팻말이 나왔다. 이제 대략 3km 남았다고 한다. 아직도 3km를 가야 한다. 

트레킹을 잘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만보계에는 36,000보가 찍혀있다. 26km를 걸었다. 내게는 신기록이다. 다리가 뻐근하긴 했지만 천천히 걸은 탓인지 심하지는 않았다. 더 늦기 전에 이 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곡규는 오늘도 어제와 같이 램섕크를 시켰다. 건미는 스파게티를 시켰다. 성공적인 하루를 기념하기 위해서 헤이지 IPA를 두어잔 마셨다. 

건미는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했다. 처음 해본 오른쪽 운전석 차를 운전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방문한 트레일도 모두 아름다웠다고 자랑한다. 심지어는 백두산 높이와 거의 같은 루아페후 화산까지 다녀왔다고 해서 놀랐다. 이 산은 겨울에는 스키장이지만 여름에는 곤돌라를 운영하고 있어서 윗부분까지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지루하면 어떨지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건미는 먼저 타라나키 폭포 트레일을 걸었다. 멀리 나우루호에 화산을 배경으로 이어진 트레일은 작은 관목과 때맞춰 피어난 분홍색 야생화로 너무 아름다웠다. 

트레일 끝에는 폭포가 쏟아지고 있었다. 용암층이 절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폭포 주변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있었다. 독일에서 온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 다음에는 루아페후 화산을 향해서 이어진 와카파파 네이쳐 워크를 걸었다. 숲 그늘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주변에는 깊게 패인 계곡을 만날 수 있었다. 

용암이 층층이 쌓인 절벽이 이어지기도 했다. 

걷기를 마치고 차로 돌아오니, 많은 차들이 어디론가 길을 따라서 올라가고 있었다. 건미도 그 차들을 따라서 한참을 올라갔다. 길은 스카이 와카 곤돌라를 타는 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곳에서 곤돌라를 타고 산의 정상 지점으로 올라갔다. 전망이 멋진 카페(Pataka at Knoll Ridge Chalet)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곳에서 산의 정상까지 이어지는 트레일도 있다고 한다. 분출된지 오래 되지 않아서 온통 바위산이었다. 이 곳이 유명한 스키장이라니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마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서 바위를 덮어 버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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