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이슬란드 11: 크비트세루쿠르, 보르가르비르키, 콜루포사르 폭포, 그라브로크 분화구

유럽 여행/아이슬란드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5. 1. 3. 15:12

본문

2024.09.20

시골 호텔의 조식은 지금까지 묵었던 다른 호텔과 달라서 인상적이었다. 그동안은 거의 비슷하게 세가지(토마토, 오이, 파프리카) 야채, 빵, 치즈 등이었다. 이 곳에서는 지역에서 만든 치즈, 오트밀빵, 생선, 말고기, 양고기, 감자 요리, 쨈 등을 제공해주었다. 맛도 좋았다.

오늘은 링로드를 따라 아이슬란드 북서부를 가로질러서 서부까지 가는 날이다. 첫번째 목적지는 크비트세루쿠르(Hvitserkur)이다. 해안가를 거쳐서 사우다르크외쿠루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먼길을 가야해서 주유를 가득했다. 73번 도로를 따라서 고개길을 넘었다. 링로드로 접어들어서 잠시 달리다가 다시 우회전해서 바튼스네스(Vatnsnes) 반도로 접어들었다.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했다. 아주 작은 마을을 지났을 뿐 매우 한적했다. 반도의 서쪽 해안에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니 과연 괴이한 모양을 한 바위 아치가 바다에 서 있었다. 크비트세루쿠르이다. 내 눈에는 한마리 커다란 코뿔소 같아 보였다. 코끼리 같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크기는 15m 높이이다. 5층 아파트 크기이다. 두께는 1~2m에 불과하다. 트롤이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한다. 한 트롤이 서피요르드에 살았다. 그 트롤은 이 근처에 있는 싱게이라클라우스투루 교회에 있는 종을 부셔버리려고 했다. 기독교와 교회 종소리를 너무 싫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수기도 전에 해가 떠올라서 그만 돌이 되었다. 트롤은 밤에만 활동해야 하는 존재였나 보다. 바위에는  흰색 거친 터치가 남아 있다. 갈매기(fulmar)의 배설 작품이다. 

가까이에서 보려고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 지금은 밀물이어서 바로 옆에까지 갈 수는 없었다. 바다는 아주 잔잔했다. 자세히 바라보니 온통 주상절리로 된 현무암이다. 윗 부분에 옆으로 누워있는 주상절리의 단면이 뚜렷하게 보였다. 이 바위는 화산 암맥이라고 한다. 긴 틈을 따라 분출하던 용암이 틈 속에 굳어진 것이다. 틈 주변의 암석은 모두 풍화되어 없어지고 단단한 용암만 남았을 것이다. 계속 되는 파도는 아래 부분에 아치를 만들었다. 옆으로 누운 주상절리는 풍화되면 쉽게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참 특이한 모양이다. 계속 파도에 침식되고 있어서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실제로 우측에 있는 기둥에는 구멍이 뚫려있었다고 했다. 이 지역 사람들이 그 구멍을 콘크리트로 막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른쪽 기둥 가운데 부분은 밝은색으로 보였다. 이 해안은 물개를 관찰하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오늘은 물개를 볼 수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보르가르비르키로 이동했다. 가는 길은 역시 비포장도로였다. 주상절리 언덕이 우뚝 서 있었다. 주변은 무너진 주상절리 파편들로 덮여 있었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주상절리가 없는 부분은 누군가 요새처럼 담을 쌓아 놓았다. 수세기 동안 바이킹의 군사적 요새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한다.  

언덕 안쪽은 큰 웅덩이처럼 움푹 파여있었다. 그 안에는 집터도 남아있다. 안에는 우물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지형이라면 충분히 요새로 이용했을 것 같았다. 아이슬란드에 살던 부족 사이의 내전이 일어났을 때 요새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제일 높은 곳에 주요 지형과 방향을 알려주는 다이얼판이 있었다. 여행객 부부가 다가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매우 좋아하면서 말을 걸어왔다. 이탈리아에서 온 분들이었다. 한류 덕분인 것 같다. 깨어보니 선진국에 살고 있다. 미국 동부에서 온 대학생 3인도 만났다. 그 중에는 한국 학생도 있었다. 젊은 나이에 견문을 넓히는 젊은이들이 부러웠다. 그들은 긴 여행을 하는 우리를 부러워했다.

주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구릉과 돌이 널려있는 거친 들판이었다. 

다시 비포장도로를 달려서 1번도로로 나왔다. 이번에는 콜루글류푸르(Kolugljufur) 협곡을 방문했다. 다시 비포장 도로를 한참 달렸다. 평평하고 넓은 대지에 커다란 농장이 있었다. 농장 사이에 깊은 협곡이 있었다. 협곡에는 멋진 폭포가 보였다. 콜루포사르 폭포이다. 좁은 협곡을 따라 물살이 거칠게 흘러 내렸다.

깊은 협곡은 반대쪽으로 계속 이어져 있었다. 깊이가 40~50m, 총 길이는 1km 가량된다고 한다. 아래 쪽에도 제법 큰 폭포가 보였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콜라(Kola)라고 하는 이름을 가진 여자 트롤이 이 협곡을 팠다고 한다. 멀지 않은 언덕에는 그녀의 보물이 묻혀있다고 한다. 트롤의 저주가 걸려 있어서 접근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남서쪽으로 갈길을 재촉했다. 1번 도로를 따라서 빠르게 갈 수 있었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그라브로크(Grabrok) 분화구를 찾았다. 주차장을 지나쳐서 다시 돌아와야 했다. 이 곳에는 세 개의 분화구가 있었다. 가장 작은 분화구 이름은 리틀라 그라브로크이다. 가운데가 낮은 말 안장 모양이었다. 검은 화산암을 녹색 이끼와 관목이 덮고 있어서 아주 아름다웠다. 

가운데에 있는 스토라 그라브로크로 올라갔다. 세 개 중에서 가장 큰 분화구이다. 올라가는 길은 계단이다. 길 옆에는 두꺼운 이끼와 단풍이 든 관목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림으로 가는 길에 전망대가 있었다. 분화구를 내려다 보았다. 내부는 움푹 꺼져 있었다. 중앙에 작은 분화구가 보였다. 이 중 화산인 것 같았다. 큰 분출이 있은 후 다시 작은 분출이 일어난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분화구이다. 약 3400년 전에 열극 분출이 있었다고 한다.   

스토라 그라브로크 분화구 림을 따라서 산책로가 이어져 있었다. 림에서 북쪽을 바라보았다. 화산대지와 다른 화산들을 볼 수 있었다. 산에는 용암층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분출이 여러 차례 있었던 것같다. 여러 분화구에서 쏟아져 나온 용암이 흘러서 이 곳에 그라브로카르흐뢰인 용암대지가 생겼다. 이 곳을 덮고 있는 용암대지는 리오쉐피아틀(Ljósufjöll) 화산계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이 화산계는 내일 방문할 스나이펠스네스(Snæfellsnes) 반도 가운데에서 부터 길게 동쪽으로 펼쳐져 있다. 길이가 90여 km 정도이다. 

북서쪽 가까이에는 또 다른 분화구가 보였다. 그라브로카르페들 분화구이다. 분화구 안에는 솟아오른 부분이 보였다. 원형림이 잘 남아있었다. 

림을 따라 한바퀴 산책을 하면서 다른 방향에서 분화구를 바라보았다. 새롭게 보였다.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80km 정도 거리인 작은 도시 보르가르네스에 있는 숙소, 호텔 하마르에 도착했다. 2일을 머무른다고 하니 좋은 방을 주었다. 슬로베니아에서 온 직원이다. 자매도 아이슬란드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방에 들어와서 커튼을 여니 바로 앞에 골프 코스가 보였다. 전망이 좋은 방이다.  

호텔에는 야외 욕조가 있었다. 사우나 시설도 함께 있다. 온천수는 아니라고 한다. 아이슬란드는 물이 좋으니 온욕을 하기로 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온 여성과 어머니도 이용하고 있었다. 아이슬란드에 일하러 왔다고 한다. 보수는 좋은데 심심하다고 했다. 다시 한번 동유럽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슬란드 인구는 40만명이 채 안되고, 전세계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으니 일손이 많이 부족한 나라인 것 같았다. 

하루동안 330여 km를 이동했다. 오는 도중에 멋진 해식 아치, 주상절리 요새, 폭포가 아름다운 협곡, 분화구를 볼 수 있었다. 관련된 설화도 접할 수 있었다. 자연과 사람 이야기가 버무려진 하루였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