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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08: 데티포스 폭포, 흘리오우다클레타르, 아스비르기 국립공원

유럽 여행/아이슬란드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4. 12. 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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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또 새벽에 잠이 깼다. 오로라 앱을 확인했더니, 지금 확률이 높다고 알려준다. 밖으로 나갔다. 자동차로 불빛이 전혀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1번 도로에는 이따끔 큰 트럭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위협적이다. 새벽 바람이 차갑다. 하지만 오로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여행 일정이 절반 정도 남았는데, 떠날 때까지 오로라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슬란드 북부에 눈이 내렸다는 예보를 들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필수적인 도로망 앱(Safe Travel)을 확인했다. 오늘 경로는 대체로 녹색이다. 일부 구간은 푸른 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눈이 내렸지만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출발했다. 다행히  날씨가 좋다. 길은 한참 동안 계속 오르막이다. 고도가 높은 대지로 가는 것이다. 풀과 이끼로 덮여 있는 대지에는 곳곳에 눈이 남아있다. 멀리 눈에 덮힌 봉우리들이 보였다. 생경한 풍경이다.  

반대편에는 뾰족뾰족한 낮은 산이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흰색 눈과 검은색 암석이 대비를 이루어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1번 도로(링로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서쪽으로 달렸다. 데티포스 폭포로 이어지는 862번 도로 분기점이 나왔다. 우회전했다. 도로는 새로 포장을 해서 달리기 좋았다. 파란 하늘 아래에 흰 눈으로 완전히 덮힌 대지가 이어져있다. 9월 중순에 눈부신 설경이라니, 북부 아이슬란드에 왔다는 것이 실감난다. 멋진 설경이다.  

10여분 정도 달리니 데티포스 폭포 주차장이 나왔다. 폭포 서쪽 전망대로 가는 곳이다. 폭포까지는 1km 이상 걸어야 한다. 강건너에 있는 폭포 동쪽 전망대로 가는 길은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었다. 

폭포로 가는 길은 거친 용암 대지 위로 이어져 있다. 분출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거의 풍화되지 않았다. 이끼조차 없는 황무지이다. 화성 표면을 걷는 것 같았다. 

한참을 걸으니 마침내 폭포 소리가 들리고, 협곡에서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길 주변에는 온통 주상절리 단면이 이어져 있다. 얼마나 많은 용암이 흘러 나왔을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아이슬란드는 참 특별한 섬이다. 

데티포스 폭포를 만났다. 비스듬하게 협곡을 가로 지르고 있었다. 폭이 약 100m이고, 높이는 45m 가량이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폭포라고 한다. 엄청난 양의 물이 요쿨사르주푸르협곡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인 바트나요쿨에서 발원한 요쿨사 아 푤룸강의 물이다. 사람들이 폭포 가까운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위험하니 내려가지 말라는 표지가 있었다. 우리는 내려가는 대신 전망대로 향했다. 걷다보니 폭포가 정면으로 보였다. 정말 웅장하다. 부서지는 물방울 때문에 폭포 하단이 가려졌다.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전망대는 협곡 절벽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었다. 쾌청한 날씨 덕분에 푸른 하늘을 배경 삼을 수 있었다. 햇빛 덕분에 폭포는 더 하얗게 빛났다. 폭포 뒷쪽으로 펼쳐진 검은 암석층, 폭포 앞쪽의 황녹색 이끼는 전체 구도에 묘한 대비와 조화를 만들었다. 물보라가 전망대까지 올라왔다. 장관이었다.   

데티포스를 충분히 감상한 후 발길을 돌렸다. 데티포스 남쪽에는 셀포스 폭포가 있다. 먼 발치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길 옆의 작은 언덕 위로 올라가니 셀포스 폭포의 윗부분과 날리는 물방울이 보였다. 이 폭포는 높이가 10m 남짓하다고 한다. 셀포스 윗 쪽으로 굽이쳐 흐르는 요쿨사 아 푤룸강이 보였다. 이 강은 데티포스 폭포 가까이 오면서 강폭이 줄어든다고 한다.  

다음 목적지는 흘리오우다클레타르(Hljóðaklettar)이다. 자동차로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먼저 전망대로 갔다. 관광객을 위해서 최근에 잘 정비해 놓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망대에서 아래가 잘 내려다 보였다. 강가에 기기묘묘한 모양을 한 바위들이 이어져 있었다. 주변보다 단단한 암석인 모양이다. 주변을 흐르는 강물의 침식에도 더 높게 남아있으니 말이다. 

오른 쪽에는 바위와 함께 강물이 잘 보였다. 데티포스 폭포를 만든 요쿨사 아 푤룸강이 북쪽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기암괴석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졌다.

기암괴석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서 아래 쪽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트레일 2개가 있었다. 흘리오우다클레타르(Hljóðaklettar)와 로드홀라르(Raudholar)이다. 이 지역에는 약 만년 전에 6km 정도 길이의 갈라진 틈을 따라서 용암이 분출했다고 한다. 당시의 작은 화산 분화구들이 이어져 있는 곳이다. 흘리오우다클레타르가 전망대에서 보았던 특이한 큰 바위들이 있는 곳이다. 로드홀라르에는 마그마 분출 당시 생긴 분석구(제주도 오름과 같은 것)가 남아있다고 한다. 강물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침식을 피할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보았던 로드홀라르의 모습이다. 분석구는 붉은 색이었다.

우리는 흘리오우다클레타르 트레일로 들어섰다.  

당시 이 지역에는 많은 용암이 분출하면서 강의 물길을 막게 되었다. 강물은 용암 분출로 높아진 분화구를 우회하여 흘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강물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마침내 넘쳐서 용암층 위로 흘렀다. 이 때문에 큰 홍수가 발생했다. 지형도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비교적 무른 응회암과 약한 용암은 침식되어 없어지고 단단한 현무암의 일부는 남아있게 되었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서 강 건너 편을 바라보았다. 큰 바위가 수직으로 이어져 있었다. 대단한 요새같아 보였다.   

왼편으로는 구멍이 많이 나 있는 큰 바위가 보였다. 모양이 사람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북유럽 신화 속의 괴물인 트롤을 닮은 것 같았다. 트롤 괴물이라는 뜻을 가진 트롤리드라고 부른다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온통 주상절리로 되어있다. 주상절리의 방향이 다양하다. 용암이 분출했을 때 강물을 만난 것이다. 빨리 식으면서 다양한 방향의 주상절리가 생긴다고 한다. 참 신기한 모양이다.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매우 큰 바위가 나타났다. 성(Kastili, castle)이라는 이름을 가진 바위이다. 환상적인 모습이다.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아래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온통 주상절리이다. 아래와 위에 방사상 모양으로 배열된 주상절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용암 장미라고 부른다고 한다. 장미보다 더 멋진 것 같았다. 이 곳에서 여러 차례의 용암 분출이 일어났을 것이다. 분출한 용암은 강물을 만나서 빠르게 식으면서 이처럼 다양한 주상절리가 생겼다고 한다. 불과 물의 만남으로 인한 것이다.   

동굴도 볼 수 있었다. 동굴이 있는 부분에는 주상절리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침식에 약한 응회암일 것 같았다. 동굴 바깥쪽 암석에는 옆으로 누워있는 주상절리가 잘 보였다. 단단한 현무암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밖을 바라보았다. 동굴에서 바라본 바깥 세상은 늘 아름답게 느껴진다.  

트레일은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큰 바위 사이로 길게 구불구불 이어졌다. 

주상절리의 단면을 아래에서 잘 볼 수있는 절벽도 만났다. 이 곳은 주상절리가 굵은 편이고 거의 수직으로 서 있었다. 용암이 천천히 식으면서 생긴 주상절리이다. 분출한 용암의 아래 부분이어서 천천히 식었을 것이다. 기하하적인 아름다움을 느꼈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주상절리 바위를 수없이 만났다. 바위 하나하나가 독특한 주상절리 무늬를 보여주었다. 멋진 산책이었다. 다양하고 독특한 주상절리를 실컷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다시 북쪽으로 이동해서 아스비르기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입구를 지나서 안쪽으로 한참을 들어갔다. 보튼스툐르든 연못 표지판이 나왔다. 아스비르기 국립공원은 상당히 넓었다. 공원 전체 모양은 완벽한 말발굽 자국 모양이라고 한다. 이 공원의 형성에 대한 전설이 있다. 고대 북유럽의 신 오딘은 하늘을 나는 말을 타고 다녔다. 그 말은 다리가 여덟 개였는데, 발 하나가 땅에 닿아서 이 공원이 생겼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큰 홍수 때문에 엄청난 양의 물이 흘러서 지금과 같은 협곡이 생겼다고 설명한다. 아이슬란드의 홍수는 규모가 엄청난 것 같다. 아주 많은 양의 물이 상당히 오랫동안 흘러 넘쳐야 이 협곡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 물은 거의 대부분 빙하가 녹아서 생긴 것이다. 유럽 최대 빙하를 가진 곳 답다. 위에서 내려다 본 다음 사진을 보면 왜 말발굽 모양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진은 Guide to Iceland 홈페이지에서 구한 것이다.

저 멀리 높은 절벽이 보였다. 절벽은 휘어져서 길게 이어져 있었다. 말발굽 자국의 뒷 부분에 해당할 것 같았다. 절벽이 둘러싸고 있는 분지인 탓인지 바람도 없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이슬란드에서 이렇게 우거진 활엽수 숲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어쩐지 친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산책길을 따라 숲속을 걸었다. 노란색 단풍이 든 숲은 아름다웠다. 얼마 가지 않아서 보튼스툐르든 연못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났다. 

연못은 높은 절벽 아래에 있었다. 절벽에서는 가느다란 폭포가 쏟아졌다. 아주 조용하고 평온한 곳이었다. 

연못 주변 암석은 녹색 이끼로 덮여있었다. 연못 바닥은 녹색 물풀이 무성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처음으로 만난 녹색 천국이었다. 잔잔한 호수가에서 평화로운 아름다움을 만끾했다.

산책로를 따라 돌아왔다. 군데 군데 붉은색 단풍이 조금씩 섞여 있었다. 

공원을 빠져 나왔다. 중간에 에이얀이라고 부르는 절벽 바위가 솟아 있었다. 사람들이 바위 위로 하이킹을 하고 있었다. 이 공원은 길고 짧은 수 많은 트래킹 코스가 있다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갈 길을 재촉했다.
북쪽으로 이동하자 85번 도로를 만났다. 이 길은 아이슬란드 북쪽 반도 해안을 따라 이어졌다. 계속해서 오른쪽으로 바다 풍경이 보였다. 인적도 거의 없는 적막한 풍경이었다. 길은 점점 좌측으로 돌아서 남쪽을 향해서 달렸다. 우측에 스캴판디만을 끼고 한참을 진행하여 후사비크항에 도착했다. 인구가 2천명 정도인 마을이다. 유럽의 고래 워칭 수도라는 별명을 가진 곳이다. 혹등고래를 비롯한 다양한 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고래워칭은 여름이 적기라고 했다. 항구에는 고래 꼬리 조형물과 고래 워칭 표를 파는 곳이 보였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다. 고래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은 것 같았다. 3시간이 걸리는 투어는 저녁 7시 반이 되어야 끝난다고 한다. 숙소까지는 더 가야 하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다. 여기에서 고래워칭하는 것을 포기했다.  

부두에는 사람들이 고래워칭 배에 승선하고 있었다.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만 건너편에는 낮게 깔린 구름 위로 흰 빙하가 덮힌 웅장한 산맥이 보였다. 

후사비크 시가지는 자그만했다. 길 건너에는 1907년에 세운 후사비쿠르키르캬 교회 건물이 서 있었다. 짙은 초록색 지붕과 하얀 벽이 인상적이다. 아이슬란드에서 본 시골 교회 중에서는 큰 편에 속했다. 

길을 재촉했다. 강풍과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날은 어둑어둑해졌다. 마침내 숙소인 미바튼 호수 부근의 라사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새우 파스타에 와인을 곁들였다. 지금까지 여행 중 제일 호사스러운 식사였다. 한동안 햇반과 통조림 반찬에 의존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아이슬란드 동부에서 255km를 이동해서 북부로 왔다. 데티포스 폭포, 흘리오우다클레타르 주상절리 지역, 아스비르기 국립공원, 후사비크 항구에 들렀다. 웅장한 폭포와 다양한 주상절리, 평화로운 국립공원과 같은 아이슬란드의 다양한 지형을 경험했다. 고래워칭을 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달비크에서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내일 둘러볼 미바튼 호수와 주변의 지열지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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