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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12: 스나이펠스네스 국립공원

유럽 여행/아이슬란드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5. 1. 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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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오늘은 스나이펠스네스 국립공원을 일주한다. 서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반도이다. 첫번째 목적지는 게르두베르그(Gerðuberg) 절벽이다. 거의 1km에 걸쳐서 주상절리 절벽이 이어져 있다. 길고 높다란 성벽 같았다. 관광객들이 절벽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주상절리 가까이 다가갔다. 굵직한 육각 기둥 주상절리가 대칭적인 모습으로 우람하게 서 있었다. 높이가  7~14m라고 한다. 수천년 전에 분출한 용암이 바다물을 만나서 빠르게 냉각되어서 생겼다고 한다. 당시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제주도 해안 지역에도 비슷한 주상절리가 많다. 같은 과정으로 생겼을 것이다.   

54번 도로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하자 반도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지르는 56번 도로가 나왔다. 우회전하여 고개를 넘어갔다. 고개 위에 전망대가 있었다. 이 곳에는 여러 개의 호수가 이어져 있고 온통 이끼로 뒤덮힌 용암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분화구도 많다. 이 거대한 용암대지는 다시 54번 도로를 만나서 서쪽으로 가는 동안 계속되었다. 엄청난 규모이다. 

만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자 전망대가 보였다. 콜그라파르피요르두르(Kolgrafarfjördur) 피요르 옆이었다. 피요르는 매우 고요했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스나이팰스네스 빙하가 잘 보이는 위치이다. 하지만 두꺼운 구름이 산 정상을 덮고 있다. 빙하에 깎인 산 능선 만이 거친 등지느러미를 살짝 드러내고 있다. 

멀리 그룬다르포스(Grundarfoss) 폭포가 나타났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높은 폭포답게 흰 물줄기가 길게 이어져 있다. 높이가 70m 가량이라고 한다. 스나이펠스요쿨 빙하에서 흘러오는 강물이 현무암 절벽을 만나서 생겼다. 절벽에는 2개 층으로 쌓여있는 주상절리가 뚜렸했다. 

옆에 있는 계곡과 산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황녹색 산비탈과 깊게 패인 어두운 계곡은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계곡에는 가느다란 흰색 물줄기가 이어졌다. 산 정상 부분은 구름에 가려져 신비함을 더하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키르큐펠(Kirkjufell)산이 있었다. 이 이름은 교회 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산 모양이 교회를 닮았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사진찍기 가장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키르큐펠 산을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다. 높이는 463m이지만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한다. 여행사에서도 올라가지 말라고 했다. 아래는 완만한 편이고, 위로 갈수록 경사가 급해지고 수평으로 쌓인 지층이 뚜렷하게 보였다. 패널을 읽어보니 아래 부분은 퇴적암(사암과 역암)이고 층이 뚜렷한 곳은 용암층이었다. 분출이 여러 번에 걸쳐서 일어났었다. 

주변에는 말농장이 있었다. 아이슬란드 토종말은 성격이 좋다고 들었다. 관광객이 어루만져주어도 가만히 있었다. 

키르큐펠스포스 폭포까지 트레일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폭포를 보러 갔다. 폭포와 산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폭포는 2단이었다. 폭포와 주변 지형은 아주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용암층이 겹겹이 쌓인 멋진 풍경이다.

더 서쪽으로 이동했다. 작은 만을 끼고 있는 오라프스비크(Ólafsvík)라는 작은 마을이 나왔다. 서기 900년에 처음 사람이 정착했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역사가 있는 마을이다. 검은 모래 해변이 길다란 호를 이루고 있었다. 마을 가운데에는 독특한 설계로 유명한 올라프스비쿠르키르캬 교회가 보였다. 제일 높은 건물이다. 

54번 도로는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다가 좌측으로 구부러져서 내륙으로 접어들었다. 앞에 원추형 모양의 분화구가 보였다. 삭스홀(Saxhóll) 분화구이다. 3000~4000년 전에 용암이 분출한 곳이다. 분출 당시 마그마와 해수가 만나서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 결과로 이 분화구가 생겼다. 이 분화구는 엘프와 요정이 드나드는 통로라는 아이슬란드 설화가 있다고 한다. 1864년에 출간된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이라는 SF소설에는 주인공들이 스나이스펠스네스 빙하 인근의 동굴을 통해서 지하로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 분화구를 염두에 둔 것일지도 모른다. 정상에 서면 훌륭한 전망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대서양, 빙하, 용암대지를 한꺼번에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00m 정도 높이여서 등산 부담도 적다. 그런데 공사 중이었다. 출입금지 안내판 앞에서 아쉬운 마음으로 분화구를 바라보았다. 주변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용암대지였다. 얼마나 많은 용암이 분출되었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반도의 남서쪽 해안에 다달았다. 론드랑가르(Lóndrangar) 전망대 표지판이 나왔다. 해변에는 현무암 파식대지와 절벽이 이어져 있다. 저 멀리에는 높은 바위가 우뚝 서 있었다. 의자 모양같기도 했다. 수천년전에 분출한 화산분화구였는데 파도에 침식되어 일부분만 높다랗게 남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남아있는 높은 암석 기둥은 2개이다. 높이가 75m와 61m 정도이다. 이 곳에서는 서로 겹쳐서 하나처럼 보였다. 높이 솟아있어서 바위의 성이라는 별명도 있다고 한다. 아래 쪽에도 둥그렇게 분화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제일 아래 부분에는 주상절리가 잘 드러나 있었다. 파도가 분화구의 겉껍질을 벗겨준 덕에 안쪽을 볼수 있게 된 셈이다.   

주변에는 용암대지가 아주 넓게 펼쳐져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농부들이 농사를 짓지 않았다고 한다. 엘프가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농사를 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다. 이끼만 살 수 있는 너무 척박한 곳이다.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옛날 어촌 마을이었던 헤틀나르(Hellnar)가 나왔다. 소박한 카페 건물 너머로 검은 색 용암절벽과 큰 자갈 해변이 보였다.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갔다. 

해변 절벽에는 커다란 해식아치가 서 있었다. 바드스토파(Baðstofa) 아치이다. 파도가 용암을 다듬어서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 주변 바위의 모양도 참 특이했다. 이탈리아 어딘가에 있는 웅장하고 섬세한 장식이 있는 성당에 들어간 것같은 느낌이다. 

해식동굴과 동굴을 감싸고 휘어져 있는 바위도 볼 수 있었다. 경이스러운 모습이다. 

동쪽에 있는 아르나르스타피(Arnarstapi)로 갔다. 입구에 아이슬란드 전통건물이 보였다. 지붕은 잔디로 덮여있었다. 레스토랑이었다. 

아르나르스파티 해안으로 가는 길에 커다란 돌탑을 만났다. 바르두르 스나이펠사스 조각(Bárður Snæfellsás Statue)이라고 한다. 조각가 라그나르 크하르탄손(Ragnar Khartansson)의 작품이다. 아래 부분이 두 다리이고 가운데가 몸통, 그리고 맨 위가 머리이다. 머리 아래에 수직으로 붙어있는 돌은 수염을 나타낸다. 그는 절반은 트롤이고 절반은 인간이라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반거인(half a titan)이었고, 어머니는 인간이었다. 거인들은 트롤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친절했다고 한다. 한 아이슬란드 사가(Icelandic Saga)에 의하면 바르두르는 9세기에 아이슬란드에 도착했다. 사가는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문학 장르이다. 그는 이 반도를 하얀 눈이 덮여있다는 뜻으로 스나이펠스네스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해안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해안은 온통 해식절벽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절벽에는 멋진 주상절리가 곧게 서 있었다. 가까이에는 해식동굴도 보였다. 동굴 벽도 주상절리로 장식되어 있었다. 

반대쪽 해안에도 비슷한 풍경이 이어졌다. 해식 절벽, 해식동굴, 주상절리, 참 아름다운 곳이다.  

아르나르스타피 항구까지 해안을 따라서 아름다운 트레일이 길게 이어져 있다. 천천히 걸어서 가트크레투르(Gatklettur) 전망대에 도착했다. 환상적인 해식아치를 만났다. 마치 중세 시대 어떤 건물의 아치형 문과 둥근 창문을 보는 것 같았다. 이 해안에 도착하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입구같았다. 바위의 주상절리 무늬는 마치 큰 돌을 잘 다듬어서 쌓아올린 것처럼 느껴졌다. 멋진 자연의 작품이다.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이어지는 산책길은 주상절리와 파도가 만들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조합을 보여주었다. 방사상으로 펼쳐진 주상절리 절벽도 그 중 하나였다. 

여러 방향으로 뻗어있는 주상절리 절벽은 파도에 깎이고 뚫려서 기묘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끼가 윗부분을 덮어서 황녹색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다양한 모양의 주상절리 해식기둥이 늘어서 있다. 둥근 원통형 모양도 있고 납작한 것도 있었다.  

다양한 모습과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식절벽에는 해식아치가 이어졌다. 그 앞에는 수평으로 누워있는 주상절리가 마치 통나무를 쌓아 놓은 것 같았다. 

엄청난 크기의 해식아치를 만났다. 아치 안으로 파도가 밀려 들어왔다. 굵은 주상절리가 아치를 기둥처럼 떠받치고 있었다.  

해식절벽과 해식 동굴을 또 만났다. 이 곳 주상절리는 약간 휘어져 있었다. 아래 부분에는 바닷물에 잠겼던 부분이 하얀 줄 무늬를 이루고 있었다. 이 절벽에는 갈매기들이 많이 살고 있다. 

또 다른 큰 해식아치가 있었다. 정말 대단한 장면이 계속되었다. 

트레일 옆에는 호수도 있었다. 잔잔한 수면이 건너편 산과 마을을 거울처럼 비추었다. 

트레일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렀다. 주상절리로 만들어진 해식절벽, 해식기둥, 해식 동굴, 그리고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까지 다채로운 지형을 보여 주었다. 기억에 오래 오래 남을만한 해안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물개 서식지에 들르기로 했다. 북동쪽으로 조금 이동하자 관광 명소 표시가 나왔다. 저 멀리 수직으로 서있는 웅장한 녹색 절벽이 보였다. 라우드펠드스갸 협곡(Rauðfeldsgjá Gorge)이다. 대단한 모습이다.

협곡을 줌업해 보았다. 아주 좁은 바위 사이 협곡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갈라진 바위 틈을 물이 계속 침식해 나가는 곳이다. 갈길이 멀어서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지막 목적지인 이트리 퉁가(Ytri Tunga) 물개 서식지에 들렀다. 모래 해변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먼저 오른쪽 해변으로 가 보았다. 사람들이 바다를 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누워있는 물개가 보였다. 그 주변에는 머리를 내밀고 있는 물개도 있었다.  

왼쪽 해변으로도 가보았다. 돌 위를 한참 걸어 들어갔다. 이 곳에는 물개가 좀 더 많았다.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미와 새끼 물개가 함께 있기도 했다.

긴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스나이펠스네스 반도를 일주하다보니 430여 km를 넘게 달렸다. 다양한 화산 지형을 볼 수 있었다. 용암과 바다가 만나서 만들어낸 해안 지형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돼지갈비 바베큐와 피시앤칩스로 저녁식사를 했다. 양도 푸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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