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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09: 미바튼호수와 자연온천, 지열지구

유럽 여행/아이슬란드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4. 12. 3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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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오늘은 미바튼 호수와 근처를 둘러본다. 미바튼 호수는 둘레가 40km에 이르며 50여 개의 작은 섬이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네번째로 큰 호수이다. 깊이는 얕으며, 다양한 물고기와 새가 서식하고 있다.  
숙소에서 먼 곳부터 돌아보기로 했다. 미바튼 지역 북서쪽에 있는 크라플라 화산으로 갔다. 진눈깨비가 내렸다. 미바튼 호수 남쪽과 동쪽으로 이어진 1번 도로를 따라갔다. 863번 도로에서 좌회전을 했다. 도로 끝에 비티(Viti) 칼데라가 보였다. 비티는 지옥이라는 뜻이다. 1724년에 대규모 분출이 일어났으며, 비티 분화구에서는 100년이 넘도록 머드풀이 끓어 올랐다. 1975년에도 분출이 시작되어 9년 동안 계속되었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칼데라 물빛은 청회색이다. 지름이 350m 정도인 칼데라 림을 따라서 눈에 덮힌 산책로가 이어져 있었다.  

크라플라 화산에는 비티 칼데라 외에도 여러 개의 칼데라와 지열지대가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도 가장 활발한 화산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인이 정착한 9세기 이후로 29차례나 분출했다고 한다. 이 화산을 포함해서 미바튼 지역을 가로 지르는 90km에 이르는 열극이 있다.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판의 경계 지역이다. 미바튼 지역 전체가 화산 지역인 셈이다. 비티 칼데라의 서쪽으로 레이르흐뉴쿠르(Leirhnjukur) 지열지대가 있고 북서쪽에 크라플라 화산이 있다. 날씨 때문에 하이킹은 포기했다.   
비티 칼데라 남쪽에 크라플라 지열발전소가 보였다. 하얀 김을 내뿜고 있었다. 크라플라 화산 지대는 지열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6년에 실시했던 시추 결과에 의하면 이 지역의 지하 약 2km 깊이에서 마그마가 발견되었다. 지표 부근 가까이까지 마그마가 올라와 있는 셈이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크라플라 마그마 테스트 베드라는 세계 최초의 국제 마그마 관측소가 2017년에 이 곳에 세워졌다. 아이슬란드에는 많은 지열 발전소가 있으며, 전체 에너지의 25%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지열발전소는 화석연료가 필요없는 청정에너지원이다. 화산폭발로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청정에너지를 얻는 장점도 있는 셈이다. 

좀 더 남쪽에는 야외 온천 샤워장이 있었다. 큰 기둥에서 뜨거운 물이 쏟아졌다. 사람들이 그 물로 샤워를 했다. 흥미로웠다. 다시 1번 도로를 만났다. 바로 길 건너편에 크베리르(Hverir) 지열지대가 보였다. 이 곳은 사유지라고 한다.   

지열지대에 들어섰다. 생명이 전혀 없는 화성 표면 같은 곳이다. 검은색 물이 끓는 열탕 풀이 먼저 나타났다.군데 군데 분기공도 보였다. 이 곳의 물의 온도는 20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진흙 열탕, 유황 가스를 뿜는 분기공, 광물 기둥 등이 보였다.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뉴질랜드 로토루아, 일본 노보리비치 지옥곡 등에서 경험한 것과 비슷한 풍경이다. 다시 보아도 신기하다.

돌무더기를 쌓은 곳에서는 유황 증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쉑쉑거리는 소리도 요란하다. 유황 분기공(sulfuric smoker)이다. 유황증기가 날아오지 않는 쪽에 앉아서 손을 뻗어보니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지구의 숨결이다. 

미바튼 호수를 향해서 이동했다. 작은 고개를 넘자 안내센터 간판이 보였다. 이 지역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긴 패널이 서 있다. 아래에는 미바튼 호수 전경이 내려다 보였다. 호수에는 작은 섬들이 많이 보였다. 바로 앞에는 색이 너무 아름다운 블루레이크(Blue Lake)가 보였다. 그 우측에는 비아르나르플라그(Bjarnarflag) 지열 발전소가 있었다.  

그료타갸(Grjotagja) 온천동굴로 갔다. 오래된 용암 동굴에 온천수가 고여있는 곳이다. 

바위 사이의 틈이 보였다. 동굴 입구이다. 

동굴은 그다지 깊지 않았다. 내부도 아주 넓지는 않았다. 바닥에는 온천 호수가 있었다. 빛이 잘 들어와서 물색이 푸르게 보였다. 신비로웠다. 목욕은 금지되어 있었다. 물에 손을 넣어보니 제법 뜨거웠다. 여기에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이라는 드라마를 촬영했다고 한다. 

동굴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위로 올라가는 트레일이 보였다. 호기심에 올라가 보았다. 제법 넓은 균열이 아주 길게 이어져 있었다. 두 판의 경계이다. 건미가 서 있는 곳이 유라시아판이다. 균열 바로 너머는 북아메리카판이다. 이 균열을 경계로 두 판은 서로 멀어지고 있다. 아이슬란드 남쪽의 씽벨리르 국립공원과 북쪽의 미바튼 호수를 잇는 선을 경계로 두 판이 갈라지고 있다. 실프라 계곡의 스노클링 경험 못지 않은 감동이다.  

조금 더 남쪽으로 이동했다. 딤뮈보르기르(Dimmuborgir)에 도착했다. 어둠의 요새라는 뜻이라고 한다. 용암으로 된 탑 모양의 검은색 기둥과 절벽, 그리고 용암 동굴이 많기 때문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니 과연 용암 탑들이 많이 서 있다. 원추형 모양이어서 얼핏 마이산 탑사에 있는 탑 같기도 했다. 용암이 탑 모양으로 서 있는 것은 물과 관련이 있다. 이 지역에는 물 웅덩이나 물을 머금은 습지가 많았다. 그위로 용암이 분출해서 깊은 용암 호수가 생겼다. 용암 호수 아래에 있던 물은 용암의 높은 온도 때문에 끓어서 수증기가 되었다. 수증기가 많아지면서 압력이 매우 높아져서 액체 상태인 용암을 뚫고 위로 분출하게 되었다. 수증기가 분출하는 통로 주변의 용암은 고체로 변했다. 수증기의 온도는 100도 이상이지만, 700~1200도에 이르는 용암보다는 낮기 때문이다. 그 후 고여있던 용암은 빠져나갔지만 수증기 분출 통로였던 곳들은 이미 굳어서 높은 탑모양으로 남게 된 것이다. 화산지대를 여러군데 돌아보았지만 이런 지형은 처음 보았다.   

용암탑 사이로 하이킹 코스가 보였다. 길고 짧은 다양한 코스가 있었다. 이 곳은 신기한 지형 때문에 아이슬란드 민간 설화의 배경이 되었다. 기기묘묘한 바위의 모습은 트롤, 엘프, 유령 등을 연상시켰다. 민속 설화에서는 이 곳을 지옥으로 향하는 입구로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곳은 아이슬란드의 산타 클로스인 율라드(Yule Lad)의 본고장이다. 아이슬란드 민속설화 중에는 여자 거인 그릴라와 크리스마스 고양이에 대한 것이 유명하다. 그릴라는 크리스마스에 못된 아이들을 잡아가며, 그녀의 검은 고양이는 새옷을 입지 않은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이야기가 전해왔다. 아이슬란드의 겨울이 너무 혹독하기 때문에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따뜻한 새 옷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생긴 이야기이다. 현대에는 이렇게 무서운 설화대신 못된 아이들의 신발 속에 그릴라가 썩은 감자를 넣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릴라의 집이 이 곳 딤뮈보르기르로 알려져 있다. 그릴라에게는 13명의 아들 율라드가 있다. 과거에는 기이하고 역겨운 행동을 하는 존재였으나, 최근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며 즐거운 축제 분위기를 북돋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산책로를 걸었다. 주변에는 신기한 모양을 한 용암 탑이 여기 저기 솟아있었다. 용암 기둥도 볼 수 있었다. 어떤 탑에는 구멍이 나 있어서 동물의 눈같아 보였다. 

가운데에 용암 동굴이 있는 탑도 있었다. 동굴 내부에는 율래드들이 살고 있는 것처럼 꾸며 놓았다. 

주차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모래 산같은 분화구가 보였다. 지름이 약 1km에 이르는 크베르피아들(Hverfjall) 분화구이다. BC 2500년에 발생한 강력한 화산 분출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화산재가 쌓여서 생겼다. 정상에 올라가면 분화구와 미바튼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미바튼 호수로 이동했다. 회프디에 도착했다. 호수 전망과 새 관찰하기 좋은 곳이다. 호수를 향해서 오솔길이 이어져 있었다. 길 주변에는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다. 나무 사이로 호수가 보였다. 

호수가에는 특이하고 아름다운 바위들이 보였다. 움푹 파여 겹겹이 쌓여있는 암석층이 마치 아파트 모양같았다. 호수에는 용암 기둥이 서있었다. 

미바튼 방문자센터를 방문했다. 화산과 관련된 다양한 암석 표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지역의 지형을 설명하는 패널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의사화산(pseudo volcano)이었다. 가짜화산이라는 뜻이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의사화산이 이 곳에 있다. 겉모습은 화산의 분화구와 같은 모양이다. 그런데 용암이 올라온 화도(vent)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뿌리없는 화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이 많은 지역에 용암이 분출하게 되면 겉 부분은 먼저 식어서 굳어진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액체 상태의 용암이 계속 흐르게 된다. 이 때 흐르는 용암의 아래 바닥에 있는 물이 가열되면 수증기가 생긴다. 이 수증기는 위로 올라와서 겉부분의 틈으로 분출하게 된다. 수증기의 강한 압력 때문에 용암도 조금은 같이 분출했을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분화구 모양을 한 의사화산이 생긴다. 참 흥미로운 현상이다. 
의사화산을 보려고 밖으로 나갔다. 의사화산 때문에 자연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스쿠투스타다기가르(Skutustadagigar)가 바로 옆에 있었다. 새를 관찰하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호수가에는 높지 않은 의사화산들이 늘어서 있었다. 겉모습은 분화구와 같았다. 제주도에 많은 오름과 아주 비슷한 모양이었다. 

전망대에서 의사화산과 호수를 둘러 보았다. 평화스럽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의사화산 하이킹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아이슬란드 토종 말을 만났다.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는 아이슬란드산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있었다. 미바튼 소농장에서 나온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다. 신선한 맛이었다. 

마침 우리가 묶는 호텔이 가까이 있었다. 호텔에서 수건을 챙겨서 미바튼 자연 온천(nature bath)으로 이동했다. 시설은 낡았지만 온천은 넓고 좋았다.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하고 있었다. 미바튼은 지열과 물이 풍부한 곳이다. 마그마가 데운 온천수가 계속 올라오는 곳이다. 열수는 올라오면서 주변 암석을 점토로 분해시킨다. 점토는 물과 함께 올라오기도 한다. 덕분에 온천물은 뿌연 옥색으로 보인다.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다. 밤에 온천을 하면 때로는 오로라를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온천은 규모가 정말 컸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한국인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인사도 하고 여행담도 나누었다. 두어 시간 동안 넓은 온천장을 누비면서 충분히 피로를 풀었다.

멀지 않은 레이캬홀리드 마을에 저녁식사를 하러갔다. 이 부근에서 제일 큰 마을이다. 주유도 하고 수퍼마켓에 들러서 필요한 것도 구입했다. 미바튼 피시앤칩스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메뉴는 딱 한가지 밖에 없었다.  

미바튼 호수와 인근지역을 돌아본 날이었다. 이 지역 전체가 지열지대였다. 화산, 분화구, 지열발전소를 볼 수 있었다. 신비한 그료타갸 온천 동굴에도 들어가 보았다. 판의 경계를 이루는 길다란 균열도 만났다. 물이 많은 지역에 용암이 분출할 때 생기는 특이한 지형인 용암 기둥과 의사화산도 볼 수 있었다. 미바튼 자연온천욕 경험도 특별했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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