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2
드디어 2주에 걸친 링로드 일주 여행이 완성되는 날이다. 보르가르네스를 출발했다. 해안을 따라서 남쪽으로 달리다가, 해저터널을 지나고, 레이캬비크에 들어섰다. 첫번째 목적지는 페를란(Perlan) 자연사박물관이다. 진주라는 뜻이라고 한다. 레이캬비크의 외스큐흘리드 언덕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페를란 건물의 모습이 웅장해 보였다. 원래는 도시 전역에 뜨거운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었다. 지하에서 끌어 올린 자연 온천수를 커다란 6개의 원통형 물탱크에 보관했다. 4개는 지금도 물탱크로 사용된다. 나머지 2개는 각각 박물관의 얼음동굴과 플래니타리움으로 바뀌었다. 1991년에 물탱크 위에 반구형 유리돔을 얹은 페를란이 개관했다.
박물관 앞에는 흥미로운 조형물이 서 있었다. 춤추는 음악가들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찬양하고 즐기는 것 같았다.
제일 먼저 플래네타리움으로 들어갔다. 아로라( Áróra)라고 하는 영상을 상영해 주었다. 세계 최초의 오로라에 대한 플라니타리움 영화라고 한다. 둥근 천장에 실제같은 오로라가 춤을 추었다.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오로라가 생기는 원리와 오로라와 관련된 설화도 들을 수 있었다. 오늘 밤에는 실제 오로라를 볼 수 있기를 기원했다.
다음에는 빙하 동굴로 이동했다. 빙하 동굴은 빙하가 녹은 물이 얼음 속을 흐르면서 빙하를 깎아내어서 생긴다. 이번 여행에서는 기후변화 때문에 빙하 동굴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서 방문할 수 없었다. 마침 여기에서 세계 최초인 실내 빙하 동굴을 만났다. 멀지 않은 블라우피외들(Bláfjöll, 블루마운틴)에서 350톤에 이르는 눈을 운반해왔다고 한다. 동굴은 구불구불했다. 길이가 100m나 되었다. 머리를 부딪치지 않으려면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했다. 벽면에는 눈이 눌려서 생긴 수평 줄무늬가 잘 보였다.
빙하 동굴에 이어서 빙하 전시실이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날씨 때문에 빙하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 이 곳에서 빙하 모형과 설명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유형의 빙하와 지형을 잘 소개해 놓았다.
자연의 힘(forces of nature) 전시실도 있었다. 아이슬란드의 지체구조적 특징, 화산, 지진, 지열에너지 등에 대한 전시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의 암석을 모아 놓은 곳도 있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바닷새 절벽, 라트라브야르 절벽 모형도 인상깊었다. 모형은 10m 정도 높이였다. 실제 절벽은 450m 높이에 14km에 걸쳐 펼쳐져 있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곳이다. 이번 일주 여행에서 웨스트 피요르 지역은 방문하지 못했다. 절벽에서 다양한 새와 둥지를 볼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 자연 속의 물(Water in Icelandic Nature)과 바다에 대한 전시도 있었다. 물과 관련하여 아이슬란드의 날씨 패턴부터 자연 특징, 야생 동물, 화학적 설명까지 담고 있었다. 바다 전시실에는 해류, 해양 생물, 고래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지하에서 화산 쇼를 볼 수 있었다. 2021년 이 곳에서 3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레이캬니스 반도에서 용암 분출이 일어났다. 겔딩가리르(Geldingadalir) 용암 분출이다. 이 분출을 재현해 놓았다. 화면에는 용암 분출 장면이 실감나게 펼쳐졌다.
옥상에서 도시를 내려다 보았다. 높이 솟은 할그림스키르캬 교회와 시가지 전경, 그리고 멀리 바다까지 보였다.
맨윗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으로 피자를 먹었다. 레스토랑은 계속해서 회전했다. 조금 지나면 다른 경치가 보였다.
바로 아래층에 아이스크림 팔러가 있었다. 대기하는 줄이 길었다. 맛도 훌륭했다.
페를란은 첨단 영상 기기와 최신 전시 기법을 사용한 훌륭한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아이슬란드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일주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관람을 한 다음 여행을 떠나도 좋을 것 같았다.
블루라군으로 이동했다. 케플라비크 국제공항 가까운 곳이었다. 3년 전 용암분출이 일어난 지역과도 아주 가까웠다. 페를란에서 40분 정도 걸렸다. 바로 옆에 스바르셍기 (Svartsengi) 지열 발전소가 있었다. 처음에는 발전소의 남는 물을 저수하는 웅덩이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물이 피부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이 알려졌다. 온천수에 실리카와 유황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1987년에 수영 시설을 비롯하여 호텔과 연구소, 사우나 등이 들어섰다. 우리는 컴포트 입장권을 예약했었다. 블루라군 입장료, 실리카 머드 마스크, 수건, 그리고 원하는 음료 한 잔이 포함된 것이다.
블루라군에 입장했다. 백청색 물이 가득찬 커다란 풀이 나타났다. 아름답고 신비한 색이다. 천천히 물 속으로 들어갔다. 물의 온도는 아주 따뜻했다. 평균 37~39°C로 유지한다고 들었다. 물 맛을 보니 짠 맛이 느껴진다. 해수가 섞여있는 열수이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온천과 다른 점이다. 가슴 정도 깊이여서 수영을 하기 좋았다. 먼저 좌측에 있는 머드팩 장소로 갔다. 아래 사진에서 좌측에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하얀색 머드를 받았다. 열수 때문에 암석이 점토로 분해되어 생긴 것이다. 모두들 얼굴에 머드를 바르느라 분주했다. 상대방을 보면서 깔깔깔 웃는다. 이 것도 재미이다. 10여분 정도 지나서 수도에서 나오는 민물로 씼어 내었다. 풀의 물은 염분이 있어서 그런지 얼굴에 닿으니 따가웠다.
천천히 커다란 풀을 탐색했다. 걷기도 하고 수영도 했다. 온천수가 나오는 지점은 물이 뜨거웠다. 사진에서 풀 주변에 나무 박스로 덮여있는 곳이 뜨거운 온천수가 나오는 곳이었다. 곳곳에 있었다. 크게 한 바퀴를 도는데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긴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잠시 후에 직원이 이야기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곳의 역사와 과학적인 내용을 소개해 주었다.
이번에는 우측에 있는 풀바로 갔다. 음료수를 제공해 주었다. 곡규는 맥주, 건미는 녹즙을 마셨다.
두 시간 가량 온천을 즐겼다. 이 지역은 여행하는 중에도 작은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용암이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도로는 출입을 제한하고 있고, 근처 산은 출입이 금지되었다. 2025년 1월에 이 글을 쓰면서 확인해보니 블루라군은 용암분출로 한 때 폐쇄되었다가 2024년 12월 6일 재개장했다고 되어 있었다.
렌터카를 반납할 시간이다. 레이캬비크로 와서 주유를 했다. Just Wingin it이라는 치킨윙 식당이 옆에 있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제법 유명한 체인이다. 아이슬란드 치킨윙 맛보러 들어갔다. 대부분 테이크아웃을 하고 있었다.
다양한 소스가 있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한편 한국식 치킨이 많은 나라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렌터카를 반납했다. 링로드를 따라 아이슬란드를 일주한 거리가 3000km가 넘었다. 참 부지런히 돌아 다녔다. 30분 정도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오는 길은 레이카비크를 둘러보는 기회도 되었다. 대체로 조용한 곳이었다. 도심 가까이 오자 여행자를 위한 숙소와 클럽들이 보였다.
밤이 깊어간다. 아이슬란드 여행도 끝나간다. 그런데 아직까지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 오로라 앱을 열어보니 확률이 높지 않았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오로라를 보았다는 정보가 올라왔다.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와, 건물 사이로 녹색 오로라가 보였다.
줌업을 해서 촬영해보았다. 건물에 가려서 일부 밖에 볼 수 없었다. 가로등 불빛도 방해가 되었다. 아쉬웠다.
우리는 두툼하게 차려입고 밖으로 나왔다. 가로등이 적은 해변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하늘에 구름은 없었다. 그런데 이미 오로라가 희미해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희미한 녹색 흔적만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나마 오로라를 본 것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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