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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과 투우의 도시 '론다'를 가다!

유럽 여행/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3. 5. 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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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4.24
오늘은 스페인 말라가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동하는 날이다. 3주에 걸친 이번 여행도 끝나간다. 말라가 가는 도중에 있는 론다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침 6시에 출발했다. 호텔에서는 조식으로 피크닉 음식을 준비해주었다. 동트기 전 스페인 국도를 달리니 조심스럽다. 제한 속력은 독일 국도와 비슷했다. 마을에서는 제한속력이 시속 50km이고, 인근에서는 조금씩 높아지다가, 마을을 벗어나면 100km로 올라갔다. 풍광은 마치 미국 몬타나주의 어딘가를 달리는 것 같다. 굴곡이 완만한 넓은 대지와 산록이 거의 초원이다. 론다에 접근하자 가파른 산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론다는 인구가 36,000명 정도되는 작은 도시로 해발 750m의 산악지대에 있다. 지형 때문에 전쟁이 있을 때마다 요새나 게릴라전의 근거지가 되었다고 한다. 스페인 내전이 발발한 1937년, 미국의 작가 헤밍웨이는 기자의 신분으로 스페인에 오게 되었다. 그는 스페인과 스페인식 생활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의 유명한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론다를 모티브로 한 부분도 있다고 한다. 고교 시절 읽었던 소설인데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헤밍웨이는 론다에 꽤 오랜 기간 머무르고 절벽을 조망하는 길을 따라 산책을 즐겼다고 한다. 지금도 그 길을 헤밍웨이의 길(Pase De E Hemingway)이라고 한다. 전망대 근처 공원에서 헤밍웨이를 기억하는 조형물을 만났다.

론다는 투우의 도시로도 명성이 높다. 스페인 투우 발전에 크게 기여한 로메로 가문도 론다 출신이다.

1784년에 세워진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도 이 곳에 있다. 작은 도시여서 투우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론다 시가지를 거닐어 보았다. 자그마하고 정겨운 도시이다. 상가 지역 보도는 돌로 포장되어 있는데 가운데에 길다란 육각형 무늬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다. 론다의 문장일까?

성당 앞 광장에는 분수와 화단이 꾸며져 있다. 아침 햇살 속에 고요하고 평화스럽다. 

론다를 가로 지르는 과달레빈강은 깊이가 100m가 넘는 깍아지른 듯한 엘타호(El Tajo) 협곡을 따라 흐른다. 론다는 이 협곡 때문에 두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협곡의 절벽 위에 흰색으로 칠한 건물들이 이어져 있다. 아슬아슬해 보인다.

두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가 3개가 있다고 한다. 그 중 가장 높은 다리가 누에보다리이다. 협곡 바닥에서 120m에 이른다. 1735년에 처음 다리를 건설했으나, 1741년에 붕괴되어 50명이 사망했다. 1759년에 다시 건설을 시작하여 완성하는데 34년이 걸렸다고 한다. 다리의 중앙 아치 윗 부분에는 큰 방이 있으며, 때로는 감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사진에서 창문이 있는 곳이다.

누에보 다리 전체를 조망하려면 다리 아래로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관광안내소에 들르니, 가는 길을 보수 중이어서 걸어서 갈 수는 없고, 자동차로 가야한다고 한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십자가의 수녀회의 성당 건물을 만났다. 종탑이 화려하다. 리콩키스타에 의해 이 지역이 카톨릭 영향으로 들어온 직후인 1486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맞은 편에는 작은 성당도 있었다. 우리 말로는 '도움이신 마리아 성역'이라고 한다. 로마네스크 양식이어서 창문이 별로 없고, 제단 뒤 벽의 장식이 화려하다. 어렸을 때 다녔던 시골 성당의 제단 뒤 벽과 비슷하여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이들은 오래된 성당을 이렇게 잘 유지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다녔던 성당은 아름답던 장식을 모두 철거하고 십자가상만 걸어 놓았다. 

숲속 카페에서 차 한잔 여유를 가진 다음에 누에보다리를 멀리서 보기 위해 출발했다. 

누에보다리를 조망하러 가는 길은 구불구불했다. 조망하기 좋은 곳을 찾아 올라갔다. 멀리 보이는 다리와 그 옆의 호텔 건물이 절벽과 비교되어 작아 보인다. 감탄을 하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200m도 넘어보이는 깍아지른 절벽은 과연 천혜의 요새였을 것이다. 나는 있는 힘껏 뛰어보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시선을 돌려 왼쪽을 보니 깎아지른 절벽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제일 왼쪽에는 침식되어 생긴 자연적인 구멍도 보인다. 멋진 장관을 조금 더 만끽하고, 말라가를 향해 출발했다. 스페인에서 계획한 곳은 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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