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3일 (일)
오전에 시내 관광을 하는데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진다. 시내 전역에 정장을 차려입은 마부 두명이 타고, 꽃으로 예쁘게 장식한 두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들이 나타났다. 승객들은 전통복장인 안달루시안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남성은 양복, 여성들은 플라멩코 또는 짚시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장미꽃 장식을 하고 있다. 관광용 마차는 꽃장식도 없고 마부 한 사람에 한 마리 말이 끄는 것이다. 아마 세비야 시민들을 위해 특별히 오늘 운영하는 것 같다.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도 모두 같은 복장으로 차려입고 가족이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우리는 궁금해져서 시민들에게 물어보았다.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세비야 봄 축제, 또는 4월의 축제(April Fair Ceville, 페리야 데 아브릴 Feria de abril)가 열린다고 한다. 처음에는 축산박람회로 시작했는데 축제로 바뀌었다고 한다. 계획한 것도 아닌데 이 곳 축제를 경험할 수 있다니, 운이 좋다. 자료를 조사해보니, 세비야 봄 축제는 1847년에 시작된 가장 국제적이고 인기있는 세비야의 축제라고 한다. 부활절이 끝난 후 2 또는 3주 후에 열리는데, 일주일 동안 세비야 사람들은 1,000개 이상의 카세타(부스)가 설치된 축제광장에 모여서 새벽까지 함께 먹고, 마시고, 춤추는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또 이 기간에는 투우도 저녁마다 열린다고 한다. 투우장 앞에는 말을 탄 사람들이 줄을 맞추어 길게 도열해있고, 자동차도 통제한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불꽃놀이를 한다고 하는데, 그 때 우리는 이미 세비야를 떠난 후이다. 축제가 열리는 장소는, 구도심이 아니라 세비야 중심을 가로지르는 과달키비르강 남쪽에 있다. 구글 지도에 Feria de Abril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위치를보니 스페인 광장 앞에 있는 다리를 건너서 조금만 걸으면 되었다. 우리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호텔로 돌아와서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다. 역시 참 상쾌하다. 이번에는 풀바에서 칵테일도 마시면서 휴식을 취했다.
오후 8:30에 호텔에서 제공해준 버스를 타고 축제장으로 갔다. 버스 안은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우리 옆 자리에는 대여섯명의 미국인들이 앉아있다. 외지에서 온 스페인 사람들은 전통 복장을 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버스는 내일 새벽 1시부터 있다고 한다. 세비야 사람들은 정말 축제를 즐기나보다. 우리는 그리 오랫동안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축제장에는 넓은 광장에 천 개가 넘는 카세타(천막 부스)가 설치되어 있고 화려한 조명이 밝혀져 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이다. 일단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서 돌아다녀 보았다.
축제장을 돌아다니는 동안 만난 스페인 사람들은 친절했다.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웃으며 크게 환영해준다. 함께 사진도 찍었다. 스페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기에 엄지척을 했다. 모두들 얼음이 든 1리터짜리 와인 용기와 잔을 들고 있다. 벌써부터 상당히 취한 것 같다. 고프로로 동영상 촬영을 하니 또 다른 젊은이들이 프랑코, 프랑코를 외치며 화면으로 모여든다. 프랑코는 스페인 내전을 일으킨 보수 군장성인 것 같은데, 같은 사람인지 모르겠다. 아뭏든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카세타에는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나이별로 모여서 놀고 있는 것 같다. 어른들은 이 지역의 전통 춤인 세비야나를 추고 아이들은 바깥쪽 테이블에 앉아서 놀이를 하고 있다. 어떤 카세타에서는 가수나 밴드들이 노래와 연주를 하고, 그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 곳도 있다. 아마 부자나 큰 기업이 준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세대가 같이 모여서 함께 즐긴다는 점이 무척 인상깊다. 스페인의 젊은이들은 그들대로 모여서 와인을 마시고 춤도 추고 함께 즐기고 있었다. 많은 카세타를 둘러 보았으나 들어갈 수는 없었다. 알고보니 카세타는 대부분 회사, 가족, 개인의 소유여서 초대장이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대중 카세타도 있다고 들었는데 찾기도 어려웠다. 시간이 흘러 10시가 넘었지만 사람들은 너무 많고, 음식 먹을 곳도 찾을 수 없었다. 세비야인들에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함께 즐기는 기회였으나, 외국인이 참여하기는 쉽지 않아서 아쉬웠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보니 걸어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밤 11시가 넘어 호텔에 도착하니 버스로 함께 갔던 외국인들이 모두 호텔식당에 앉아있었다. 축제에서 아무것도 먹지못하고 호텔에 걸어와서 겨우 허기를 달래는 모습이 우리와 똑같다. 우리는 샌드위치를 사서 방으로 올라왔다. 12시로 접어든다. 내일은 일찍 론다로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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