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5
오클랜드를 떠나서 타우포 화산지대의 중심인 로토루아로 가는 날이다. 렌트카를 받으러 출발했다. 비가 살짝내렸는지 바닥이 몹시 미끄럽다. 숙소 건너편을 걷다가 그만 미끄러져 넘어졌다. 오른쪽 무릎이 상당히 아프다. 휴대전화 화면 보호 필름이 충격에 살짝 깨졌다. 그만하기 다행이다. 길을 잃어서 시간이 좀 걸렸다. 가는 도중에 푸른 하늘이 드러나고, 고풍스러운 건물이 보였다. 뉴질랜드 고등법원(high court)이란다. 1867년 완성된 붉은 벽돌인데 고딕복고양식(Gothic Revival)이라고 한다. 깔끔하고 멋지다.
유럽카에 도착했는데 렌터카를 대기하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직원 2인이 업무처리 중인데 일처리가 빠르지 않다. 한 시간 넘게 걸려서야 차를 받았다. 미국 하와이에서 경험한 렌터카 회사의 빠른 업무처리가 그리웠다. 여긴 뉴질랜드이다. 모두 불평없이 기다린다.
짐이 많아서 중형 SUV를 신청했었다. 미쓰비시 아웃랜더라는 흰색 차이다. 새차여서 아주 깨끗했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서 긴장이 되었다. 아일랜드와 일본에서 운전을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여전히 낯설다. 더구나 길을 잘 몰라서 겨우 호텔까지 왔다. 아내와 짐을 싣고 오클랜드 남쪽에 있는 한국가게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나도 모르게 우회전할 때 역주행을 하는 때도 있었지만 현지인들의 차가 기다려 주었다. 차가 많지 않고 운전자들이 친절했다. 장을 본 후 1번 고속도로를 타고 해밀턴을 지나서 로토루아로 향했다. 날씨는 변덕스러워서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한다. 해양성기후인 탓일 것이다. 해밀턴 부근 휴게소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가는 길에 반지의 제왕 영화 촬영 장소였던 호빗튼에 들를까 했는데 예약을 할 수 없었다. 뉴질랜드 오는 비행기에서 반지의 제왕 영화를 처음 보았고 흥미가 생겼었다. 출발 시간이 지연되어 해밀튼 가든도 들르지 못하고 바로 로토루아의 숙소로 왔다. 타운의 남쪽에 있는 쾌적한 곳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후 6시에 시작하는 Te Pa Tu를 관람하러 갔다. 마오리족 마을을 방문하고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고, 항이라는 마오리족 디너를 맛보는 프로그램이다. 로토루아에서 버스를 타고 마을에 도착하니 마오리족 남자들이 고유의 복장으로 처음 만나는 외부인들과 대면하는 의식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목검을 들고 휘두르고, 소리를 질러서 위협처럼 느껴졌으나 고사리과 식물 잎으로 화친을 확인한 후에는 존경과 친절의 예식으로 바뀌었다. 관광객 대표와 마오리족 추장은 서로 코를 서로 부비는 인사를 나누었다. 부족의 안전을 도모하는 지혜인 것 같다.
다음에는 마을로 들어가서 마오리족 문화를 체험했다. 키가 큰 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 마을이 있었다. 우리는 먼저 마오리족 '배움의 집(whare wananga)'으로 갔다. 마오리족의 집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지붕의 높은 가운데에 선조를 나타내는 목각이 새겨져 있었다. 지붕의 양쪽은 두팔을 아래 두 기둥은 다리를 나타낸다고 한다. 팔을 벌려 환영하는 모습이다. 배움의 집은 주로 추장과 그 친척들의 자녀들을 위한 기관이었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크게 세 가지 영역을 가르쳤다. 첫째로는 사람들을 깨우치고, 신체적, 영적, 정신적 안녕을 유지하기 위한 종교적, 의식적, 그리고 다른 심화된 지식을 배웠다. 두번째로는 성스러운 의식과 계보의 역사, 세번째로는 사악한 지식에 대한 것이었다. 지도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모두 알아야 한다.
두번째 방문한 곳에서는 하카를 배웠다. 하카는 마오리족의 행사에서 추는 다양한 형태의 춤이다. 방문객을 환영하거나 큰 성취를 축하하거나, 결혼식, 장례식 등에서 행한다고 한다. 또한 전쟁 준비할 때 남성 전사들이 추었기 때문에 전쟁의 함성이라고 한다. 적에게 겁을 주고, 아군의 사기를 높이며, 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존경의 표시로도 사용되며, 뉴질랜드 축구 대표팀이나 럭비 대표팀이 이 춤을 추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카를 배워 보았다. 동작이 아주 복잡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여기에서는 마오리 목검 시범도 보여주었다. 용맹한 전사들인 것 같다.
다음에는 마오리족의 놀이를 체험했다. 실에 매단 둥근 방울을 돌리는 놀이였다. 주로 여성들이 하는 것 같았다.
마주보고 서서 나무를 던져서 받는 놀이도 보여주었다.
또 다른 놀이는 구호에 따라 회전 방향이 달라지면서 다음 사람의 긴 막대를 잡는 것이었다. 익숙치 않은 마오리 단어를 기억하며 빠르게 반응해야 했다. 막대를 놓치거나 두명이 같은 막대를 잡으면 탈락이다. 모두들 마오리 놀이를 즐겼다.
문화 체험이 끝나고 큰 건물로 들어가서 마오리 춤 공연을 보았다. 흥겨운 노래와 박력있는 춤을 볼 수 있었다. 가끔씩 혀를 길게 내미는 모습은 여러 번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마지막은 항이 디너였다. 항이는 지열로 익힌 마오리족 전통 요리라고 한다. 지열지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4가지 코스 요리가 나왔다. 야채로 시작해서 고기요리로 이어졌다. 관광객을 위해서 인도와 태국 요리를 살짝 가미했다. 마침 독일에서 온 사람들이 있어서 건미는 독일어로 소통을 했다. 호주에 있는 자녀 방문을 한 후 뉴질랜드를 여행하고 있다고 했다. 마주 앉은 미국 사람들과도 대화를 했다. 여자 분이 지질학 전공이어서 서로 반가워하고 다음 여행 일정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다른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긴 하루 일정을 마치고 버스로 로투루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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