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5(토)
코나를 떠나 힐로로 가는 날이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해안도로를 따라서 카일루아-코나(Kailua-Kona)로 갔다. 입구에 지역 시장 간판이 보였다. 호기심에 들러 보았다. 옷가지, 기념품, 지역 농산물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이어져 있다. 커피 파는 곳이 있어서 코나 커피를 처음 맛보았다. 훌륭했다. 용암이 흐르는 그림이 있는 티셔츠도 구입했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을 방문할 때 입으면 좋을 것 같다.
카일루아-코나에 도착해서 천천히 시가지를 걸었다. 작은 도시이다. 후힐리에 궁전과 200년 역사를 가진 교회 건물을 만났다. 궁전이라는 이름에 비해서 참 소박하다.
해변을 따라 걸으니 호텔 근처에 작은 해변이 있다. 카마카호누 비치이다. 해수욕과 카누를 즐길 수 있다. 빅아일랜드는 모래 비치가 귀한 것 같다.
해변 옆에는 카마카호누 국립역사유적이 있다. 카메하메하 1세가 거주했던 곳이며, 1820년에는 선교사들이 처음으로 허락을 받고 상륙한 곳이기도 하다. 1970년대에 재건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코나 카누 클럽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다 전망이 너무 아릅답다. 새우 버킷, 샐러드, 피시앤칩스 모두 싱싱하고 맛있다.
시간이 약간 이르긴 하지만 커피 농장으로 이동했다. Moutain Thunder Coffee Plantation이다. 구불거리는 오르막 길을 따라 20분 정도 이동했다. 해발 900여 미터에 있어서 시원했다. 도착하니 1시 30분에 시작하는 투어가 막 시작되었다. 일본계 미국인이 코나 커피 생산과정을 소개해주었다. 철저한 선별 과정을 거쳐서 최상의 코나 커피가 탄생한다고 했다.
가게 앞에는 로스팅 정도에 따라 따뜻한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로스팅이 낮은 커피부터 테이스팅을 했다. 신선한 탓인지 커피 맛이 아주 깔끔하고 훌륭하다. 로스팅 정도가 올라갈수록 평소 먹던 맛과 비슷해졌다.
산책로를 따라서 커피농장과 용암동굴을 돌아보았다. 용암동굴이 트레일 아래 쪽에 이어져 있었다. 동굴 벽이 무너져서 내부를 볼 수 있다. 커피 나무도 여기 저기 있다. 붉은 커피 열매와 흰색 커피 꽃이 함께 보였다. 저 멀리 태평양이 내려다 보였다. 참 아름다운 곳이다. 기념품 가게로 돌아와서 커피와 기념품을 구입했다.
15:00에 마우나케아산(높이 4207m) 중턱에 있는 오니주카 방문객 센터(2800m)로 출발했다. 백두산 높이다. 오니주카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이 곳 빅아일랜드 출신이다. 아시아계 최초의 우주인이다. 안타깝게도 1986년 우주 왕복선 첼린저호 폭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마우나케아와 마우나로아의 두 높은 산 사이의 새들로드라고 하는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제한 속력이 시속 60마일(96km)로 하와이에서 가장 높다. 길은 좋았지만 계속 오르막이다. 도착하니 16: 20이다. 주차장은 이미 자동차로 가득 차있다. 천문대가 있는 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아직 통제하고 있다. 올라가려는 차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우리는 산정상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해발 4000m 이상은 나이든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코나 방향에서 구름이 계속 올라와서 하늘을 거의 채우고 있고 빗방울도 가끔씩 뿌린다. 방문자센터에서 이 센터와 천문과 관련된 정보를 접하고 날씨도 확인했다. 해설자는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데, 달빛이 너무 밝아서 구름이 걷힌다고 해도 큰 별과 행성 만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별을 보려고 올라 왔는데 아쉽다. 하늘은 낮은 구름으로 가득 덮여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트레일을 걸었다. 분석구 위까지 이어져 있다. 준비한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했다.
18:00시가 지나자 기적처럼 구름이 모두 걷히기 시작한다. 풍향이 바뀐 것일까? 때마침 동쪽 하늘에 떠오른 보름달은 주변을 밝게 비춘다. 보름달 주위로 목성과 토성이 먼저 보였다. 시간이 지나자 큰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는 겨울철 대삼각형(시리우스, 베텔게우스, 프로키온을 이은 정삼각형)도 보였다. 19:00에 이르자 희미하긴 했지만, 카시오페아 자리를 비롯해서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었다.
별관측을 마치고 힐로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내리막길을 계속 50분 정도 달려야 했다. 20:00경 힐로에 도착했다. 세이프웨이에 들러서 식료품을 사고 주유도 했다. 숙소는 공항 근처 마을에 있는 주택이다. 밤이 깊어가는데도 계속해서 새가 우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을 검색하니, 코키라고 하는 개구리 소리라고 한다. 푸에르토리코에서도 이 개구리 소리 때문에 주민들이 힘들어 한다고 나와있다. 개구리 소리치고는 너무 맑고 아름답다. 하지만 밤에 계속 울어대니 공해가 아닐 수 없다. 숙소에는 귀마개가 잔뜩 준비되어 있다. 힐로에서는 감수해야 할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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