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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카우아이, 문 없는 헬기를 타다.

하와이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3. 12. 1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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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6(목) 
첫번째 일정은 문이 없는(Doors off) 헬리콥터 투어이다. 여행 정보를 조사하던 중 미국인의 블로그에서 강력한 추천을 보고 바로 예약했었다. 유리창이 없으니 사진이 선명하게 나올 것 같았다. 나팔리 절벽을 조망하려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나팔리 보트 투어도 많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거친 파도 때문에 멀미로 고생했다는 후기가 많았다. 이른 아침인 탓인지 살짝 안개가 낀 것 같다. 7시 15분에 체크인을 해야 했다. 체크인과 함께 안전에 대한 주의사항을 들었다. 창가 쪽에 앉겠다고 했더니 직원이 웃으면서 문이 없어서 창문도 없다고 한다.

헬기에 탑승하니 헤드폰과 고글, 그리고 안전벤트를 직원이 한 사람씩 직접 착용해 준다. 나는 기장 바로 뒤 바깥쪽에 앉았다. 헬기가 부드럽게 이륙한다. 문이 없으니 무척 허전하고, 바람이 사방에서 엄청나게 들어온다. 잠시 후 헬기는 내가 앉아있는 쪽으로 기울어져 날기 시작한다. 추락할 것 같은 두려움에 몸과 마음이 움추려든다. 한동안 사진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헤드폰을 통해서 기장의 말이 들려온다. 그는 내 이름을 부르면서 한국과 인연을 길게 늘어놓는다. 주한미군으로 근무했고 서울에서 열린 세계 태권도 대회에도 출전했다고 한다. 반갑긴 한데 응답할 여유가 없다. 헬기는 카우아이의 남부를 이동해간다. 점점 산의 고도가 높아지고 폭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꺼번에 5개 폭포가 보였다. 정말 멋지다.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자 와이메아캐년이 나타났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깊은 계곡과 절벽이 더 뚜렷하게 보였다. 용암이 켜켜히 쌓인 짙은 색 절벽과 붉은색 경사면의 대비가 뚜렷하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서 분출하고 풍화되고 침식되는 인과의 과정 한 순간적 단면이다. 과학은 그런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헬기는 와이메아캐년을 돌아서 나팔리 절벽으로 이동했다. 나팔리 절벽의 길다란 계곡과 옆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헬기는 먼저 바다 쪽으로 이동한 다음 천천히  좌우로 선회했다. 나팔리절벽 전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기대했던 바로 그 모습이다. 바다에서 바로 1200m 미터를 솟아오른 아름다운 절벽이 20여 km에 걸쳐 펼쳐진 파노라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헬기 투어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절벽 앞 바다 속에서는 큰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흙과 암석이 발견된다고 한다. 그래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생기고, 이 절벽은 다시 흐르는 물에 풍화되어 저렇게 아름다운 절벽해안이 생긴 것이다. 

헬기는 다시 나팔리 절벽의 어느 계곡으로 접근한다. 긴 계곡 양측으로 깍아지른 절벽이 주름진 녹색 커튼처럼 이어진다.

헬기는 협곡의 한 부분을 천천히 넘어서 이동한다. 절벽의 모습을 자세하게 볼 수 있다. 나팔리절벽은 과연 절경이다. 가까이에서 본 가파른 절벽과 흐르는 물이 깎아놓은 깊은 골짜기의 모습은 진정 색다른 경험이었다. 

헬기는 천천히 동쪽을 향해서 이동한다. 계속해서 나팔리 절벽의 모습이 아래에 펼쳐졌다. 

나팔리절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자 비가 가볍게 내리기 시작했다. 헬기는 노스쇼어의 해변과 작은 도시를 지나서 다시 남쪽으로 이동한다. 높은 산의 가파른 절벽에는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하얀 색 줄이 녹색 숲과 대조를 이룬다. 긴 폭포이다.

높은 산을 넘더니 계곡을 따라 커다란 분화구 안으로 들어간다. 와이알레알레 분화구이다. 높이가 1569m로 카우아이에서 두번째로 높은 산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이라고 한다. 둥근 분화구 내부는 거의 수직 절벽으로 둘러쌓여 있다. 분화구 맨 위에서는 가는 폭포들이 쏟아져 내렸다. 규모와 아름다움 모두 대단한 곳이다. 이 분화구를 통해서 얼마나 많은 용암이 흘러 나왔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기장은 분화구 속에서 헬기를 위 아래와 좌우로 이동시키면서 두루 잘 볼 수 있도록 움직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분화구의 한 쪽은 침식되어 깊은 계곡을 이루고 있다.  헬기는 계곡을 통과해서 이동했다. 육로로 방문하기는 정말 어려운 곳이다.   

분화구를 나온 헬기는 섬 동부의 편평한 지역을 따라서 출발한 곳으로 돌아왔다. 착륙을 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세찬 바람에 시달리고, 한 시간 내내 긴장한 탓일까 머리 속이 멍해지는 것 같다. 어린 아이가 포함된 다음 탑승팀을 위해서 헬기는 문을 붙이고 있다. 일단 운전을 해서 가까운 와일루아 폭포로 이동했다. 아침 식사로 도시락을 먹으면서 한동안 휴식을 취했다. 바나나빵도 샀다.


마하우레푸 헤리티지 트레일로 가려고 쉽랙비치(Shipwreck Beach)로 이동했다. 어제 방문했던 카우아이 남쪽 해안의 코올라에서 가까웠다. 비치는 아담했으나 파도가 제법 거칠었다. 다행히 주차 공간은 많았다. 트레일의 총 길이는 6km 정도라고 한다. 우리는 시니어 스타일 트레킹으로 걷고 싶은 만큼만 가기로 했다. 트레일 주변 해안 경치는 너무 아름다웠다. 응회암층 위에 용암이 얇게 덮인 곳이 파도에 침식되어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태평양 거친 파도는 흰 포말로 해안에 백색의 획을 더한다.

 
산책을 즐긴  후, 조금 더 동쪽으로 이동해서 마카우와히 동굴을 방문했다. 농장 주변 길가에 차를 세웠다. 트레일을 따라 10분 가량 내려가니 동굴 입구가 나왔다. 당연히 용암동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입구에 있는 낮은 북쪽 동굴을 기어서 들어가니 넓은 정원이 나온다. 동굴의 가운데 부분이 함몰된 곳이다. 저 앞에 남쪽 동굴이 보였다. 동굴의 규모는 아주 크거나 깊지는 않았다. 모래가 쌓인 곳에 지하수가 스며들어 생긴 사암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모래 알갱이 사이에서 시멘트 역할을 하던 석회암 성분이 다시 지하수에 용해되어 생긴 것 같다.  동굴에는 지난 만여년 동안의 퇴적물이 쌓여서 이 지역 생태계 변화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곳이다. 또한 하와이 섬 사이의 전투가 있을 때 은신처로 사용되기도 했단다. 카우아이는 결국 무력으로는 점령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하와이 왕국에 통합되었다.

동굴 입구에 있는 다리를 건너자 거북이 보호구역이 있었다. 숲에는 거북이들이 군데 군데 쉬고 있었다. 마침 짝짓기를 하는 쌍도 만날 수 있었다. 수컷이 내는 소리가 애처롭게 들렸다. 이 곳에서라도 번식을 잘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다시 트레일을 거슬러 와서 바닷가를 산책한 다음 하나페페 전망대로 향했다. 깊은 계곡을 옆에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전망대는 길가에 마련된 졸음 쉼터 비슷한 여유 공간이었다. 나무가 무성해서 도로 난간 위로 올라서야 계곡을 잘 조망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내리고 흐른 물이 깎아낸 깊은 계곡이 구불구불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제 오후 3시이다. 비치레스토랑으로 출발했다. 해변가에 자리잡은 멋진 식당이다. 주변은 시꺼먼 용암으로 덮여있다. 이른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음식은 정갈하고 맛도 아주 훌륭했다. 다만 착하지 않은 가격에 20% 내외의 서빙팁 뿐 아니라 4%가 넘는 주방서비스팁까지 추가로 요구하는 것이 과하게 느껴졌다. 


다시 포이푸해변으로 갔다. 이번에는 수영을 즐길 준비를 했다. 그러나 수영하기에 좋은 곳이 아니었다. 파도는 잔잔했지만 물은 너무 얕고 조금만 나가면 바닥에 암석이 나타났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을 위한 해변인 것 같았다. 우리는 수영을 포기하고 거북이를 관찰했다. 밀물이 들어와서 거북이가 누워있는 곳 가까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거북이들은 물에 들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잠시 후 새로운 거북이들이 바다에서 모래 사장으로 천천히 올라왔다. 처음에는 10마리 남짓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15마리로 불어났다. 우리는 석양을 감상한 후에 갑자기 시작된 빗속을 뚫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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