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8(화)
빅아일랜드에 있는 힐로를 출발해서 오아후섬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렌트카를 픽업해서 바로 와이키키 지역에 있는 호텔로 이동했다. 최상층에 있는 산 전망 방을 배정받았다. 앞에 운하와 공원이 보여서 경치가 좋았다.
주변에 있는 푸드코드에서 점심을 먹었다. 호놀룰루에는 전세계 음식점이 다 있는 것 같다. 퓨전 한국 음식과 일본 라면, 교자를 먹었다.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
하와이에서 유명하다는 셰이브 아이스도 시도했다. 유명 한국 연예인 사진까지 붙어있는 집이었다. 얼음을 갈아서 시럽을 얹었는데 색소가 잔뜩 들어있는 것 같았다. 권하고 싶지 않다.
와이키키 해변으로 수영을 하러 갔다. 잔뜩 찌푸린 날씨였는데, 오후로 접어들면서 점점 더 맑아졌다. 상가와 식당이 늘어선 와이키키 번화가를 통과하니 와이키키 비치가 시작된다. 높은 호텔 건물들이 죽 늘어선 길 건너에 아주 긴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수심도 적당하고 파도도 세지 않아서 수영하기 편했다. 바다 저 바깥 쪽에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점차 석양 무렵이 다가왔고 일몰을 보려는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2023.11.29(수)
며칠 전에 다이아몬드 헤드를 예약했었다. 아침 8시부터 2시간이다. 그런데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하와이 서쪽에 열대저기압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어제부터 거의 모든 섬에 엄청난 비가 내린다. 일단 출발했다. 터널을 통해 다이아몬드 헤드 안으로 들어갔다. 주차를 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차에서 준비해온 아침식사를 했다. 비가 조금 뜸해져서 트레일을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비옷이나 우산을 쓰고 가고 있다.
다이아몬드 헤드는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분화구이다. 30만년 전에 일어난 분출로 인해서 생겼다. 해변에 있었기 때문에 마그마에 바닷물이 들어가서 강한 폭발이 일어난 것 같다.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잘 포장되어 있다. 능선이 가까와지면서 경사가 조금씩 심해졌다. 비는 약해졌다가 심해지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능선에 도착했다. 비와 안개 때문에 호놀룰루와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분화구 내부는 볼 수 있었다. 정상이 가까와지자 긴 터널이 나왔다. 림의 높은 곳에는 큰 벙커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때문에 오아후 섬에는 군사 시설이 많은 것 같다.
다이아몬드 헤드 트레일은 왕복 2.6km 정도여서 걷기 좋았다. 산책을 마친 후에도 비가 계속 내려서 실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비숍박물관과 아리조나 기념관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비숍이라는 명칭은 가톨릭의 주교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하와이 카메하메하 왕조의 마지막 공주인 버니스 파우아히가 사업가였던 찰스 비숍과 결혼으로 인해 얻은 성이다. 찰스 비숍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서 카메하메하 학교 부지에 1889년 이 박물관을 세웠다. 이 박물관은 폴리네시아 최대의 문화 및 자연사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돌로 된 웅장한 건물이었다. 하와이에서 흔히 만나기 어려운 건축물이다.
하와이안홀은 3층 전체를 다 터서 만들었다. 홀 중앙에는 커다란 고래와 상어 같은 전시물을 매달아 놓았다. 홀의 주변 부분은 각층마다 다른 주제에 대한 전시와 설명이 이어져있었다. 1층은 하와이의 신, 전설, 믿음, 2층은 하와이 사람들의 삶과 일, 3층은 하와이 신의 영역에 대한 것이었다. 3층에는 하와이 왕조와 정치적 역사가 정리되어 있었다.
태평양홀은 2층 공간을 터서 전시하고 있었다. 1층은 태평양 사람들의 문명과 유물, 2층은 태평양 사람들의 기원과 이동을 고고학적 유물과 함께 보여주었다.
입구 가까운 1층에는 하와이 왕의 상징물 전시실(The Abigail Kinoiki Kekaulike Kāhili Room)이 있었다. 상징물은 긴 막대 위에 깃털 장식이 달린 것인데 줄여서 카힐리라고 부른다. 왕마다 고유한 카힐리가 있었다고 한다. 비숍박물관에는 플래니타리움과 과학관도 있었다. 하와이의 종합 박물관이다.
관람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했다. 구글에서 평이 좋은 일본 식당을 찾았는데, 바로 옆에 하와이 사람들을 위한 한국바베큐 식당이 보였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다. 한국음식과 비슷해 보였다. 건미는 비빔밥, 나는 제육복음 작은 것을 시켰다. 그런데 고기의 양은 너무 많고 음식은 입에 잘 맞지 않았다. 퓨전 음식은 피해야겠다.
마침 바로 옆에 마트가 있어서 장을 보고 진주만 아리조나 기념관으로 갔다. 주차 공간을 겨우 찾았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가라앉은 미국 전함이었다. 900명 이상이 사망해서 수장되어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역사의 현장이다. 당시 일본의 군사력이 대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태평양은 이제 미국 영향 속에 있다.
호텔로 돌아와서 와이키키 거리와 해변을 산책하면서 야경을 즐겼다. 밤에 보는 거리는 새로웠다. 따뜻한 곳에서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니 약간 생소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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