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30(목)
여전히 비 예보가 있다. 열대성 저기압 때문에 남풍이 강하게 불어온다고 한다. 오아후 섬 중간에 높은 산맥이 있기 때문에 북쪽은 비가 덜 올 것 같다. 노스쇼어를 가기로 했다. 9시 쯤 숙소를 나섰다. 노스쇼어 가는 중간에 있는 돌(Dole) 파인애플 플랜테이션에 먼저 들렀다. 파인애플로 세계를 제패한 제임스 돌의 농장이다. 파인애플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도입했다고 한다. 하와이 기후가 파인애플 재배에 적합해서, 19세기에 이 곳에 적합한 품종을 선정하여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한 때는 전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단다. 지금은 코스타리카가 세계 1위 생산국이다.
기념품점 안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을 맛보았다. 큼직한 컵에 든 연노랑색 아이스크림은 맛이 아주 상큼하고 달콤했다. 감탄이 나온다. 옆 뜰에 마련된 파인애플 가든에는 파인애플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파인애플 농장 투어 기차를 탔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승객은 우리보다도 나이든 미국인 부부가 많았다. 빨간색 디젤 기차는 느릿느릿 농장을 돌았다. 농장의 역사와 파인애플에 대한 설명을 들려 주었다.
농장에는 파인애플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밭마다 수확시기가 다른 것 같았다. 파인애플이 푸른 곳도 있고 누런 곳도 있다. 바나나를 비롯해서 다양한 열대과일 나무도 많았다. 하와이 토양에는 미네랄이 풍부해서 농작물이 잘 자라는 것 같다.
기차에서 내리니 11시 밖에 안되었는데도 허기가 밀려왔다. 다시 기념품점 식당에 가서 테리야키 치긴 플레이트와 피시 앤 칩스를 주문했다. 음식이 깔끔하게 나왔다. 큼지막한 파인애플 조각도 하나씩 담겨있다. 음식은 정갈하고 맛도 좋다. 다만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감자튀김은 싸서 가져왔다.
드디어 북부해안으로 향했다. 그다지 오래지 않아 할레이와의 구시가지가 나왔다. 역사가 있는 마을인 것 같다. 이발소, 우체국, 식당 등 오래된 건물과 간판이 정다웠다. 할레이와 해변이 그다지 멀지 않았다. 해변은 반달 모양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피곤해서 잠시 차에서 쉬었다. 잠시 후 해변에 나가 보니 주변 해안은 파도가 잠잠했으나, 멀리 보이는 바깥쪽 바다의 파도는 상당히 거칠었다. 해변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사람이 제법 크 고기를 낚았다.
우리는 다시 와이메아해변공원을 향해서 출발했다. 중간 쯤 갔을 때 차와 사람들이 아주 많은 해안을 만났다. 우리도 주차를 하고 내렸다. 바로 거북해변으로 유명한 라니카에아(Lanikaea) 해변이었다. 아직 거북이를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해변의 모래 사장이 아주 길게 굽이쳐 펼쳐져 있었다. 해변으로 내려가서 모래 사장을 걸었다. 가끔씩 거센 파도가 밀려와 옷을 적시기도 했다. 거친 파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하고 있었다. 듣던대로 노스쇼어는 서퍼의 천국이다.
충분히 해변 산책을 즐긴 후 와이메아해변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해변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나쳤다. 카메하메하 하이웨이를 따라 조금 더 진행하니 와이메아계곡이 나왔다. 해변 대신 계곡을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 곳은 산책로가 아주 좋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입구에 들어서자 기념품점, 작은 식당들이 아기자기하다. 천장을 지지하는 나무 위에 공작새가 앉아 있었다. 사나우니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가 붙어있다. 산책로는 넓고 잘 포장되어 있다. 와이메아 폭포까지 셔틀도 다닌다.
우리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큰 나무들이 멋지게 줄지어 서 있어서 열대 우림에 들어온 것 같다. 공기도 무척 맑았다. 이 지역은 원주민들에게 신성한 곳이라고 한다. 사제들이 살았던 사원도 남아 있었다.
한 참을 올라가니 이 지역의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곳이 나왔다. 원주민 청년이 설명을 해주었다. 놀이 방식은 단순했다. 나란히 서있는 작은 나무 기둥 사이로 둥근 나무를 굴려서 통과시키거나 방망이처럼 길죽하게 생긴 것을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건미는 처음인데도 훌륭한 솜씨를 발휘했다. 놀이는 문화가 달라도 비슷한 것 같다.
다시 한참을 올라가니 와이메아 폭포가 나왔다. 폭포 자체는 높거나 크지 않았다. 폭포 아래에는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구명조끼도 빌려주었다. 비가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물은 맑지 않았다. 수영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돌아서 내려왔다.
돌아오는 길에 잠깐 와이메아해변에 들렀다. 바다 색깔이 맑고 아름다웠다. 돌아오는 길에 할레이와에서 유명하다는 지오바니 푸드 트럭에 들러 갈릭새우를 맛보았다. 옆에는 한국 사람이 하는 푸드 트럭도 있었는데 시간이 늦은 탓인지 문이 닫혀 있었다.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생각이 나서 다시 돌 파인애플 플랜데이션에 들렀다. 문 닫을 시간이 가까운 탓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비는 다시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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