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6
스위스 여행을 마치고 독일 바덴바덴으로 출발했다. 스위스 루체른에서 쉬지 않고 달리면 3시간 거리이다. 스위스 국경 부근에서 차량 정체가 있었다. 스위스는 EU에 속하지 않은 나라이다. 차를 세우고 간단한 검문을 했다. 우리는 바로 통과시켜 주었다. 독일로 접어들자 아우토반이 이어졌다. 휴가에서 돌아오는 차가 많았다. 캠퍼밴이나 카라반, 승용차나 SUV 뒤에는 거의 자전거가 두세대씩 부착되어 있다. 유럽 사람들은 활동적인 휴가를 즐기는 것 같았다. 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했다. 아래 사진은 휴게소에서 바라본 주변 모습이다. 독일은 거의 평지이고 넓은 농지가 이어져 있었다. 스위스와 비교가 되어 더 밋밋하게 느껴졌다. 문득 방금 떠나온 스위스가 그리워졌다.
피크닉테이블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했다. 2시가 좀 지나서 바덴바덴에 도착했다. 며칠 전 예약한 호텔(Maison Messner)에 체크인을 했다.
12일 동안의 스위스 여행 끝이라 지쳐 있었다. 휴식이 필요했다. 마침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중간에 바덴바덴이 있었다. 바덴바덴은 로마시대인 2000년 전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바덴이라는 단어도 목욕(bad)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도 바덴이라는 도시가 있어서 구별하기 위해서 바덴바덴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 도시는 2021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에게는 88년 서울 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호텔 내에도 훌륭한 사우나 시설이 있었다. 그런데 온천수는 아니라고 한다. 온천욕장으로 유명한 카라깔라 스파(Caracalla Spa)로 가기로 했다. 간선 도로를 따라 좀 걸으면 되는 곳에 있었다. 도시는 아담하고 고풍스러웠다. 10분 쯤 걸은 후 큰 길에서 좌측으로 조금 걸어내려가야 했다. 오래된 듯한 작은 성당(Spitalkirche)과 잔디 광장이 나왔다.
성당 앞을 지나자 바로 카라칼라 온천장 광장이 나왔다. 둥근 작은 연못 가에는 앉아서 목욕하는 여인상이 있었다. 이 지역이 고대 로마인들이 온천을 즐기던 곳이었다고 한다.
카라깔라 스파는 규모가 제법 컸다. 면적이 1400평 정도라고 한다. 큰 돔 지붕이 있는 건물에는 넓은 실내 풀이 있었다. 야외에도 넓은 온천 수영장이 있었다. 아마 우리나라의 큰 물놀이 스파는 이 곳을 벤치마킹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주로 야외 온천 수영장을 이용했다. 따뜻한 온천수 속에서 가벼운 수영으로 피로를 풀었다. 수온은 섭씨 38도 정도로 적당했다. 사우나도 있다고 했다. 독일식 남녀 누드 혼탕이라고 들었다. 가보지는 않았다.
2시간 가까이 온천욕과 수영을 마치고 나왔다. 배가 출출했다. 작은 골목길을 따라 번화가로 걸어 갔다. 규모가 제법 큰 멋들어진 레스토랑을 만났다. 테이블이 야외에 펼쳐져 있었다. 종업원들은 독일 전통 복장을 하고 있다.
나무 아래 테이블에 앉았다. 독일 맥주와 슈바이네 학센, 샐러드를 시켰다. 양이 엄청나다. 슈바이네 학센은 하나를 시켰는데 알아서 반씩 나누어서 가져왔다. 맛도 아주 좋았다.
배부르게 먹은 후 천천히 호텔 쪽으로 걸었다. 작은 광장 중앙에는 큰 암석 가운데에서 솟구치는 분수가 있었다. 옆에는 눕는 벤치도 있었다. 휴양도시 답다.
구시가지(alt stadt)의 좁은 길과 건물이 이 도시가 풍요로웠을 중세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
호텔 가까운 곳에는 제법 큰 천이 흘렀다. 오스강이다. 강 양쪽에는 제방을 따라 아름다운 산책로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다리에도 꽃이 핀 화분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호기심에 제방길을 따라 걸었다. 사람들도 산책을 하고 있었다. 유명한 리히텐탈러 알레(Lichtentaler Allee) 정원이다. 17세기 중반에 바덴바덴에서 리히텐탈 수도원까지의 진입로로 만들었다. 1839년 정원 감독 요한 미카엘 자이허가 영국식 정원 스타일로 디자인을 하여 조성하였다고 한다. 정원과 정원을 설계한 사람에 대한 설명 패널도 있었다.
잘 가꾸어진 넓은 잔디밭에는 다양한 나무가 어우러져 있었다. 계절마다 피는 꽃과 가을의 단풍 때문에 철마다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강가에는 호텔, 박물관, 극장과 같은 멋진 건물들이 조화롭게 서 있었다.
정원 입구 쪽으로 돌아 오자 바덴바덴 구도시의 아름다운 모습이 나무 위로 살짝 보였다.
호텔 건너편에는 코린트식 기둥이 줄지어 있는 건물이 서 있었다. 쿠어하우스(Kurhaus)라는 복합 레저 센터 겸 카지노이다. 19세기 건물이다. 프랑스의 궁전을 본떠서 내부의 방들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고 한다. 88 서울 올림픽을 개최지로 정했던 IOC 총회가 여기에서 개최되었다.
이제 어두워졌다.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2024.09.07
아침 일찍 다시 산책을 나섰다. 리히텐탈러 알레 정원을 걷기 전에 어제 미처 보지 못한 가까운 구시가지(alt stadt)로 가 보았다. 큰 연못 뒤에 바덴바덴 복음주의 교구(Evangelische Kirchengemeinde Baden-Baden) 교회 건물이 서 있었다. 높게 솟은 쌍둥이 종탑이 고딕 스타일인 것 같았다.
오스강변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정원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멋진 레스토랑도 지나고, 테니스장도 지났다. 강변 산책길은 길이가 2.3km 정도라고 했다. 길이 거의 끝날 무렵에 잘 꾸며진 정원이 나왔다. Gönneranlage라고 적혀있다. 후원시설이라는 뜻이다. 커피왕 헤르만 지엘켄이 20세기 초에 후원 단지에 아름다운 장미 정원을 기증했다고 한다. 장미 정원은 잘 단장되어 있었다. 살짝 안개가 끼어서 신비한 느낌까지 주었다.
뒷편에는 장방형 연못과 석상, 분수대도 있었다.
나무 터널 아치 사이로 장미 공원을 바라보았다. 바덴바덴 시민들에게는 훌륭한 휴식처이다.
이른 아침 산책을 즐기면서 다시 되돌아 왔다. 바덴바덴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정원 산책이라는 뜻하지 않은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시민들은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공원 반대편 끝에는 스파가든(Kurgarten)이 나왔다. 어제 들렀던 카지노 옆에 있었다. 프레스코와 벤치로 장식된 90m 길이의 아케이드가 길게 뻗어 있었다. 아케이드의 한 쪽 벽에는 펌프실(Trinkhalle)이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19세기에 건설되었다고 되어있다. 이 곳 스파의 물은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마셨다고 한다. 최근 수질 검사 결과 음료수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아케이드에는 프레스코화가 줄 지어 붙어 있었다. 이 지역의 신화와 전설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비교적 긴 아침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조식 부폐를 먹었다. 신선한 주스와 다양한 음식이 훌륭했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프랑크푸르트를 향해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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