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3
알프낙스태드 역에서 09:58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루체른에 도착했다. 루체른 역은 플랫폼이 15개나 되는 큰 역이었다.
먼저 역 주변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렀다. 루체른과 인근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이다. 정보도 얻고 지도도 얻을 수 있었다. 독일어권에 오니 건미가 바쁘다. 빌헬름 텔의 고향 알트도르프에 가기로 결정했다. 루체른 호수를 페리로 건넌 다음에 기차를 타야 한단다. 페리와 기차표까지 이 곳에서 살 수 있었다. 한 곳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배를 타기 위해 부두 쪽으로 걸었다. 루체른에 온 것을 환영하는 큰 문이 서 있다. 1번 부두로 향했다. 멀지 않았다.
부두에는 호수 지도와 주요 지명을 표시한 그림이 붙어있었다. 루체른 호수는 복잡한 불규칙한 모양을 가진 길다란 호수이다. 길이가 39km에 달한다. 호수 주변은 가파른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U자곡에 물이 고인 것일 것이다. 우리를 태운 페리는 루체른에서 출발하여 중간에 여러 항구를 들러 플뤼엘렌까지 운항한다. 우리는 브루넨에서 내려서 기차를 타게 된다.
페리에 올랐다. 제법 큰 배이다. 승객들이 선실과 갑판을 가득 채웠다.
배에서 루체른을 바라보았다.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답다. 고풍스러운 건물의 뾰족한 탑과 다리 그리고 호수가 어우러진 멋진 모습이었다.
페리가 달리자 이번에는 루체른의 다른 시가지가 나타났다. 호수가에는 특급 호텔이 늘어서 있고, 뒤에는 교회가 보였다.
배는 잔잔한 호수를 미끄러져 나갔다. 앞에는 멀리 높은 산 능선과 봉우리가 호수 너머로 겹겹이 보였다.
오른 쪽에는 어제 올라갔던 필라투스산의 웅장한 모습이 보였다. 날카로운 능선의 모습은 용의 전설을 상기시킨다.
중간에 여러 부두에 정박하였다. 이 곳은 리기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곳이다. 이미 마테호른과 융프라우, 그리고 필라투스를 다녀왔고 날씨도 좋지 않다는 예보가 있어서 산은 접기로 했다.
부두마다 깨끗하고 아름답게 단장되어 있었다. 스위스는 환경미화를 위한 특별한 비법을 가진 나라 같았다.
마침내 브루넨에 도착했다. 2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호수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 감상과 다른 관광객들과의 대화로 지루한줄 몰랐다.
우리가 타고 온 페리이다. 제법 규모가 크고 날렵한 모습이었다.
조금 떨어져 있는 브루넨 역까지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시간은 13시로 접어들었다. 기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빵을 사서 걸어가면서 먹었다.
알트도르프 기차역에 도착했다.
구도심은 생각보다 멀었다. 20여분을 걸어야 했다. 가는 도중에 멋진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알트도르프는 우리주의 작은 마을이었다. 빌헬름 텔 전설의 배경이다. 14세기에 스위스는 합스부르크 가의 지배하에 있었다. 총독 헤르만 게슬러는 우리주의 주민들을 억압했다. 이에 저항한 빌헬름 텔은 아들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쏘라는 게슬러의 명령을 받게 되었다. 다행히 사과를 명중시켰지만 암살 계획이 들켜서 체포된다. 하지만 텔은 폭풍을 뚫고 탈출하여 결국 게슬러를 사살하여 영웅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18세기 말 스위스를 여행하던 괴테는 이 전설을 듣고 실러에게 전해 주었다. 실러는 희곡 빌헬름 텔을 써서 바이마르에서 초연되었다. 로시니는 이를 바탕으로 오페라 빌헬름 텔을 작곡하였다. 빌헬름 텔의 전설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과정에 예술가와 작품이 중요했다. 나도 어렸을 때 동화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알트도르프 시장 광장에는 빌헬름 텔 동상이 서 있었다. 어깨에 활을 메고, 아들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다. 그가 들고 있는 활은 석궁이었다. 뒤에는 고풍스러운 탑이 서있었다.
좌측 에 입구가 있었다. 탑을 올라갔다. 계단을 따라 전시 패널이 이어져 있었다. 작은 박물관이다. 맨 위층에서 알트도르프 구시가지를 내려다 보았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을 배경으로 건물들이 단정하게 줄지어 있었다.
탑 내부에는 머리에 사과를 올려놓은 빌헬름 텔의 아들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아들을 향해 활을 겨누어야 했던 빌헬름 텔은 손이 많이 떨렸을 것이다.
알트도르프 관광 안내소에 들렀다. 고색창연한 우리극장(Uri Theater) 건물 1층에 있었다. 1865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2층 유리창에는 2024년 빌헬름 텔 공연이 있음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그리고 보니 시내에도 곳곳에 노란색 공연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2년 또는 4년 간격으로 실러의 빌헬름 텔 공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극장 앞 골목을 따라 나아가니 제법 큰 광장이 나왔다. 좌측에 창문덮개 색이 특이한 건물이 서 있었다. 깃발도 걸려 있었다. 무기고 건물이라고 한다. 스위스는 시민들이 지키는 나라이다.
배가 출출해서 식당에 들어갔다. 오후 2시가 지나서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았다. 다행히 길거리에서 태국 음식점을 발견했다. 중년의 태국인 여성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태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그린커리와 팟타이를 시켰다. 맛도 괜찮았다.
언덕 길을 올라가서 알트도르프 시가지를 내려다 보았다. 멀리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보였다. 오른 쪽에 보이는 봉우리는 2500m가 넘는다고 한다. 웅장한 산을 배경으로 한 아담한 도시가 정겨웠다.
관광 안내소의 도움으로 알트도르프역에서 루체른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시간도 적게 걸렸다. 호수가를 따라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졌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루체른 역 주변을 둘러보았다. 루체른 문화센터(Culture and Congress Center)가 보였다. 1998년에 완공했다고 한다. 커다란 장방형 지붕 아래 세 개의 공간이 나누어져 있다. 콘서트홀, 루체른홀, 컨벤션센터이다. 콘서트홀은 훌륭한 음향시설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한 지붕 아래 있는 세개의 건물 사이로는 수로가 흐르는 구조라고 한다. 호수를 건물로 불러 들이는 설계란다. 받치는 기둥이 없는 넓은 지붕은 감탄을 불러 일으켰다.
호수가를 따라 조금 걷자 멀리 유명한 급수탑과 예배당 다리(Chapel Bridge)가 보였다. 구시가지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광경이다.
다리입구를 지나서 다리를 바라보았다. 34m 높이의 급수탑이 가까이 보였다. 주황색 지붕을 가진 팔각형 탑이다. 1300년 경에 건설되었으며 성벽의 일부였다. 도시 문서 보관소, 금고, 지하 감옥 및 고문실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 보았다. 14세기에 건설된 유럽 최초의 지붕이 있는 목조 다리이다. 도시 요새의 일부였다고 한다. 난간은 꽃으로 장식해 놓았다. 뒤를 돌아다 보니 제수이트교회의 쌍둥이 종탑이 두드러진다.
다리를 건너서 카페에 들렀다. 강변을 따라 파라솔 아래 테이블이 이어져 있다. 무거운 다리도 쉴 겸 맥주와 아페롤스피리츠 한 잔을 주문했다. 루체른 강가에서 이 도시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즐겼다.
숙소로 돌아왔다. 건미는 소고기찜을 준비했다. 좋은 안주에 어울리는 이태리 푸글리아산 와인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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