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2
다웃풀 사운드 크루스 여행을 마치고 마나포우리에 돌아오니 정오가 넘었다. 남섬 남동쪽에 있는 큐리오 베이로 이동할 시간이다. 거리는 250여km여서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네비는 큰 길 대신 지름길을 알려주었다. 구불구불하고 오르락 내리락거리는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한참을 달렸다. 숲은 보이지 않고 초지가 계속 이어진다. 마주치는 차도 거의 없고, 마을도 별로 없었다. 양떼와 소떼가 번갈아 나타날 뿐이다. 한 시간 정도를 가니 오타우타우 마을이 나왔다. 오타우타우 호텔에 점심을 먹으로 갔다.
호텔 식당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태번 같았다. 대형 TV와 당구대 등이 있어서 모여서 즐기기 좋았다. 도로 공사를 담당하는 분들도 점심을 먹고 있었다. 시골이기는 하지만 노동자들도 호텔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우리는 피자와 파스타를 주문했다. 피자는 맛이 좋았다. 하지만 파스타는 우리 입맛에 잘 맞지 않았다. 지난 번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뉴질랜드 파스타는 면이 퍼진듯한 맛이다.
다시 큐리오 베이를 향해서 출발했다. 계속해서 작은 시골길을 달렸다.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려서 숙소인 큐리오 베이 솔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숙소에는 사람은 없고 안내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숙소는 2층 아파트였다. 올라가니 해변 전망이 너무 아름다웠다.
숙소는 두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넓었다. 큼직한 거실과 부엌, 식당, 그리고 큰 침실 2개가 있었다. 여름철에 대 가족이 오면 아주 좋을 것 같다.
거실 앞에는 넓다란 데크가 있었다. 하루만 머무르기에는 너무 아쉽다.
오늘 주요 목적지는 규화목 숲길(Petrified Forest Walk)이다. 바닷가에 있어서 썰물 시간에 가야 한다. 저녁 7시가 최대 간조여서 그동안 부근을 돌아보기로 했다. 먼저 큐리오 베이 절벽을 방문했다. 아주 높은 절벽은 아니었다. 큰 파도는 계속 바위를 때렸다. 돌고래와 펭귄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큐리오베이 캠핑장이 보였다. 캠핑장은 하라케케 나무로 둘러쌓여 있어서 독립성이 아주 좋았다. 바닥에는 잔디가 깔려있다. 등급을 있다면 7성급 캠핑장일 것이다. 다시 와서 캠핑을 하고 싶었다.
이 곳에 서식하는 펭귄을 소개하는 펭귄길로 접어들기 전에 전망대가 보였다. 규화목숲길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해안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제 간조 시간이어서 바닷물이 많이 빠졌다. 멀리서 보아도 바닥에는 긴 규화목 같은 것이 많이 보였다.
펭귄길로 접어들었다. 이 곳에 서식하는 여러 펭귄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희소하다는 노란눈 펭귄에 관심이 갔다. 300쌍도 채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멸종 위기 상태인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인 작은 파란펭귄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다 자라도 25cm 크기에 1kg 밖에 안된다고 한다. 문득 호주 멜버른 인근에서 방문했던 펭귄 서식지가 떠올랐다. 밤이 되자 아주 작은 펭귄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참 귀여운 모습이었다. 오늘도 펭귄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규화목숲길로 내려가기 전에 위에서 전체 모습을 살펴보았다. 좌측에 규화목이 많아 보였다.
해안대지로 내려가자 크고 작은 규화목을 볼 수 있었다. 나무의 형태가 제법 잘 남아 있었다. 이 규화목은 1억7천만년 전에 살았던 식물들이다. 중생대 숲에 와있는 셈이다. 당시 뉴질랜드는 곤드와나 초대륙의 일부였다. 대규모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화산 쇄설물이 흘러와서 이 곳의 숲을 덮었다. 그 후 수백만년 동안 땅속에 깊이 묻힌 나무들은 암석 성분으로 천천히 대체되어 규화목이 되었다.
건미도 규화목을 살펴보았다. 우리는 2011년에 미국 아리조나주 규화목 국립공원을 방문하고 규모와 아름다움에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규화목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다니, 그 때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바닷가여서 규화목들은 파도에 침식되고 있었다. 위에 있는 규화목이 침식되면 아래층에 있는 규화목이 새로 나타날 것이다.
규화목의 단면도 보였다. 나이테가 제법 또렷했다.
솟아오른 부분이 모두 규화목이다. 서 있던 나무들이 화산쇄설물에 잘려서 아랫 부분만 남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규화목이 주변 암석보다 조금 더 침식에 강한 모양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나이테가 잘 보였다.
규화목 숲을 돌아보고 다시 데크로 올라왔다. 반대편에는 현생 숲이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뉴질랜드의 숲은 양치식물이 많아서 중생대와 비슷한 느낌이다. 기둥 위에 큰 새가 앉아 있었다. 몸은 하얗고 날개가 검은색인 것이 알바트로스와 비슷했다. 아마 새끼 알바트로스가 아닐까 싶었다.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돌아오는 펭귄을 만나기 좋은 시간이다. 기대를 품고 조용히 기다렸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시간이 상당히 흐르자 절벽 어디에선가 새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해변 쪽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어미 펭귄과 새끼 펭귄이 서로 위치를 알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펭귄을 볼 수는 없었다. 아쉬웠다. 날씨마저 추워져서 돌아와야 했다.
뉴질랜드, 더니든에서 마운틴 쿡을 가다. (1) | 2024.06.03 |
---|---|
뉴질랜드, 칼틴스에서 더니든으로 가다. (1) | 2024.05.31 |
뉴질랜드, 다웃풀 사운드를 가다. (0) | 2024.05.26 |
뉴질랜드, 테아나우 글로우웜 동굴을 가다. (1) | 2024.05.22 |
뉴질랜드, 퀸스타운과 와이너리를 방문하다. (0) | 2024.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