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1
테아나우의 남쪽에 있는 마나포우리로 이동했다. 이 곳에서 다웃풀 사운드 크루스를 타러 간다. 뉴질랜드에서는 피요르를 사운드라고 부른다. 피요르는 빙하로 침식된 길고 가파른 골짜기(U자곡)에 바닷물이 들어온 것이다. 북반구에서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에 많다. 다웃풀 사운드는 마오리족 말로는 파테아(Patea)이다. 고요한 장소라는 뜻이다. 현재 이름은 캡틴 쿡 때문에 생겼다고 한다. 그는 첫번째 세계일주 항해 중이었던 1770년에 엔데버호를 타고 이 부근을 항해했다. 그 때 이 깊은 피요르 안으로 항해할 수 있을지를 확신할 수 없어서 다웃풀 하버라고 불렀다고 한다. 캡틴 쿡은 세계일주를 3번이나 주도했던 선장이자 지도 제작자이다. 뉴질랜드의 사운드 중에서는 밀포드 사운드와 다웃풀 사운드가 유명하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다웃풀 사운드의 1박 2일 크루스를, 그렇지 못하면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밀포드 사운드를 권한다. 우리는 마나포우리 호수가에 위치한 크루스 회사인 Realnz에서 체크인을 했다. 호주와 미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도 많았다.
먼저 배를 타고 마나포우리 호수를 건너야 한다.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크지 않은 배가 선착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배가 서서히 출발했다. 먼저 갑판으로 올라가서 마나포우리 호수 전경을 감상했다. 빙하 침식 지역답게 호수 주변에는 날카로운 봉우리와 U자곡이 보였다.
거친 바람을 피해서 선실로 내려왔다. 내부는 쾌적했다. 여성이 배를 운전하고 있었다. 섬세한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일인 것 같다.
다웃풀 사운드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배에서 내리자 이번에는 버스로 갈아 타야 했다. 높은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포장도 되지않은 도로를 한 시간 정도 달렸다.
고개 위에서 다웃풀 사운드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가파른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사운드는 중간에 우측으로 휘어진 모습이었다. 40km에 이르는 긴 피요르이다. 16km인 밀포드 사운드보다 훨씬 더 길다. 날씨가 흐려서 아쉬웠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버스는 종착지인 딥코브에 도착했다. 피요르드 랜드 네비게이터라는 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원들이 2줄로 서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유쾌한 젊은이들이었다.
크루스는 천천히 사운드를 따라 이동했다. 사운드의 양측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늘어서 있다. 멀리에는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이어진다. 군데 군데 작은 섬들이 떠 있었다. 물은 잔잔했다.
우리 선실은 아늑했다. 윗층이었다. 창이 2개가 있어서 밖을 보기 좋았다. 긴 여행에 피로가 쌓여서 자주 선실에서 쉬었다.
잔잔한 곳에 이르자 액티비티를 할 수 있었다. 작은 배를 타고 절벽 가까이 가는 것과 카누를 타는 활동이 있었다. 선원들은 바다로 배를 내리고 안내를 했다.
배 안에는 다웃풀 사운드의 모습과 수심, 그리고 배의 위치를 보여주는 전광판이 있었다. 검은 색 배 모양으로 현재 위치를 보여주었다.
중간에 괜찮은 간식도 제공해주었다. 뉴질랜드 피노누아 와인도 한 잔했다.
배는 다시 타스만해를 향해서 이동했다. 파도가 거세지면서 배가 더 흔들리기 시작했다. 멀리 열린 바다가 보였다. 시원스러웠다.
가운데에는 바위섬들이 줄지어 있었다. 바위 위에는 물개들이 많이 누워 있었다. 하늘에는 알바트로스라는 큰 새가 날아 다녔다. 날개를 펼치면 3m에 이르는 가장 큰 새라고 했다.
저녁이 되자 저녁 식사를 제공해 주었다. 부폐식이었다. 여러가지 야채, 그린홍합을 비롯한 해산물, 고기류까지 다양한 음식을 제공해주었다. 중국계 호주인들 단체 관광객들과 동석을 하게 되었다. 캔버라에 있는 교회에서 왔다고 했다. 어디 가든지 중국인들이 많았다. 사진은 메인 식당의 모습이다.
2024.03.22
선실에서 밤을 보냈다. 아침이 되자 조식을 제공해 주었다. 선원들은 운항, 식사 준비, 액티비티 지원 등으로 무척 바빠보였다. 역할을 분담해서 함께 해냈다. 쉽지 않아 보였다. 일주일을 근무하면, 다음 일주일을 쉰다고 했다. 크루스는 어제 온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구름이 얇아지고 날씨가 맑아졌다.
어느 지점에 이르자 배는 엔진을 완전히 정지했다. 침묵의 소리(sound of silence)를 듣는 시간이다. 마오리족의 이름처럼 고요가 찾아왔다. 자연의 소리 만을 들을 수 있었다. 이따끔 새 소리가 작게 들렸다.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사운드는 아주 잔잔해져서, 마치 거울처럼 주변 산과 나무, 구름을 뚜렷하게 비추었다.
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가 떠오르면서 산 위를 비추었다. 어제보다 더 아름다웠다.
크루스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고개를 넘고, 다시 배를 타고 마나포우리 호수를 건너서 돌아왔다. 멋진 경험이었다. 머리가 아주 맑아지고, 가슴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린 기분이었다. 진짜 깊은 자연의 품속으로 다녀 왔다.
뉴질랜드, 칼틴스에서 더니든으로 가다. (1) | 2024.05.31 |
---|---|
뉴질랜드, 큐리오 베이 규화목 숲에 가다. (1) | 2024.05.27 |
뉴질랜드, 테아나우 글로우웜 동굴을 가다. (1) | 2024.05.22 |
뉴질랜드, 퀸스타운과 와이너리를 방문하다. (0) | 2024.05.17 |
뉴질랜드, 퀸스타운 제트보트, 루지를 타다. (0) | 2024.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