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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05: 남동해안을 따라 빙하와 유빙을 만나다.

유럽 여행/아이슬란드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4. 12. 1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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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어제 밤부터 일기 예보가 심상치 않다. 엄청난 강풍과 비바람 예고가 계속되었다. 특히 우리가 앞으로 가려고 하는 아이슬란드 동부 지역에는 강풍 경보가 이어졌다. 북부에는 눈도 내린다고 한다.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우선 오늘 아침에 다시 가려고 했던 피아드로글르브르(Fjaorarglijufur) 계곡 방문을 포기했다.

빗속에서 천천히 일정을 시작했다. 첫번째 목적지인 드베르그함라르(Dverghamrar) 주상절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난장이 절벽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곳에 엘프나 난장이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전해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주차장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자 오른 쪽에 굵은 주상절리가 나타났다. 절벽 사이로 저 멀리 꽤 높은 폭포가 보였다. 시두포스 폭포이다. 멋진 곳이다. 건미는 주상절리가 얼마나 큰지 팔을 벌려 재보았다.   

이 곳에는 주상절리 두 종류가 보였다. 아래에는 수직으로 서있는 굵은 주상절리가 있고, 그 위를 가늘고 기울어진 주상절리가 덮고 있다. 약 200만년 전에 하천 바닥을 따라 용암이 분출되어 강의 흐름을 막았다고 한다. 용암은 아래부분은 천천히 식으면서 굳어져서 수직으로 굵은 주상절리가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강물이 용암 위로 넘쳐 흘렀고 윗부분의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가늘고 기울어진 주상절리가 생겼다고 한다. 주상절리 모양으로부터 이끌어낸 당시의 상황이다. 

주상절리 위로 올라가 보았다. 웅장한 모양이 광주광역시 무등산에서 만난 주상절리와 비슷해 보였다. 

주상절리 사이의 틈에 들어가서 양쪽으로 밀어보았다. 물론 미동도 없었다. 

차로 돌아와서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높은 절벽이 이어져 있었다. 동쪽으로 달리면서 왼편에 계속 펼쳐질 풍경일 것이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강한 바람에 차도 흔들렸다. 스카프타펠(Skaftafell) 빙하에 도착했다. 아이슬란드 최대 빙하인 바트나요쿨(Vatnajokull) 국립공원의 일부이다. 얼마 전에 이 곳의 얼음동굴이 무너져서 인명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다. 우리는 3.4km 정도인 트레일을 따라 걸을 예정이었다. 이 트레일에는 주상절리로 둘러싸인 스파르티포스 폭포(Svartifoss waterfall)를 비롯해서 3개의 멋진 폭포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강풍과 비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길가에 있는 휴게소에서 빙하의 끝단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빙하는 아주 넓은 계곡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구름과 안개에 덮힌 빙하와 주변 모습은 신비롭게 느껴졌다. 빙하 뒷편의 톱날 같은 산 능선은 빙하의 조각 작품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길을 재촉했다. 한참을 달렸는데 길가에 명승지 표시가 나왔다. 흘라다(Haalda) 자연경관(Natural Mounment)이다. 바트나요쿨 빙하에 속한 오라이휘요쿨(Oeraefajokull) 빙하이다. 황무지 빙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빙하가 덮고 있는 오라이휘요쿨 산은 상당히 강한 폭발을 했던 화산이라고 한다. 흘라다는 오라이비휘요쿨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와서 만든 넓은 범람원이다. 계곡 아래 아주 넓고 평평하게 펼쳐져 있었다. 빙하 범람원 뒤로 빙하에 침식된 기괴한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었다. 높은 계곡에는 하얀 빙하가 보였다. 구름과 안개는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심화시켰다. 

범람원에는 움푹 패인 커다란 구덩이 2개가 보였다. 케틀(kettle)이라 불리는 지형이다. 큰 빙괴(빙하 얼음 덩어리) 2개가 빙하의 흐름에서 분리되어 이 곳 퇴적물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 빙괴가 천천히 녹으면서 이처럼 움푹한 구덩이가 생겼다. 여기에 물이 고이면 케틀 호수가 된다. 여기에는 물이 고여있지는 않았다. 빙하 지형은 신기한 것이 많다. 

다시 길을 재촉하여 요쿨살론 빙하 라군(Jokulsarlon glacier Lagoon)으로 갔다. 오후 1시에 출발하는 보트 투어를 예약했었다. 75분 동안 라군에 떠 있는 유빙과 라군의 이모 저모, 그리고 라군을 거슬러 올라가서 빙하의 끝 부분을 볼 수 있는 투어이다. 주차를 하는데 비가 주룩 주룩 내리고, 강풍이 휘몰아쳤다. 투어 회사 프론트에 도착하니, 투어가 방금 모두 취소되었다고 한다. 악천후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 벌써 두번째 취소이다. 실망스럽지만 위험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반년 전에 뉴질랜드의 마운틴 쿡에서 신청했던 유빙 보트 투어가 악천후로 취소된 경험이 있다. 유빙을 가까이에서 보기가 참 쉽지 않다. 아쉬운 마음에 라군 주위를 돌아보았다. 다양한 유빙들이 라군 위에 떠 있었다. 비바람 때문에 걷기도 힘들고, 춥고, 손은 너무 시려웠다.   

유빙을 확대해서 촬영해 보았다. 푸른색 유빙의 모습이 신비로웠다. 빙하 속에 들어있는 공기 방울 때문이다. 눈이 쌓일 때 틈 사이에는 공기가 들어있다. 눈이 눌려서 빙하로 변할 때 공기도 그 안에 갇히게 된다. 햇빛이 빙하 속 공기 방울에 산란되어서 푸르게 보인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과 같다. 층층이 쌓인 탑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유빙도 있었다. 눈이 쌓여서 눌려서 생겼기 때문이다. 일부 유빙은 마치 동물 모습처럼 보였다. 

라군의 아래 쪽에서는 바닷물이 역류하고 있었다. 유빙들도 밀려서 상류로 흘러 올라오고 있었다. 그 유빙 주변에는 갈매기들이 날고, 물 속에는 해달이 나타났다. 아마 주변에 물고기 같은 먹을 것이 많은 모양이다. 너무 추워서 더 이상 돌아보지 못하고 차로 돌아왔다. 근처에 있는 다이아몬드 비치를 가보는 것도 포기했다. 

다시 길을 재촉해서 동쪽으로 향했다. 강풍과 비바람은 계속 되었다. 바람에 차도 흔들렸다. 이러다 차를 운행하는 것도 어려울까봐 걱정이 되었다. 한참을 달리자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다. 길가에 다시 경관 표시가 나왔다. 아쉬운 마음에 방문을 하기로 했다. 조금 들어가자 비포장 도로가 나타났다. 도로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큰 돌이 길을 가득 채우고 있기도 하고, 물이 고인 큰 웅덩이가 자주 나타났다. 오가는 차는 거의 없었다.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천천히 가야 하니 시간도 많이 걸렸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지점에 다달았다. 걸어서 언덕 위에 올라보니 멀리 빙하 계곡이 보였다. 이 곳도 빙하 범람원인 것 같았다. 여전히 구름과 비, 그리고 안개 때문에 주변은 흐릿했다. 빙하의 끝단에는 갈라진 틈이 많이 보였다.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돌아볼 수 없는 곳도 생긴다.   

오늘 머물 숙소, 릴리아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총 205km를 이동하면서 드베르그함라르(Dverghamrar)  주상절리, 스카프타펠(Skaftafell) 빙하, 흐알다(Haalda) 빙하 범람원, 요쿨살론(Jökulsárlón) 빙하 라군 등을 볼 수 있었다. 강풍과 비 때문에 예정했던 일부 일정을 포기해야 했지만 그 역시 여행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슬란드 기후 여행인 셈이다. 악천후 속에서 무사히 숙소까지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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