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1
어제 저녁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날씨는 아주 쾌청하고 따뜻하다. 그래 바로 여기가 스페인이다.
마침 이 곳에 에바의 아들 둘(볼프와 프랑크)이 살고 있다. 집에 게스트룸이 있으니 사용하라고 한다. 프랑크가 공항으로 마중나왔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9시이다. 프랑크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 스페인에서는 이제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란다. 상당히 생소한 나라이다.
오늘부터 2일 동안은 가우디를 만나는 시간이다. 오전에는 가우디 반나절 투어, 오후에는 카사 바트요를 방문한다. 한국인 가이드의 안내를 신청했다. 트램과 메트로를 갈아타고 더듬 더듬 모임 장소인 카사 밀라 건너편에 도착했다. 카사 밀라의 첫 인상은 평범하지 않다. 물결치듯 곡선으로 이어지는 모든 층의 라인과 지붕, 기괴해 보이기까지 한 테라스 난간, 그리고 옥상에 서있는 굴뚝까지. 이 건물은 바르셀로나 근처에 있는 몬세라트산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산의 모양과 암석의 색을 반영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현지인들은 "채석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붕 바로 아래 파도의 윗 부분에는 라틴어가 군데 군데 새겨져 있다. 모두 이어보니 다음과 같다.
Ave Maria Gratia plena Dominus Tecum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주께서 함께 하시니 기뻐하소서.)
어렸을 때부터 암송했던 카톨릭 기도문, 성모송이다. 가우디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인가 보다. 카사 밀라는 연립주택이고, 주인은 2층에 살았다고 한다. 내일 카사 밀라 내부를 돌아볼 것이다. 카사 밀라 앞에 있는 하얀색 두상은 설치미술인 것 같다.
카사 밀라에서 한블록 정도 거리에 카사 바트요가 있었다. 역시 평범하지 않다. 이 건물도 연립주택이고 주인이 2층에 거주했다. 그래서인지 2층은 다른 층과 다르다. 이 집의 별명은 "해골의 집"이라고 한다. 잘 보면 기둥은 다리 뼈 모양이고 테라스는 해골 모양이다. 1층과 2층의 기둥과 아치도 모두 곡선이다. 3층부터 벽면은 물 속처럼 보인다. 청색과 녹색 위주의 도자기와 색유리 조각을 붙였고, 군데 군데 물방울처럼 보이는 둥근 모양도 보인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붕은 용의 모습이고, 건물의 약간 좌측에 높이 솟아있는 꽃모양의 탑은 칼로 용을 찌른 카탈루냐 전설을 담고 있다고 한다. 건물 하나가 한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건물, 카사 아마트예르도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건물 하나 하나가 예사롭지 않으니, 이 도시는 참 특별한 것 같다.
구엘공원으로 이동했다. 구엘이 전원주택 단지를 구상했지만 성공하지 못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곳은 돌기둥들이다. 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고가도로를 더 받치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돌을 사용한 아치형 구조인데 멋지다. 어떤 돌은 바로 떨어질 것처럼 보인다. 고가도로에는 야자수가 줄지어 서있다. 기둥 사이로 가우디가 살았다는 교회 같은 주황색 건물이 보인다. 지금은 박물관이란다. 돌기둥의 모양도 다양하다. 코끼리를 연상시키는 것도 있고, 야자수나 가지가 많은 나무같아 보이는 것도 있다.
파도 동굴에 도착했다. 해변에 다가오는 파도의 모습이다. 역시 주변의 돌을 쌓아서 만들어서 편안한 느낌이다. 경사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기둥을 기울어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기울어진 기둥 밖에는 다시 똑바로 서있는 기둥을 세웠다. 가우디는 아름다움과 함께 구조에 대해서도 뛰어난 건축가인 것 같다.
기둥 하나에 물동이를 진 것 같은 여인상이 서있다. 그리스 신전의 기둥에 새겨진 여신상을 따라한 것이라고 한다.
구엘공원 광장은 벤치로 둘어싸여 있다. 벤치의 구조 역시 배수를 감안했다. 등받이는 타일을 깨서 붙였는데 한 곳도 같은 곳이 없으며, 참 아름답다.
벤치에서 내려다보니 동화 속에 나올 것같은 집 두채가 서 있다. 가우디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 건물을 만들었을까? 광장 바로 아래에는 도리아식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아포스틸라홀이 있다. 단독주택이 들어서면 이 곳은 시장으로 예정되었다고 한다. 이 홀의 천장도 모두 밝은 색 타일을 깨서 붙였다. 그 중 계절을 상징하는 곳은 화려한 색 타일이 붙어있다.
아래로 가니 동화 속 건물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왔다. 위에서부터 옴파로스, 연금술사의 불도마뱀 조형물이 이어져있다. 옴파로스는 그리스 델피신전에 있는 세계의 배꼽, 즉 세계의 중심이다. 연금술사의 불도마뱀은 생명을 뜻한다고 한다. 맨 마지막에는 도마뱀 머리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도록 되어있다. 내가 잘 모르는 신화와 역사, 상징이 실체화되어 있는 것 같다. 신비롭다. 화려함, 새로움 그리고 정교한 구조에 감탄을 하다보니 구엘공원 관람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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