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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03: 실프라 스노클링, 씽벨리르 국립공원, 레이키아달루르 노천 온천

유럽 여행/아이슬란드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4. 12. 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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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큰 '판의 경계인 실프라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날이다. 실프라는 좁고 긴 호수인데,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 지점이다. 부푼 마음으로 셀포스의 호텔 사우스코스트를 출발하여 북쪽으로 향했다. 씽벨리르 국립공원에 진입하자 제한 속력이 시속 50km이다. 시속 60km를 넘기지 않고 천천히 달렸다. 그런데 건미가 펑하고 플래쉬가 터졌다고 한다. 바로 다음에는 과속 단속 카메라가 보였다. 아차 싶었다. 아이슬란드는 과속에 엄격한 나라일까? 저녁에 찾아보니 과속에 비교적 관대한 나라였다. 제한 속력이 시속 50km일 때에는 이보다 30km/h를 초과하면 벌금이 부과된다고 했다. 아뭏든 이후로 더 조심해서 운행을 하게되었다. 참고로 구글 지도에 과속 카메라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국립공원의 P5 주차장까지는 약 50km 거리로 40분 가량 걸렸다. 모이는 장소로 가는 중간에 실프라 소개 패널을 볼 수 있었다. 입수 지점과 수심 그리고 나오는 지점이 표시되어 있었다.  

모이는 장소에 도착하니 스노클링을 주관하는 여러 회사 차가 늘어서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회사(Artic Adventures)의 차 안에도 잠수복이 죽 걸려있고, 밖에는 물안경, 스노클, 오리발이 준비되어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우리 가이드가 결정되고 옷과 장비 착용을 도와주었다. 입고 간 얇은 내복 위에 회사에서 준 약간 두툼한 보온복을 입었다. 그 위에 잠수복을 입었다. 

가이드는 동유럽에서 온 젊은 여성이었다. 아이슬란드에는 동유럽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임금이 높고 일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가이드의 긴 주의사항 설명을 들은 후 입수 지점으로 이동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입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온 덕에 얼마되지 않아 입수할 수 있었다.

실프라는 좁고 깊었다. 물은 아주 맑고 투명했다. 깊어질수록 파란색을 띄어 신비하게 느껴졌다. 이 곳에서 가까운 랑유쿠트(Langjökull) 빙하의 녹은 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투수성이 좋은 화산암을 통과하면서 깨끗해진다고 했다. 물이 매우 깨끗해서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마셔도 괜찮다고 했다. 

천천히 물로 들어갔다. 그런데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스노클 안으로 자꾸 물이 들어와서 호흡을 할 수가 없었다. 입 안에 가득찬 물을 몇 모금 꿀꺽 꿀꺽 마셔야 했다. 안전 자세로 배를 위로 향한 다음 다시 해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여러 번 스노클을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어서 당황스러웠다. 가이드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포기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큰 기대를 하고 왔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 스노클 없이 강행하기로 했다. 안전 자세를 취하고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수영 자세로 바꾸었다. 호수 바닥을 보면서 천천히 수영을 했다. 그러다 숨이 가빠지면 안전자세로 돌아갔다. 이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아쉬운대로 실프라 수영을 즐겼다. 점점 바닥은 깊어지고 깊은 물속까지 파란색으로 뚜렷하게 보였다. 판이 갈라지는 현장이다. 감탄하면서 바라보았다. 가이드는 고프로를 이용하여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런데 쓸만한 사진이 거의 없었다. 겨우 아래에 있는 사진 한장 뿐이었다. 무척 실망스러웠다. 초보 가이드를 만난 것도 여행의 일부이다. 그래도 깊고 푸른 판의 경계이 일부를 내려다 보았다. 

좁고 깊은 호수가 끝나고 왼쪽으로 이동해서 비교적 넓고 얕은 곳에 이르렀다. 수영을 더 할 수 있었지만 스노클링도 안되고 힘들어서 밖으로 나왔다. 나오는 곳에도 철제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모이던 장소로 돌아와서 잠수복과 장비를 반납했다. 차로 돌아가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 국립공원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씽벨리르 국립공원은 전체가 판과 판이 갈라지는 지역이었다. 곳곳에서 갈라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전망대로 가려고 서쪽으로 이동했다. 높은 암석층 사이에 낮은 지구대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양쪽의 높은 암석층은 원래는 서로 붙어 있었을 것이다. 갈라진 다음 서서히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언덕 위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에 씽벨리르 국립공원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낮은 평지에는 강과 호수가 늘어서 있었다. 바로 앞 바위에는 길게 갈라진 틈이 이어져 있었다. 분열의 현장이다. 

지판의 움직임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 2011년에도 단층 활동이 일어나서 트레일이 갈라져서 길고 깊은 틈이 생겼다. 보완 공사 사진과 설명 패널을 볼 수 있었다. 지금도 두 지판은 갈라지고 있다. 1년에 약 2cm 정도이다. 우리가 느끼기에는 너무 느리다. 하지만 나이가 46억년인 지구의 입장에서는 매우 빠른 변화이다.  

전망대에 오르자 씽발라바튼 호수가 보였다. 지판이 갈라져서 생긴 계곡에 물이 고인 것이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호수이다. 호수 너머에 화산 분화구들이 이어져 있었다.

언덕 위로 올라가자 방문자 센터가 나왔다. 이 지역의 자연과 역사에 대한 전시와 기념품 판매장이 있었다. 

아이슬란드는 9세기에 노르웨이 사람들이 이주를 시작해서 10세기에는 여러 곳에 정착민 마을이 생겼다. 930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국 단위 민주 의회 알씽기를 설립하게 되었다. 노르웨이에서 왕의 통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주해 왔었나 보다. 영국의 의회보다 300년 이상 앞선다. 이 것이 아이슬란드 자유국이 건국된 시점이다. 의원들은 매년 2주씩 여기에 모여서 법률을 만들고 분쟁을 해결했다고 한다. 국민 누구나 입법과 토론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장소가 바로 이 곳 씽벨리르 국립공원이다. 아래 사진에 절벽 아래에 국기가 게양되어 있는 곳이다. 법률 바위(Lögberg; Law Rock)라고 부근다. 알씽기는 아이슬란드가 1262년 노르웨이에 합병된 후에도 500년 이상 존속되었다고 한다. 1944년 7월에 이 곳에서 아이슬란드 의회가 열려서 덴마크로부터 아이슬란드의 독립을 선언하였고 첫번째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아이슬란드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소이다. 

옥사강과 작은 호수가를 따라 구불 구불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었다. 계곡을 건너가자 작은 교회 씽발라키르캬가 나왔다. 10세기에 이 나라는 다신교(Paganism)와 기독교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매우 컸다. 1000년 여름에 이 곳에서 열린 의회에서 양측의 대표가 회의를 하여 기독교를 국교로 하기로 평화적으로 합의했다. 지금의  이 건물은 1859년에 세워졌지만, 처음 교회가 지어진 것은 기독교가 국교로 되고 얼마되지 않았던 1017년이었다고 한다. 역사적인 장소이다.

교회 바로 옆에는 씽발라비이르라고 부르는 농가 건물이 보였다. 의회 1000년 기념으로 1930년에 지었다고 한다. 현재는 장관들의 여름 별장과 공원 관리인 사무소로 쓰인다. 장관들의 별장치고는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씽벨리르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자연온천으로 향했다. 선택한 곳은 레이키아달루였다. 싱벨리르 국립공원에서 50km 정도 거리였다. 40분 정도 걸려서 주차장에 도착했다. 준비한 수영복과 목욕 타월을 가방에 넣었다. 지도를 보니 산길을 꽤 걸어 올라가야 할 것 같았다. 계곡 사이의 강에서 자연온천을 할 수 있다는 기대에 걸음을 재촉했다. 

계곡은 생각보다 멀었다. 멀리 하얀 김이 올라오는 곳이 보였다. 하지만 더 가야했다. 그렇게 산 모퉁이 서너개를 돌고 또 돌아서 올라갔다. 

지열지대에서 뜨거운 김과 열수가 흘러 내리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 곳도 아직 아니었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대체로 자연온천이 아주 좋았다고 했지만 가끔씩 그저 그렇다는 사람도 있었다.

마침내 데크 길이 나타났다. 계곡에서는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강 바닥에 누워 있었다. 우리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흐르는 물 속으로 들어갔다. 물은 아주 뜨겁지는 않았지만 제법 따뜻했다. 유황 냄새도 살짝 났다.

물이 깊지 않아서 누워야 했다. 기온이 낮아서 물 밖은 추웠다. 안경에는 김이 서려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온천을 하는 기분은 설명할 수 없게 좋았다. 온 몸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모두들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날이 저물기 시작해서 그만 돌아와야 했다. 내려오는 길에 아이슬란드의 양들을 만났다. 추운 지역인 탓인지 털이 아주 길었다. 

근처의 온천마을 회라게티(Hveragerthi)에 있는 식당(Matkrain)에 들어갔다. 주차장에 차가 가득 있었다. 유명한 식당임에 틀림없었다. 좋은 음식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리뷰가 좋았다. 송아지 고기 슈니첼과 피시앤 칩스를 시켰다. 양은 푸짐한 편이었다. 그런데 우리 입맛에는 너무 짰다. 가격은 합쳐서 9만원 정도였다. 아이슬란드에서 감당해야 할 가격이다.  

지판의 경계인 실프라의 스노클링, 아이슬란드의 자연과 역사에서 중요한 지역인 씽벨리르 국립공원 산책, 그리고 계곡 강에서 자연온천까지 즐길 수 있었던 멋진 하루였다. 다만 자연온천을 다녀오는 산길이 너무 힘들었다. 숙소가 있는 셀포스가 가까워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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