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9
추석 연휴에 강릉시 노추산 힐링캠프로 캠핑을 갔다. 몇년 전부터 시작한 캠핑은 자연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노추산은 강릉시 왕산면과 정선군 북면에 걸쳐있는 산이다. 태백산맥에 속하며, 해발 1322m로 제법 높은 산이다. 노추산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노나라와 추나라에서 따왔다고 한다. 통일 신라시대의 설총과 조선 시대의 율곡 이이가 이 산에서 공부를 해서 큰 뜻을 이루었다. 이 것을 중국 노나라의 공자와 추나라의 맹자의 큰 학문적 성취에 비유해서 각 나라의 앞자를 따온 것이다. 학문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이 곳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이 산은 모정탑으로도 유명하다. 강릉 나들목을 거쳐 성산면과 왕산면을 거쳐서 산길을 달렸다. 410번 도로를 따라 오르막 길을 달리다가, 송천이라는 강 너머에 캠핑장이 있었다. 송천 옆에는 널따란 주차장도 있었다. 캠핑장 입구에는 흰색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노추산 자락의 공기는 아주 상쾌했다. 소나무숲에 타프와 텐트를 설치했다. 연휴 기간이어서 캠핑장은 텐트로 가득 찼다.
산책을 나섰다. 멀지 않은 곳에 율곡 이이의 구도장원비가 세워져 있었다. 이이의 장원 급제 아홉 번을 기념하는 비석이다. 한번 하기도 힘든 장원을 아홉번씩 했다니 이이는 정말 출중한 분이었던 것 같다. 이곳에 비가 세워져 있는 까닭은 이이가 바로 이 곳 노추산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인가 보다. 그 기운을 받으려고 전국에서 유생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모정탑 길을 향해서 천천히 걸었다. 트래킹 코스는 1.2 km 정도라고 한다. 큰 나무가 이어진 숲길은 아름답고 쾌적했다. 모정탑 길을 안내라도 하는 듯 길 옆에는 작은 탑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모정탑을 기리는 시비를 만났다. 노추산의 신령함과 모정탑의 위용에서 쌓은이의 정성과 사랑을 읽어냈다. 모정탑은 차순옥 할머니가 26년 동안 쌓은 3천개의 돌탑이다. 할머니의 가정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남편은 정신질환을 앓았고, 자녀 4남매 중에서 아들 둘을 잃었다. 아마 할머니의 간절한 기도 때문이었는지, 꿈 속에 산신령이 나타나서 돌탑 3천개를 쌓으면 집안이 평안해질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강릉 시내에 살던 할머니는 장소를 물색하다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왕산면 노추산 계곡에 자리를 잡고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드디어 돌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솔길 양쪽으로 원뿔형 돌탑이 줄지어 서 있었다. 높지는 않지만 안정된 모습이다. 돌의 모양이 비교적 납작한 모양이어서 돌탑을 쌓기에 좋았을 것 같았다.
다리에서도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 양쪽으로 돌탑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돌탑은 숲속의 오솔길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돌탑이 바람이나 산짐승으로부터 지켜주는 것 같았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지금까지 걸었던 많은 산책길 중에서도 기억에 남을만한 곳이다.
돌탑은 계곡에서 산비탈까지 이어져 있었다.
경사가 완만한 공간은 모두 돌탑으로 채워져 있었다. 할머니의 정성은 가족을 넘어서서 방문한 모든 사람의 어려움을 치유해 줄 것같았다.
할머니가 숙식을 해결했던 작은 움막도 보였다. 깊은 산 속에서 무거운 돌을 옮기고 쌓는 일은 무척 고되었을 것이다. 과연 소망이 성취될지 기약도 없는 일이다. 26년 동안 아무도 없는 깊은 산 속에서 무서움도 이겨내고 탑쌓기에만 전념했던 할머니의 정성과 노력은 3천개의 탑을 남겼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려서 모정탑이라는 이름의 명소가 되었다. 노력과 시간이 쌓이고 또 쌓이면 소중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모정탑길이 끝날 무렵에는 노추산 등산로 입구도 있었다. 천천히 산책을 하면서 텐트로 돌아왔다.
산 속의 밤은 추웠다. 다행히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기간이었다. 불멍을 하면서 밤시간을 즐겼다.
2023.09.30
새벽에 텐트 속에서 잠이 깨었다. 정신이 너무 맑았다. 캠핑하면서 비슷한 느낌을 가진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느끼는 정신의 상쾌함은 최고였다. 이래서 이이가 아홉번 장원을 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안반데기를 방문했다. 노추산과 같은 행정구역(강릉시 왕산면)에 속한다. 전국 최고의 고랭지 채소 단지로 유명한 곳이다. 안반데기라는 이름은 지형 때문이다. 마치 떡메를 치는 안반 같은 모양이어서 안반덕이라고 했다고 한다.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심해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야 했다. 고도가 해발 1100m나 되는 하늘 아래 첫 동네이다. 마을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돌아보았다. 완만해 보이는 언덕에는 넓은 채소 밭이 늘어서 있다. 능선에는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서있었다.
언덕 위에 올라가니 마을 전경을 볼 수 있었다. 풍력발전기 덕분에 능선까지 도로가 잘 나있었다. 그 덕에 차박지로 유명해졌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밤에는 별도 잘 보이는 곳이다. 은하수가 쏟아지는 곳이라는 말도 들었다. 언덕 위 고랭지 채소밭은 이미 추수가 끝난 후였다. 안반데기에는 부자가 많다고 한다. 인기있는 고랭지 채소를 대규모로 재배하기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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