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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군: 요선암, 요선정, 법흥사 적멸보궁

한국/강원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5. 2. 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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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5

강원도 영월군에는 꼭 살아보고 싶은 이름을 가진 곳이 있다. 무릉도원면이다. 무릉도원은  중국의 시인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에 나오는 곳으로, 무릉에 사는 어부가 우연히 발견한 복숭아꽃 만발한 낙원이다. 중국의 유토피아인 셈이다.게는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옥황상제의 명을 어기고 무릉도원의 복숭아를 훔쳐 먹어 불사의 존재가 된다는 이야기가 더 친숙하다.

무릉도원면은 영월군의 가장 북쪽 부분이다. 북으로는 횡성군, 동으로는 평창군과 접하고 있다. 중앙고속도로 신림 나들목이나 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에서 가깝다. 무릉도원면에는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가 많다. 서쪽에는 치악산(1,288m), 북서쪽에는 사자산(1,180m), 북쪽에는 백덕산(1,350m)이 둘러싸고 있다. 깊은 협곡마다 작은 지류들이 흘러 주천강으로 합류한다. 심산유곡이다.

첫번째 목적지 요선암 돌개구멍으로 갔다. 강 바닥의 바위가 속이 깊은 항아리 모양으로 패여있는 곳이다. 2013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주차장에서 남쪽으로 1 km 정도 걸으니 사자산 미륵암이 나왔다. 암자 마당을 가로지르자 주천강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강에 이르자 아름다운 바위가 펼쳐져 있다. 밝은 색 화강암 바위이다. 표면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다양한 모양을 보여주고 있었다. 

헨리 무어의 조각작품처럼 풍성하고 부드러운 곡면이다. 

돌개구멍은 강물이 흐르면서 움푹한 곳에 모래나 자갈이 들어가면, 물의 흐름으로 인한 소용돌이 때문에 회전하면서 바닥을 깎아내서 생긴다. 크고 작은 돌개구멍들이 약 200m에 걸쳐 이어져 있었다. 돌개구멍마다 호수처럼 물이 채워져 있어서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바위가 있는 하천 바닥에는 돌개구멍이 있기 마련이다. 어렸을 때 뛰어 놀았던 고향 요천수(남원)에도 화강암 돌개구멍이 많았다. 요선암 돌개구멍은 특히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이름에 요자가 들어가는 공통점 때문인지 친숙하게 느껴졌다. 

요선암 돌개구멍을 둘러보고 강가에 있는 작은 언덕 위로 올라갔다. 무릉리마애여래좌상과 요선정을 보기 위해서이다. 상쾌한 숲길을 따라 걸었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아서 언덕 정상에 도착했다. 소나무 사이로 정자와 마애여래불 그리고 자그마한 탑이 보였다. 참 아름다운 곳이다. 

먼저 마애불을 살펴보았다. 커다란 자연석에 불상을 부조로 새겨 놓았다. 절벽에 새긴 마애불은 많이 보았지만 독립적인 자연석에 새긴 것은 처음 본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바위의 모습이 알을 품고있는 어미 닭처럼 느껴졌다. 마애불을 보호하기 위해서 위에 얇은 돌을 올려 놓아서 더 그렇게 보였다. 마애불은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참선 자세로 앉아있는 발과 다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상반신도 거의 서 있는 느낌이었다. 고려시대 지방 장인이 만든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요선정이라는 정자는 크기는 작았지만 정갈했다. 1915년에 지역 주민들이 건립했다고 한다. 안에는 숙종의 어제시 현판이 붙어 있었다. 이 현판은 원래 주천강 북쪽 언덕에 있던 청허루에 있던 것이라고 한다. 이 누각이 붕괴되어 일본인 경찰 지소장이 소유하고 있던 현판을 매입하여 여기에 봉안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도 우리 역사를 지키려는 주민들의 수준 높은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주천강의 풍경도 아름다웠다.  

두번째 목적지는 사자산 법흥사이다. 절로 이어지는 법흥계곡은 아주 아름다운 골짜기였다. 계곡에는 캠핑장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유명한 피서지인 것 같았다.

법흥사 주차장은 아주 넓었다. 방문객이 아주 많은 곳이다.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643년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흥녕사로 창건했다. 그 후 소실과 중창을 반복했다가 1902년 대원각스님이 법흥사로 이름을 바꾸어서 재건했다. 다시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33년 적멸보궁을 현재 위치로 옮겨서 재건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일주문을 비롯해서 원음루 등 거의 모든 건물들이 새로 지은 듯하다. 우리는 적멸보궁을 찾아갔다. 적멸보궁은 번뇌망상이 모두 사라진 보배로운 궁전이란 뜻이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전각이다. 우리나라에는 5대 적멸보궁이 있다. 양산 통도사, 오대산 중대, 설악산 봉정암, 영월 법흥사, 정선 정암사이다. 정암사를 제외한 모든 적멸보궁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 사리와 뼈를 직접 봉안한 것이다. 정암사의 사리는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왜적의 노략질을 피해서 통도사의 것을 나누어 봉안한 것이라고 한다. 잘 단장된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다. 적멸보궁은 제일 윗쪽의 좋은 위치에 있었다. 

적멸보궁 뒤에는 부처님의 사리 모신 사리탑과 자장율사의 토굴이 있었다. 아래 사진의 우측에 보이는 작은 돌탑이 사리탑이다. 사리탑 중간에 8면으로 된 부분이 있다. 전후면에 자물통 문양이 양각되어 있는데 이는 사리를 봉안한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나머지 6면에 인왕상과 사천왕상이 조각되어 있다. 불법을 옹호하는 그림이다. 그 옆에 돌로 만든 작은 입구가 보였다. 자장율사께서 수도하던 곳으로 내부는 가로 160cm 세로 190cm 정도로 한 사람이 앉아서 정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옛 스님들이 수행하던 토굴의 원형으로 가치가 커서 강원도 유형문화재라고 한다.   

법흥계곡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엄둔계곡도 아름답다고 한다. 법흥계곡보다 한적한 편이다.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가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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