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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아인트호벤, 트라피스트 수도원, 호게 벨루웨 국립공원, 오에르세 풍차 제빵소

유럽 여행/네덜란드

by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5. 1. 1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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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아이슬란드에서 07:40에 비행기를 탔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니 13시가 되었다. 2시간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처남이 스키폴 공항으로 마중나와 주었다. 아인트호벤에 있는 처남 집으로 왔다. 긴 여행을 마친 후여서 쉬어갈 시간이다. 제대로 된 한식을 준비해 주었다. 매우 반가웠다. 
2024.09.25
오전 늦게 처남의 안내를 받아 '성모님의 트라피스트 수도원'으로 갔다. 아인트호벤에서 북서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틸부르그(Tilburg)라는 작은 도시의 외곽에 있었다. 이 수도원은 17세기 프랑스 노르망디의 한 수도원에서 시작된 개혁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이전보다 엄격한 수도생활을 지향하는 수도사들을 트라피스트라고 부르게 되었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은 프랑스는 물론 벨기에, 네덜란드에도 생겼다. 수도사들은 하루에 기도 8시간, 노동 8시간, 휴식 8시간의 리듬에 따라 생활한다. 노동은 수도원 내에 있는 양조장이나 치즈 공장 등에서 한다. 수익의 대부분은 수도원 공동체 운영과 자선 사업에 사용된다. 수도원 입구는 작은 강 건너에 성벽 모양으로 서 있었다. 다리로 연결된 문 위에는 하얀 성모상이 서 있었다. 가톨릭 수도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시음실 식당이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입구에 수도원 상점이 보였다. 종교용품과 함께 수도원에서 생산하는 맥주와 유제품, 그리고 빵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더 안으로 들어가자 라 트라페 시음실 (Proeflokaal La Trappe, Brasserie)이 나왔다. 지붕을 갈대로 만든 커다란 목조 건물이었다. 중세로 온 것 같았다. 밖에도 테이블과 의자가 길게 도열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일 것이다.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음식과 맥주를 주문했다. 맥주는 블론드 에일을 선택했다. 트라피스트 맥주는 수도원 내에서 수도사들이 감독하여 엄격한 방식으로 양조한다고 한다. 맛과 향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맥주 뿐 아니라 음식도 맛이 훌륭하고 양도 많았다. 

점심 식사 후에는 처남이 우리를 호게 벨루웨 국립공원(Het Nationale Park De Hoge Veluwe)으로 안내했다. 수도원에서 북동쪽으로 90여 km 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이 공원은 안톤(Anton)과 헬렌(Helene) 크뢸러-뮐러(Kröller-Müller) 부부가 20세기 초에 만들기 시작했다. 남편은 크게 성공한 사업가로서 사냥에 관심이 많았다. 아내 헬렌은 미술품 수집가였다. 두 사람이 공동선을 위해서 자연과 예술을 통합할 수 있는 곳을 만들기로 했다. 1909년에 이곳에 사냥터를 구입했다. 1923년까지 울타리를 두르고 야생 양, 사슴, 멧돼지와 같은 동물을 들여왔다. 주택을 짓고 11,500점의 미술품도 수집하였다. 또 미술관도 짓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1923년 경부터 이 부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공원을 만드는 일은 중단되고,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었다. 1935년에 공원을 기증하여 국립공원 재단이 설립되었다. 네덜란드 정부가 이 재단에 융자를 해주었다. 그동안 수집한 미술품은 네덜란드 왕국에 기증했고, 정부가 1938년에 크뢸러-뮐러 박물관을 세웠다. 
먼저 크뢸러-뮐러 박물관으로 갔다. 주변은 조각 공원이었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라고 한다. 전시된 조각 작품이 160여 개 이른다. 그중에는 로뎅, 헨리 무어, 장 뒤뷔페, 조엡 반 리슈아우트와 같은 유명한 거장들의 작품도 있다고 한다. 박물관 입구 가까이에는 붉은색 철골 구조로 만든 작품이 보였다.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소장하고 있다.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곳은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이다. 이 곳에는 고흐의 회화 90점과 소묘 180점이 있다. 그 밖에도 모네, 피카소, 쇠라, 몬드리안 등과 같은 유명한 화가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고흐의 작품을 먼저 둘러보았다. 밤의 카페테라스 (Terrace of a cafe at night)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다. 1888년 프랑스 아를에서 그린 것이다. 푸른게 칠한 밤 하늘과 거리를 배경으로 노란색으로 밝게 그려진 카페가 화사해 보였다. 

프랑스 아를에서 자신의 작품을 동생에게 자주 보내다가 친해진 우체국장의 초상화도 있었다. 수염과 얼굴의 붓의 터치에서 힘이 느껴졌다.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도 좋았다. 들판에 거센 바람이라도 부는 듯 삼나무 가지와 밀 밭이 춤추고 있었다. 길은 마치 시냇물이 흐르는 것 같이 느껴졌다. 별 빛을 받아서 그런가 보다. 

고흐가 네덜란드에 있을 때 지형과 함께 농부를 많이 그렸다. 그는 밀레의 농부 그림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농부 가족의 허락을 받아서 농부 가족의 인물화와 일하는 모습을 그려 나갔다. 감자 먹는 사람들(The potato eaters)도 그중 하나이다. 등불 아래 하루 일과를 마친 농부 가족이 감자 접시가 있는 식탁에 둘러앉은 모습이다. 어쩐지 고단함이 느껴지는 고흐의 걸작이다. 아름답게 그리기 보다는 느낀대로 그리고, 하고 싶은대로 표현하는 현대 미술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피카소를 비롯한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이 국립공원에서는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둘러보았다. 숲 사이로 자전거 길이 잘 나 있었다. 

조금 달리자 사람들이 숲 속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멈추고 자세히 보니 사슴이 풀을 뜯고 있었다. 

숲 속 길을 따라 공원 여기 저기를 자전거로 달렸다. 돌아오는 길에 사슴 표시가 있는 작은 길이 나왔다.

그 길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자 사슴을 관찰하는 시설이 있었다. 사람들이 앉아서 조용히 사슴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렸다. 앞에 있는 숲에서는 직원이 사슴 먹이를 살포하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사슴 떼가 나타났다. 어미와 새끼 사슴도 보였다. 

 
2024.09.26
오전에는 아이슬란드에서 입었던 두꺼운 옷을 독일로 보냈다. 내일 그리스로 출발하는데 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스 여행 후에 독일을 방문할 예정이다. 우체국 대신 큰 슈퍼마켓에서 업무를 대행하고 있었다. 운영 경비를 줄이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오후에는 골프장으로 갔다. 처남이 회원으로 있는 스윈클쉬 골프장이다. 동쪽으로 30km 정도 되는 거리였다. 9홀을 돌았다. 농지를 골프장으로 바꾸었다고 했다. 코스는 대체로 편평한 편이고 호수가 많은 편이었다. 캐디도 없고 풀카트를 이용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녁에는 아인트호벤 도심 구경을 나갔다. 네덜란드답게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아인트호벤은 인구가 25만 명 정도인 네덜란드 남부의 중심 도시이다. 첨단 기술과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전자회사 필립스의 본고장이다. 시내에는 필립스 박물관도 있었다.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회사 ASML도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크지는 않지만 대단한 도시이다. 

걷다 보니 치맥이라는 한글 간판이 보였다. 한류 붐을 타고 치맥이 네덜란드에서도 통하는 것 같았다.

도심에는 넓은 광장이 있었다. 광장에는 큰 파라솔 아래에 야외 테이블이 늘어서 있었다.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필립스 회사를 세운 필립스의 동상이 서 있었다. 아인트호벤은 필립스의 도시이다. 최근에는 삼성과 LG 때문에 주춤하는 것 같았다. 

성 카터린느 성당(St. Catherine's Church)이 우아하게 서 있었다. 1867년 세워진 고딕 양식의 가톨릭 성당이다. 높이 솟은 2개의 종탑과 건물 중앙의 장미의 창, 그리고 아치형으로 된 3개의 문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 저녁 식사를 할 소주바에 도착했다. 간판 아래에 한글로 치킨 맥주 소주라고 적혀 있었다. 한국식 음식점이다. 

식당 내부 모습이다. 주변 식당은 한산한 편인데 이곳은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현지인들이 많이 보였다. 유럽에서 한류 식당이 인기가 있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메뉴를 보니 비빔밥, 김밥, 만두 등이 있다. 반찬으로 겉절이, 김치 등도 있었다. 맨 아래에는 다양한 빙수 메뉴가 보였다. 한국식 치킨도 다양했다. 양념치킨, 허니버터 치킨, 치즈치킨, 요구르트 양파 치킨도 있었다. 다양한 음식을 시켜 먹었다. 한국에서 먹던 맛과 비슷했다.   

김밥은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맛이 더 좋았다. 유럽인들이 한국 음식을 즐기고 소주나 폭탄주까지 마시는 것을 보니 재미있었다. 후식으로 팥빙수를 맛보았다. 

한국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이 식당은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과 동남아 사람이 운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유럽인들에게 매력 있는 한류 음식을 잘 소화해서 상품화하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 식당 못지않게 잘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2024.09.27
오늘은 오후에 그리스로 출발한다. 오전에 풍차 카페로 갔다. 오에르세 풍차 제빵소 (Oerse Molenbakker, Oerse Mill Baker)이다. 집에서 9km 남짓한 거리여서 자전거로 갔다. 처남이 앞장을 섰다. 30분 정도 걸렸다. 네덜란드는 거의 평지여서 자전거 타기가 아주 좋았다. 자전거 길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나무가 우거진 멋진 곳에서 사진을 남겼다. 

네덜란드 풍차가 서 있고, 그 안에 카페가 있었다. 이 풍차로 이 지역에서 생산한 밀을 밀가루로 만든다고 한다. 빵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굽는 곳이었다. 

카페 내부는 아늑했다.

맛있는 빵도 많았다.

3박 4일 동안 처남과 가족 덕분에 충분한 재충전을 할 수 있었다. 재회를 기약하며 그리스로 가기 위해서 아인트호벤 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은 아담했다. 16:25 출발 예정이었다. 트란사비아(Transavia) 항공이다. 체크인 과정이 엄격했다. 기내로 가져가는 가방의 규격이 작았다. 조금만 커도 추가비용을 내야했다. 어렵게 체크인을 했는데 비행기가 지연된다고 했다. 결국 4시간 후에 출발했다. 유럽 저가항공은 불편한 것 같았다. 아테네에는 20:30 도착 예정이었다. 그런데 자정이 다되어서야 도착했다. 아테네의 멋진 야경을 졸린 눈으로 내려다 보았다. 미리 연락을 해둔 덕에 여행사 직원을 만나서 호텔로 올 수 있었다. 우리에게 그리스에서 조심해야 할 사항을 길게 알려주었다. 도난 사고가 많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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