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14: 화산 내부(Inside the Volcano), 레이캬비크의 마지막 밤

Travel Memories of GG Couple 2025. 1. 10. 10:54

2024.09.23

오늘은 화산 내부(Inside the volcano) 투어를 한다. 호텔 앞에서 투어버스에 올랐다. 시내 호텔을 돌아서 버스호스텔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자기가 갈 행선지에 따라 투어 버스를 타야 한다. 

우리는 미니 버스에 올랐다. 앞좌석에는 홍콩에서 온 젊은이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활달했다. 아이슬란드의 어느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러 왔다고 했다. 그런데 동성이다. 참 대단한 것 같았다. 버스는 30분 정도 걸려서 화산 내부 투어 사무실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우리를 안내 할 가이드가 화산 내부에 대한 설명과 주의사항를 알려주었다. 화산의 내부로 간다고 하니 참 기대가 크다.

건물 주변에는 스키리프트가 보였다. 눈이 많이 오면 스키장이 되는 것 같았다. 

가이드를 따라서 출발했다. 용암대지 위를 2.3km 정도 걸어가야 한다. 길 주변은 온통 검은 용암으로 덮혀있다. 군데군데 솟아오른 분화구들이 보였다. 엄청난 용암이 계속 분출된 현장이다. 아이슬란드는 거의 용암으로 만들어진 섬인 것처럼 느껴졌다. 

용암동굴도 만났다. 이 곳에 분출한 용암은 비교적 점성이 작았던 같다. 용암이 밖으로 분출되면 겉 부분은 식어서 암석이 된다. 하지만 내부는 아직 용융된 상태여서 어느 한 곳이 열리면 용암이 흘러 나간다. 그 뒤에는 빈 공간이 동굴로 남은 것이다. 제주도에 있는 용암동굴도 같은 방식으로 생겼다.   

균열이 이어져 있는 지역도 있었다. 어제 페를란 자연사박물관에서 배운 것에 의하면 이 지역에 흐레파(Hreppar) 마이크로판이 있다.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판이다. 이 작은 판 주위에서 지진과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 균열은 북아메리카판과 흐레파 마이크로판의 경계일 것 같았다.

드디어 저 멀리 오늘 들어갈 화산이 보였다. 이제 약간 더 가면 된다.  

현장 사무실에 도착했다. 헬멧과 헤드렌턴, 안전 벨트를 착용하고 쓰리흐누카기구르(Thríhnúkagígur) 화산으로 올라갔다. 기대되는 순간이다. 

 정상에 이르자 큰 구멍이 보였다. 그 위에 화산 내부로 내려가는 간이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120m 가량을 수직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우리 차례가 되어 엘리베이터 위로 올라갔다. 내 안전벨트와 엘리베이터를 카라비너로 연결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둠 속에 긴 쇠줄이 까마득하게 내려져 있다. 긴장이 되었다. 

내려가는 도중에 아래를 바라보았다. 바위가 쌍여있는 바닥이 보였다. 조명이 벽면을 비추었다. 바로 앞 벽면에는 주상절리가 보였다. 

드디어 바닥에 도착했다. 20분 정도 시간을 준다고 한다. 내부는 제법 넓었다. 조명이 있는 곳은 밝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조금 어두웠다. 벽면을 바라보니 색이 다양하고 화려하다. 검은색은 용암, 노란색은 황, 붉은색은 철 성분이 많아서 산화된 곳이다. 환상적인 모습이다. 한 때 용암이 출렁거리며 위로 흘러 나가던 곳에 서 있는 것이다. 

지하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남아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미국 뉴욕시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큰 공간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는 2000년 전에 마지막 용암분출이 있었다. 마그마가 분출되고 나면 그 지하 공간에서는 대체로 두가지 중 하나가 일어난다. 하나는 남아있는 마그마가 굳어서 암석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모두 분출하고 나면 빈 공간이 생기는데, 이 공간은 중력 때문에 함몰된다. 이 곳에서는 남아있던 마그마가 주변의 갈라진 틈을 따라서 모두 흘러나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빈 공간이 생겼는데 함몰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런 곳을 만날 수 있으니 큰 행운이다. 한편 언제든지 무너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걱정도 되었다. 더구나 아이슬란드는 지진도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천장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우리가 내려온 입구에서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길게 갈라졌던 틈은 그 곳을 따라 흘렀던 용암이 굳어서 검고 붉은 색으로 보였다.주변에는 마그마에 들어있던 유황 성분이 코팅되어 황금색으로 빛났다. 숨막히는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벽면을 살펴보았다. 용암이 흘러나왔던 긴 틈의 단면이 보였다. 수평으로 쌓인 지층을 자르고 위로 검붉은 색으로 이어져 있었다. 가느다란 틈이었다. 

간이 엘리베이터는 다음 사람들을 싣고 내려오고 있었다. 

다른 벽면에는 용암이 흘러 나갔던 길이었던 것같은 작은 화도가 보였다. 화도의 단면은 둥근 모양이다. 용암이 굳어서 검은 색으로 보였다. 화도 가운데에는 지금도 구멍도 나있었다.  

아래로 비스듬히 경사진 깊은 공간도 있었다. 100m 정도 더 지하로 내려간다고 한다. 천정에는 용암이 흘러나간 틈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한바퀴를 돌아보고, 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중간에 용암이 흘러나온 화도의 수직 단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검붉은 현무암이 화도를 따라 위로 길게 뻗어있었고, 가운데 부분에는 공간이 남아있었다.  

화산 내부 단면을 만들어 놓은 모형 앞에 앉았다. 내부 모양은 중앙 부분이 볼록하게 높고 양쪽으로는 더 아래로 이어져 있다. 화산 내부에 들어가 보았다는 감동이 컸다. 한편 무사히 다녀왔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현장 사무실에서는 내부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아이슬란드 전통 숩을 대접해 주었다. 이 곳 스타일의 환대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양고기 숩을 선택했는데 따뜻하고 맛도 아주 좋았다.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아이슬란드 사람들이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 왔다. 이번에는 파호이파호이 용암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점성이 낮은 용암이 흐를 때 표면이 굳어 가면서 흐름 때문에 밀려서 주름이 진 것이다. 

레이캬비크로 돌아왔다. 오늘이 아이슬란드에서 마지막 날이다. 도심으로 나갔다. 번화가를 구경하면서 걸었다. 

레이캬비크에서 유명하다는 핫도그 식당도 보였다. 

시간이 늦은 탓인지 간이 시장은 문을 닫고 있었다. 

벽면을 그림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건물도 만났다. 

호텔 직원이 추천한 식당은 아쉽게도 문을 닫았다. 돌아오는 길에 할그림스키르캬 교회와 무지개 거리도 다시 만났다. 야경도 보기 좋았다.  

음악 소리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Old Bookstore Band가 라이브 연주를 하고 있었다. 고서를 파는 서점같은 분위기였다. 맥주 한 잔을 들고 맨 앞에 앉았다. 열정적인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뜻하지 않은 선물이다. 

우리가 묵고 있는 Storm Hotel 바로 길 건너편 호텔 지하에 새로 생긴 훌륭한 맥주 바가 있었다.

실내 장식도 훌륭하고 맥주 종류도 아주 다양했다. 느긋하게 아이슬란드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